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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33)

늦게 핀 연산홍이 더욱 빛나고 있다. 붉기가 더욱 선명하고 환하다. 더디 핀다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때가 되니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연산홍에 대한 사랑이 식어질 때면 또 색다른 연산홍이 미를 선보이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선생님들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사람들에 눈에 띄지 않았지만 보배는 잘 간직하고 있다. 발견되어지면 그 때의 아름다움은 빛을 더해가며 아름답고 귀함에 매혹되고 말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바쁘다. 시간이 없다.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가정의 일 때문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다. 업무 때문만도 아니다. 시간만 나면 책을 보아야 하고 시간만 나면 생각을 하여야 하고 시간만 나면 교재를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배우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는 분이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은 배우는 일에 집중을 한다. 배우면 배울수록 기쁨을 더해간다. 진리를 깨달을수록 즐거움이 넘친다.

선생님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공자께서는 논어 학이편 제1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라고 하셨다. 배움은 기쁨이다. 배움은 즐거움이다. 배움은 행복이다. 배움은 자산이다. 배움이 있기에 성장이 있다. 선생님의 배움은 바로 학생들을 위한 양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선생님의 배움은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영양분을 쌓는 것이다.

선생님의 배움은 학생들의 성장에 기여한다. 그것을 아는 선생님은 배움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시간을 투자한다. 배움에 지치지 않는다. 배움을 소중하게 여긴다. 배움에 귀함을 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의미를 알기에 배움에 집중한다. 배우면서 성장하고 배우면서 깨닫고 배우면서 기쁨을 누리는 삶이 바로 우리 선생님의 삶이다. 이런 삶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그래서 즐거워한다. 친구가 있으면 외롭지 않다. 친구가 있으면 늘 새 힘을 얻는다. 친구가 있으면 용기를 얻는다. 친구가 가까이 있으면 더욱 좋다. 그 친구가 우리에게는 늘 있다. 우리 동료선생님이 친구고 동료직원이 친구고 우리 학생들이 바로 친구다.

친구는 우리에게 외로움을 주지 않는 다정한 분이다. 학생들은 우리들의 영원한 제자이자 친구이다.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 친구도 한 사람도 아니고 수십 명 수백 명이 있으니 정말 기뻐할 일이다. 공자께서는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라고 하셨다. 친구의 소중함, 친구의 귀중함을 알기에 이런 말씀을 하지 않았는가 싶다.

선생님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남이 인정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다. 선생님이 남의 칭찬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일만 묵묵히 할 뿐이다. 남을 의식하면 그 때부터 피곤하게 된다. 하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남에게 칭찬받으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 되면 그 때부터 힘들게 된다. 일에 재미가 없고 즐거움이 없고 기쁨이 없고 행복이 사라진다. 그런 것 개의치 않는 분이 선생님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군자이시다. 공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음이 군자가 아니겠는가?” 공자께서도 남이 알아주지 않음에 개의치 않고 감정표현도 안 했다. 화 같은 것 내지 않았다. 우리 선생님들도 그러하다. 그러기에 존경을 받는다.

선생님을 대접하고 대우하는 이가 점점 줄어져가는 세대에 살고 있다. 그래도 낙심할 필요 없고 실망할 필요 없다. 우리 선생님들은 자존심을 먹고 산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대접해주지 않아도 온갖 책임을 지워도 온갖 비난의 말을 쏟아내어도 움츠릴 필요 없다. 자기의 할 일만 잘하면 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학생들과 더불어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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