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격 인상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두 달 전 낙농가와 우유 업계 간 원윳값 협상이 시끄러웠다. 그러나 우유는 물가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였다. 이후 원유 가격은 인상됐지만, 정부 관계자는 원유 가격 상승이 곧바로 우유 가격에 반영되지 않도록 유업체 대표들에게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올해 안에 소비자 가격을 안 올라가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엔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우유 가격 인상을 내년 초로 미루면 내년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에 우유 업계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언론 매체는 이를 발 빠르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표기에서 ‘우유값’과 ‘우윳값’이 보인다.
○ 대형마트, 우유값 150원 올리기로, 1ℓ짜리 2,300원 판매 대형마트에서 파는 1ℓ들이 서울 우유값이 2,300원으로 인상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는 “24일부터 1ℓ들이 서울우유를 2,3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한겨레 경제, 2011년 10월 21일).
○ 우유값 인상 앞두고 아이스크림·커피·빵값 들썩, 우유값이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Milk Inflation)' 조짐이 일고 있다(중앙일보 경제, 2011년 10월 22일).
○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유업체의 우윳값 인상이 도미노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커피 전문점과 베이커리 업체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뉴스토마토 경제, 2011년 10월 21일).
○ 우윳값 다음 주부터 1리터에 150원 인상, 다음 주부터 대형마트에서 우윳값이 150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MBC TV 경제, 2011년 10월 22일).
앞의 두 예시는 ‘우유값’이라 했고, 뒤의 예시는 ‘우윳값’이라고 사이시옷의 표기를 했다. 두 단어는 ‘우유’와 ‘값’을 합성어로 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값’이 ‘가격’, ‘대금’, ‘비용’의 뜻을 나타낼 때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기름값/물값/물건값/부식값/신문값/우윳값/음식값’처럼 붙여서 적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말들이 합성어로 사전에 올라 있지는 않다. 따라서 그 표준발음이 확정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 제30항에도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 사이시옷을 적는다고 했다. 특히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뒤 단어의 첫소리 ‘ㄱ, ㄷ, ㅂ, ㅅ, ㅈ’ 등이 된소리로 나는 것)는 사이시옷을 적어야 한다. ‘귓밥, 나룻배, 나뭇가지, 냇가, 바닷가, 선짓국, 잿더미, 햇볕’이 그 경우다. ‘우유’와 ‘값’도 이 조건을 그대로 안고 있다. 즉 ‘우윳값’으로 붙여 쓸 경우 일반적으로 ‘값’이 ‘[깝]’으로 소리 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원윳값’이라는 단어도 사이시옷을 안 붙이고, ‘원유값’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도 그 표준발음이 정해져 있지는 않으나, 앞서와 같은 맥락에서 ‘값’이 [깝]으로 발음된다면, ‘원윳값’과 같이 표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합성어로 만들고 사이시옷을 붙이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변순용 외 저, 천재교육, 2011. 3 발행)에서 ‘윗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책은 매 단원 독서 토론, 논술 능력 향상을 위해 ‘자료 탐구’ 꼭지를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매번 ‘윗글에 나타난~’하면서 발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윗글’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윗글’은 ‘위’와 ‘글’을 합성한 단어인데, 국어사전에는 이러한 합성어가 없다. 물론 끊임없이 생겨나는 새말들이 대부분 파생이나 합성의 방법으로 기존의 단어들을 결합하여 형성되고 있지만, ‘윗글’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단어이다. 현실적으로는 ‘위 글’이라는 표현법을 쓰는 것이 좋다. 대학수학능력 시험 등에서도 ‘위 글에서 ~’ 이라는 발문을 이용한 문제를 내고 있다.
주변에서 사이시옷을 표기하면 흉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최솟값, 최댓값, 등굣길, 하굣길, 장맛비, 처갓집, 순댓국’ 등을 표기하면서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이는 모두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난다. 따라서 사이시옷을 넣어야 한다. 어느 시인은 이런 표기가 익숙하지 않고 정감이 안 간다고 했는데, 논리성이 없다. 바르게 표기하다보면 오히려 안정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