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는 중국을 방문해 큰 규모로 레이스를 펼쳤다. ‘런닝맨’ 기존 멤버와 새로운 스타가 참여해 북경과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만리장성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화면을 제공해 규모와 아름다움을 실감 있게 전했다. 북경 시내 모습을 구석구석 전하고, 중국의 먹을거리를 소개해 이국의 느낌을 살리면서 레이스를 펼쳐 재미를 더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주변에서 ‘북경’과 ‘베이징’ 중 어느 말이 맞냐는 질문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북경’은 틀린 말이고, ‘베이징’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외래어표기법을 읽어 보아야 한다.
외래어표기법은 외래어를 한국 자모(字母: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이다. 이는 한국어 이외의 다른 언어에 있는 음운을 표준어에 있는 비슷한 음운과 1대 1로 대응시켜 한글로 표기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즉 외래어는 국어의 음운체계(音韻體系)에 동화된 대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은 1986년에 제정·고시된 원칙을 현재까지 큰 변동 없이 따르고 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구성은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2장 표기 일람표, 제3장 표기 세칙, 제4장 인명, 지명 표기의 원칙’ 으로 되어 있다. 이 중에 제4장 제2절에는 동양의 인명, 지명 표기가 설명되어 있다. 이에 대한 규정을 보면,
제1항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2항 중국의 역사 지명으로서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 하고,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3항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4항 중국 및 일본의 지명 가운데 한국 한자음으로 읽는 관용이 있는 것은 이를 허용한다. 예를 들어, ‘도쿄와 동경(東京), 교토와 경도(京都)’는 모두 허용한다. ‘상하이와 상해(上海), 타이완와 대만(臺灣), 황허와 황하(黃河)’도 같다.
이 규정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이는 대체로 종래와 같이 신해혁명을 분기점으로 한다.) 적는다.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공자(孔子), 노자(老子)’는 현지음으로 발음하지 않고, 현행 한자음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따라서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라고 하고,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라고 표기한다.
제2항 중국의 역사 지명도 마찬가지다.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 하고,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이에 따라 중국 남부에 있는 성 ‘광둥[廣東]’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적어, ‘광둥(Guangdong)’이라고 적는다. 이것을 우리식 한자음 ‘광동’으로 읽는 것은 바르지 않다. ‘남경, 가흥, 영파, 항저만’도 ‘난징, 자싱, 영파, 항저우만’로 표기한다.
다만, 제4항의 예처럼 많이 알려진 지명의 경우 관용을 인정하여 한자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베이징, 상하이, 황허’ 등은 ‘북경, 상해, 황하’로 표현할 수 있다. ‘천안문’과 ‘만리장성’, ‘자금성’도 한자음으로 표현하거나, 현지음 ‘톈안먼’과 ‘완리창청’, ‘쯔진청’으로 표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북경’과 ‘베이징’이라는 복수 표기를 인정한다. ‘베이징’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고 ‘북경’은 관용에 따른 표기다. 이는 중국 지명 표기에 대해 그 범위를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이전부터 한국 한자음으로 읽어 온 지명의 경우 허용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전 등에 관련 지명이 표제어로 올라와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