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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퍼주는 자사고 폐지 재고해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폐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고등학교 다양화’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곳에 대해 전폭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자사고를 대폭 줄이되 갑작스런 폐지로 인한 비난과 교육감 권한 밖 정책추진에 대한 부담을 자발적 감축으로 포장하고 일반고의 호응까지 얻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시도는 교육현장은 물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무시한 처사다. 현 시점에서는 자사고 폐지보다 어떤 교육을 어떤 형태로 특성 있게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 중 상당수가 보다 다양한 교육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후사정을 살피지 않고 선거공약이었다는 이유로 변변한 평가도 거치지 않고 폐지한다는 것은 횡포와 다를 바 없다.

또 자사고는 폐지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한다는 식으로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교육력 소모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교육의 다양화를 포기하고 획일적 교육으로 복귀하려는 것 자체가, 혁신을 부르짖으면서 교육에 대한 혁신을 포기하는 아이러니다. 일부 자사고가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맞춤식 교육을 하는 곳까지 외면하는 것은 교육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학생들에게 맞춤식 교육을 하지 못할망정, 포기하는 교육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자사고 폐지는 재고돼야 한다. 그 어떤 형태의 학교라도 폐지의 표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앞서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지속된다면 그때 가서 폐지를 논의해도 충분하다. 시간을 두고 지금까지 드러난 자사고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일반고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개선을 추진해야 옳다. 일반고는 일반고의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고, 자사고 역시 상향식 평준화를 이끄는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교육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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