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파업이 진행된 9일 전국 학교 곳곳에서 급식차질이 빚어졌다. 전국 1217 개 초중고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그 결과 각 가정과 학부모들은 도시락 준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는 학교대로 단축 수업, 간식 준비 등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만약 앞으로 이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장기 파업 등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면 우리 교육과 학교에 큰 소용돌이가 몰아칠 우려가 있다. 이제 교육 당국과 학교회계직 노조원들이 팽팽히 맞서기 보다는 양측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물론 학교회계직원 노조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노동법 적용을 받고 있고, 노동자로서의 권리주장을 위해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파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해 당장 급식 중단 학교의 학생, 학부모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 갑작스런 급식 중단에 따른 학생, 학부모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 일반 근로 현장이 아닌 교육의 장으로서의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나아가 미성숙한 학생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 파업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중고교 학교회계직원은 50여개 직종에 15만여 명으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연합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산하 노조가입 인원은 3만5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등 급식종사원이 6만5천여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교무행정실무원 1만3천여 명, 특수교육보조원 6천7백여 명, 과학실험보조원 4천8백여 명 등이다. 따라서 이번 파업으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부문은 바로 학교급식이며 급식대란으로 이어질 경우 학교현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파업참가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및 불법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행정조치를 적용하는 등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급식 중단사태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볼 때 공허한 메아리에 가깝다. 또 학교장 입장에서 집단적으로 연가를 신청하는 경우, 연가시기 변경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최근 관내 학교에 “학교 비정규직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냄에 따라 학교장의 인사 통제권은 무기력하기만 한 실정이다. 이 경우 학교장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치사항이나 행정력을 행사할 여지가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나 학부모 동원 등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는 점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채용제한’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이달 중 2차 파업이 예상돼 있고, 장기적 학교급식 중단이라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체 인력풀의 투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쟁의행위 지배‧개입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하지만, 대체 인력 활용은 학생․학부모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강하고, 노조의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회계직원의 임금체계, 고용안정, 근무여건 등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보지만, 무상급식에 따른 교육예산 부족 등 재정여건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점진적 개선이 옳다고 본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위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해결자세를 견지하고,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와 노조가 외나무다리 대결을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다양한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여야 하며, 노조와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가 예산,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여 타당한 조건을 주장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올 연말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그들이 주장하는 요구사항인 호봉제 도입, 준공무원 내지 정규직 전환, 교육감 직접고용 및 직접적인 단체협약 요구 관철을 위한 파업은 일반 국민들에게 다분히 노조의 힘을 과시하는 정치파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거리로 나선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은 정규직 직원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임금은 더 적게 받는다고 성토했지만, 교육 당국은 무조건 그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없는 여러 가지 제약 사항이 엄연히 상존한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하다. 또한, 학교회계직원도 엄연히 책임 있는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무성을 갖고 파업 강행을 자제하여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파업의 이유와 과정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런 급식중단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자라나는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볼모로 한 쟁의와 그에 따른 권리쟁취는 결코 사회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호봉제와 교육공무직 전환 등과 같은 정규직으로서의 임금체제 개편은 단기간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검토해 나가야 하며, 비정규직 노조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요구 사항을 연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탄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여 학생들의 급식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은 학생들과 관계없는 성인들의 정책적 문제인 것이다.
학생 급식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은 학생들과 관계없는 성인들의 정책적 문제인 것이다.
결국 교육 당국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당노동행위자 엄벌, 합법 파업과 불법 파업의 한계 명확화, 무노동무임금 규정의 엄격 적용 등으로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학교회계직원들도 자신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학생들을 볼모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단의 목적 정당화는 언어도단이다. 아무리 목적이 타당에도 수단이 목적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이라는 극단적 요구보다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호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정부 당국과 비정규직 노조 측이 합리적인 대안 마련으로 이번 사태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학생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정당화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학생들은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숭고한 인격과 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존재이다. 특히 그들은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아갈 미래의 동량들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그들을 볼모로 하여 성인들의 파업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일그러진 모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