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등교원의 85%가 현 정부의 교육개혁이 공교육 위기를 초래하였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교총 보고서는 잘못된 개혁이 빚는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70% 이상의 교원이 교육개혁을 50점 이하로 평가한 것은 교육개혁 추진 방식이 전면 재고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른바 개혁이란 교육주체들의 총체적인 노력이 선행되어도 결코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 학부모, 학생, 교원 등 교육주체들이 개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개혁 성공의 전제가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개혁의 주체인 교육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현 정부의 교육개혁이 실패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지금까지의 개혁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교육자의 이해를 구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IMF라는 경제위기로 불어닥친 사회전반의 개혁분위기에 편승하여 정치적 변수에 따라야 한다는 식의 추진은 개혁의 흉내내기는 될지언정, 학교현장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다. 교육자들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개혁의 내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지시일변도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개혁의 장단점과 필요성 등에 대해 교육자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정부의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개혁만이 능사라는 사고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 때로는 개혁, 나아가 변화하지 않는 것이 더욱 좋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체벌 문제의 경우, 사회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매우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의점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발전 5개년 계획 등 각종 전시성 정책들 역시 오직 새로운 것을 자꾸 내 놓아야 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개혁 만능주의에 다름 아닌 것이다. 개혁은 필요한 것을 바꾸는 것이지 사업 실적의 나열이 아닌 것이다.
셋째,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개혁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매도하고 마치 시험 없이, 혹은 공부하지 않고 대학 갈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한 데 대해 진솔된 사과가 있어야 한다. 개혁에 대한 반감은 일을 벌이기만 할 뿐 결과에 대해 책임질 줄 모르는 정부에 대한 반감에 다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