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번 주는 시험기간이라 마음이 좀 편하지 않습니까?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가질 법도 한데 교무실에 앉아서 열심히 일하시는 선생님을 보게 됩니다. 저는 어제부터 원치 않는 감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시험기간이라 늦게까지 학교에 있지 않고 집에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요새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걸 ‘열공한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한 선생님은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열일한다’고 하네요. 열공하든 열일하든 이는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열공하는 학생이 성적이 좋을 것이고 열일하는 선생님이 일에 대한 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험기간 공부해야 할 시기에 공부가 싫어서 적당히 공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보나마나 성적이 좋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적당히 공부하는 ‘적공하는’ 학생이 되면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할 것입니다. 흉내만 내는 공부는 하나마나 아닙니까?
오늘 아침 교실을 둘러보니 3학년 교실에는 몇몇 학생들이 자고 있더군요. 밤샘을 해서 그러나요? 아니면 포기해서 그러나요? 아무튼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를 아예 하지 않고 포기한 상태로 공부에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됩니까? 결과는 보나마나 아닙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포공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적공하도록 내버려둬서도 안 됩니다. 열공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만족할 수 있습니다.
시험공부 기간에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열공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런 학생들은 적공하는 학생일 것입니다. 심지어는 공부하는 학생들 공부하지 못하도록 모여서 이야기하고 노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포공한다고 할까요? 3학년 어느 교실에 들어가서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자기 자리에 앉게 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했습니다.
포공하는 학생들은 자기만 공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까지도 공부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시험시간 학생들 공부 잘 한다고 내버려두지 말고 한번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입니다. 끝까지 열공하도록 해야 합니다. 수능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적공해서도 안 되고 포공해서도 안 됩니다.
선생님도 그렇습니다. 시험을 쳐서 일찍 자기 일도 좀 하고 편히 쉴 수도 있는데 일찍 퇴근도 하지 않고 열일하시니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남들 논다고 따라 놀아버리면 해야 할 일은 언제 한다 말입니까? 마음만 바쁘지 않겠습니까? 부담만 되지 않겠습니까? 차근차근 열심히 일을 해야 부담도 없어지고 마음도 편하고 집에 가도 가정일이 손에 잡힐 것 아닙니까?
남들처럼 일찍 나가 쉬지 못해도 일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주어진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일하는 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그래야 열일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남들 다 노는데 나도 놀고 보자 하고 놀아버리면 보나마나 마음이 더 편치 않을 것 아닙니까? 언제 일을 하나 하면서 걱정만 할 것 아닙니까?
선생님들은 적일해도 안 됩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면 어찌 됩니까?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공문을 날짜까지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면 어찌해야 합니까? 미루지 말고 열일해서 날짜 안에 처리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면 결국 청에서 연락이 와서 다시 준비를 해서 보고 공문을 보내야 할 것 아닙니까?
왜 쓸데없는 공문을 보내서 괴롭히나? 이건 보고 안 해도 되겠네 하면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은 공직자의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내가 볼 때 아무리 공문이 쓸데없고 보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공문에 의거 보고할 것은 보고해야 합니다. 그게 공직자의 바른 자세입니다.
적당히 일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됩니다. 연락이 오면 마지못해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런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맡은 일은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미루면 안 됩니다. 열심히 제때에 해야 합니다. 그런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열일해야죠. 아무리 바빠도 해야 합니다.
그런 선생님은 안 계십니다만 혹시 아예 자기가 맡은 일을 포기한 채 하지 않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이번 기회에 자신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포일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포일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꿈에도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하는 게 주된 일이지 다른 업무는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그것도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 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열공하는 학생, 선생님들은 열일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학생으로서의 바른 자세, 선생님으로서의 바른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