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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21세기 글로벌 시대, 바람직한 다문화교육의 방향

일반적으로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세계화 사회 내지 지식 정보화 사회로 명명되고 있다. 세계화 사회는 세상의 모든 인적ㆍ물적 체제(system)가 시시각각 변화와 발전 그리고 혁신을 거듭해 가는 역동적인 사회이다.

세계화 시대는 지구촌 구성원 모두가 단절의 시대를 넘어 열린 세계, 개방 사회로 나아가고, 지리적ㆍ시간적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서로 밀접하게 연대ㆍ연계되어 상호작용하는 사회이다.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 평범한 필부(匹夫)들도 모두 한 번쯤은 외국 여행의 경험을 가진 세상이 되었다. 또 대부분의 학교에서도 외모와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다문화라면 으레 동남아 혼혈인만을 생각하였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다문화의 범위는 전 세계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외모나 피부색이 차이와 배타적인 시선 때문에 우리 사회에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이들을 우리 국민으로 차별 없이 끌어안고 함께 가는 것이 다문화 교육이다.

2000년대 이후 세계가 지구촌 일일생활권으로 인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다문화 가정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자, 그리고 탈북자들로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2011년을 기준으로 상주 외국인 120 만 명 이상이 생활하는 나라가 되었다. 현재 한국의 다문화 가정 자녀인 청소년들도 15만 명 이상인 것으로 통계에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족수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기성세대들은 지난날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해서 순혈주의에 입각한 단일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강한 교화적(敎化的) 세뇌 교육을 받았다. 그러한 맹목적 주입식 교육의 여파로 우리는 한국 문화가 외국의 그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수ㆍ탁월하다는 신화적 왜곡에 의한 자긍심이 매우 높았다. 문화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특성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공유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그간 우리는 단일 민족만을 고집해 온 나머지 인종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다문화 교육이 반 쪽 짜리 교육으로 편향되고 말았다.

사실 과거에는 냉전적 이념 대립이 팽배하던 시대라서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물리적·심리적 국경을 높이 쌓고 각 나라마다 오로지 자국의 문화가 최고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던 때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이러한 사고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 사회로서 일일생활권을 이루고 생활하고 있다. 이념, 민족, 인종, 언어, 종교, 습관 등의 장벽을 허물고 65억 인구가 지구촌 가족으로 상호 배려하고 호혜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었고, 세계인은 지구촌 한 가족이 되었다. 모든 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란 일정한 시대, 지역 사람들의 일반화된 가장 편리한 생활 방식, 생활 양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소 불편하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되는 외국인들의 인사법, 식사법, 생활 습관 등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당사자에게는 그러한 생활 방식과 생활 양식이 몸에 밴 가장 편리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에서는 다문화 교육이 화두가 된다. 다문화 교육은 동화주의를 배격하고 문화적 상대주의를 지향한다. 다문화 교육의 핵심적 본질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소통이다. 즉,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과 시각에서 바라보고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자신과 사고와 행동이 다르면 정통이 아니라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다문화 교육에서 반드시 버려야 할 구태이다. 모름지기 다문화 사회의 다문화 교육은 모든 문화, 모든 사람들이 백인백색, 천차만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다문화 교육은 이전의 전통적 교육과는 달라져야 한다. 다문화 교육의 핵심은 어울림 교육과 창의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전통적 교육이 ‘한 줄 달리기’로 혼자 일 등하는 교육이었다면, 세계화 시대의 다문화 교육은 ‘여러 줄 달리기’로 모두 일등이 가능한 열린 교육이어야 한다.

물론 교육이 특성 상 경쟁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협동도 함께 강조하여야 한다. 경쟁 교육과 협동 교육이 적절하게 조화된 교육이 바람직한 다문화 교육의 지향점이다. 글로벌 지구촌 사회인 세계화 시대에는 천상천하유아독존식 천재, 전지전능한 신동보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겸비한 범재(凡才)가 필요하다. 자기 혼자서 훌륭한 산출물을 생산하는 유능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호하며 잠재적 가능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요구되고 있다.

오늘날처럼 다문화 사회, 다문화 교육이 일반화되기 전 역사를 거슬러 보면 식민지 통치, 쇄국정책, 사대주의 등이 문화적 상대주의를 배격한 동화주의적 매몰의 산물이다. 다문화 교육은 ‘모두 나를 따르라’, ‘한 줄로 앞으로 나란히’ 등과 같은 교조주의적 교화를 배격해야 한다.

다문화 교육이 단순히 외모, 피부색,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형식적인 교육이어서는 안 되며, 이들에 대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분명 다문화 교육은 이념, 인종, 종교, 언어, 습관 등 일상적인 생활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틀림’의 억압적 강제가 아니라, 서로 ‘다름’에 대한 인간적 배려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쌍둥이도 서로 다르듯이 세상에 내외성향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즉 겉 모습이 비슷한 사람은 많지만, 사고와 행동이 똑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옛 속담에 ‘열 길 물속을 알 수 있어도 한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오묘하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심리(心理)와 사고(思考)인 것이다. 그 천차만별, 백인백색의 사람들에게 학습자 중심으로 다가가는 교육이 곧 다문화교육의 출발점이다.

서로 다른 인간적 특성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겸허하게 배려하는 것이 곧 다문화 교육의 본질인 것이다. 다문화 교육이 측은지심 일변도로 전도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제 다문화교육은 각급 학교급을 막론하고 필수 교육이 되었다. 또 다문화 교육은 평생 교육 차원에서도 더욱 관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다문화 학생들도 어엿한 우리나라의 학생이며 국민이다. 또한 이들은 우리의 미래에 소중한 글로벌 인적자원이다. 그러므로 배타적ㆍ차별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편견의 벽을 넘어 따뜻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다문화 사회의 다문화 교육은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거부할 수 없는 도도한 물결이다. 다문화 사회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다문화 교육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다. 미래 사회와 나라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숲과 나무를 함께 보면서 학우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서로 보듬어 주는 교육의 지향하여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편향된 관점과 시각으로 타인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영상자아(映像自我)의 본질인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타인에게 맞춰가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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