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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된 청보리 풍경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가 이삭을 드러낸 출근 길
가던 길 멈추고 얼른 한 장면을 찍었습니다.
보리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
친구들과 함께 보리 피리를 불던 기억, 지금 생각하니
참 철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보리 농사를 짓는 농부 
생각은 하지 못 하고 재미로 뽑아 불던 보리 피리.

춘궁기를 이기지 못해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렸던
1960년대의 우리들은 그래도 씩씩했습니다.
청보리가 익기가 무섭게 동네 어귀에 모여 누구 허락도 받지 않고
보리를 한 줌씩 베어다가 구워 먹을 만큼 용감했으니까요.
입가에 꺼먼 그을음을 묻히면서도 마냥 즐거웠던 철없던 친구들도
이젠 하얀 머리카락이 보리 이삭처럼 패기 시작한 지금.
여전히 보리가 익어가는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기보다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나눠 먹기에 바빴답니다.
밀가루 수제비 한 그릇도, 고구마 한 접시도
옆 집에서 만든 쑥떡 한 접시도 어김없이 나눔의 대상이었으니까요.
물질의 풍요가 가난해도 나눌 줄 알았던 그 시절만큼 못 한 것 같아
푸르른 청보리 이삭에 잠시 그리움을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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