최근 각종 언론에서 114 전화안내원, 고객센터 상담원, 항공기 승무원, 백화점과 대형마트 직원 등 우리 사회 감정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다루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런데 왜 교사는 감정노동자라고 말해주지 않는가? 과거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됐다. 하지만 현재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은 기본적인 업무 외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까지 상대를 해야 한다. 학교교육이 교육서비스로 인식됨에 따라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봐야 하고 설령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상담실로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해야 할 정도로 교직생활은 민감한 환경에 처해있다.
몰지각한 학생들의 폭언과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폭행과 욕설, 불필요한 항의는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자기 자녀가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의식은 전혀 없고 불평불만과 자기주장만 하는 이기적인 학부모들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 질병휴직을 하기도 하고 나아가 한 평생 몸담았던 교직을 떠나는 경우를 보면서 교사로서 심각한 교권침해 현실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침 우유급식 시간에 한 학생이 우유를 먹고 토해서 해당 학생의 학부모에게 조퇴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전화했더니 어떻게 아이에게 찬 우유를 먹일 수 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우유를 따뜻하게 먹이기 위해 교실마다 전자레인지까지 갖춰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었다.
뿐만 아니다. 매일 아침 30분 이상 지각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학생이 반성하는 기미가 없으니 관심을 갖고 지도해달라고 했더니 그 학부모가 저녁에 문자메시지로 당신 자식은 앞으로 똑바로 커 갈 줄 아느냐고 막말을 한 경우도 있었다.
또 학습부진 개선을 위해 교사가 늦게까지 남아 학생을 지도하는데 학부모는 교사가 자기 아이를 집에 일찍 보내지 않는다며 교육청에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 교사들의 기까지 단숨에 꺾어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교사의 지도 잘못도 아닌데 학부모가 짜증을 내고 항의를 하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학부모에게 따지고 기분이 안 좋게 이야기를 해봤자 교장실로 찾아와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더 크게 언론사까지 끌어들여 상황을 더욱 교사에게 불리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여러 고충사항 등으로 교사들은 보통 스트레스가 있어도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마트에서 물건을 샀는데 하자가 있어 교환을 해야 한다거나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당해도 혹시 상대가 학부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기감정을 억제하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정말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 직장에 근무하는 직장인들보다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교사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2배로 높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높은 인격과 도덕성, 교과 지식의 전문성, 사명감과 소명의식, 그리고 학생상담, 진로 및 진학지도, 생활지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을 완벽히 수행해야 하는 슈퍼맨(?) 선생님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교사는 모든 학생들에게 그날의 건강과 기분에 상관없이 미소를 잃지 않고 항상 친절하게 대해야만 한다.
각종 언론이나 신문, TV 방송은 앞으로라도 교사들의 안 좋은 면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어려운 점, 힘든 점을 새롭게 다뤄 주기를 절실히 기대해본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평소 감정 표출을 할 수 없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치료가 필요한 교원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교사들의 평소 억눌린 감정과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교원상담센터의 설치‧운영도 매우 시급하다. 또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교사가 학부모의 부당행위로 자살을 하는 경우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공무상의 재해로 인정하는 법안이 꼭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교사가 건강해야 학생들도 더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원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길이고 학교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