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1심 선고서 500만원 벌금형
직선제 이후 서울교육감 모두 법정
힘 얻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
교총 “위헌소송으로 바로잡을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았다.
직선제 전환 이후 서울교육감 당선자 모두가 법정에 서고 임기도 제대로 마친 이가 없으며, 이번에도 그럴 위기에 처한 만큼 ‘이참에 아예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조 교육감에 대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위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인 전원일치 유죄 평결을 고려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 전 검찰은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으며 재판부는 양형에 따라 이 같이 판결을 내렸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6·4 교육감선거에서 경쟁 상대였던 고승덕 전 후보에게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판결 직후 조 교육감은 즉시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재판에서 바로 잡히길 소망했는데 실망스럽다”며 “2심에서 반드시 무죄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선출직 자리를 잃게 되는 현 제도에 따라 조 교육감은 교육감 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형 확정시 약 30억 원의 선거보전금도 반납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 교육감’이라는 이미지가 입혀진 만큼 서울교육청 정책 추진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재판에서 부각된 내용 역시 ‘정치 선거’ 전반에 대한 문제였다. 고 전 후보를 상대로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폭로하듯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부분은 재판 내내 중요한 쟁점이 됐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감 후보가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정치적 장소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부분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이번 재판에서 강조되기도 했다.
고 전 후보 선거캠프에서 공보팀장을 맡았던 김시현 씨는 “고 전 후보는 조 교육감 측의 공세가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교육감 선거라는 점에서 교육적인 면을 고려해 정중하게 편지형식의 글을 통해 해명을 했지만, 한발 더 나아가 미국대사관에서 내용증명까지 떼어 확인시켜 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명백한 한국국민이 미 대사관에 가서 ‘내가 미국인이 아닌 것을 밝혀달라’고 하면 당연히 해줄 리가 없는데 마치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는 것처럼 공격해 우리로서 어쩔 수 없게 만든 게 있다”면서 “결과만 따지면 조 교육감 측이 교묘한 방법을 잘 썼다고 여겨지나 ‘교육감 선거에서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더 많이 들었다”고도 비판했다.
이처럼 교육수장을 뽑는 선거가 혼탁해진 것은 고도의 정치행위인 ‘선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교육감직선제 폐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직선제 이후 공정택, 곽노현,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현 교육감마저 법정에 선 것은 개인의 잘못을 넘어 선거제도를 통해 교육수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자체라 목소리가 높다.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 서울 뿐 아니라 인천, 충남 등 많은 지역에서 당선자는 물론 후보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현실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교장은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선거가 정치·시민사회권력의 개입으로 진영 대결과 흑색, 금품선거로 얼룩지고 법정에 서는 교육감들과 교육은 국민 앞에 부끄러운 모습이 됐다”고 개탄했다.
정당의 지원이 있는 정치 선거와 달리 후보자 개인이 막대한 선거비용과 선거운동을 부담하는 구조도 문제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선거 평균비용이 10억140만원을 기록해 시도지사(7억6300만원)보다 많았던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선거 과정 및 당선 이후 발생하는 각종 비리와 부정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고 정실인사, 측근인사, 보은인사 등 후속 부작용도 나타나 교육현장이 정치판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논평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판결은 사법적 판단은 물론 국민의 법 감정이 반영된 결과로 조 교육감 개인에 판결을 넘어 교육감직선제 자체에 대한 유죄판결”이라며 “지방교육의 수장을 고도의 정치행위인 선거로 선출하는 방식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 모순인 만큼 교육감직선제 폐지에 대한 국가·사회적 공론화와 헌법재판소의 바른 판결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지난해 헌재에 직선제 위헌 심판 청구를 해 현재 전원재판부 심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