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교육계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로 혼란스럽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거부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도교육청 간부와 25개 교육장 등 30여명을 특별징계위원회에 회부하자 경기도 일부 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 교장들에게 징계 철회를 요청하는 연대 서명을 받아 파문이 일고 있다.
경기도 중등교장협의회 등 4개 교장협의회 명의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발표하고, 일부 지역 교육교육청은 학교장들에게 징계철회 서명운동을 요구하고 그 서명지를 모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및 국회에 청원키로 하는 등 학교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론 한국교총 등이 강력 반발하여 중지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우려스러운 정치적인 처사이다.
물론 형식은 교장ㆍ교감의 자발적 참여로 포장되었지만, 이는 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의 파워 게임에 들러리로 일선 학교 교장ㆍ교감을 동원한 것으로 이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결국 서명을 놓고 갈등이 증폭되자 교과부는 경기도교육청 소속 초·중·고에 “교장들의 집단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당장 중지하라”며 “서명을 지속할 경우 엄정한 조사를 통해 법령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정부의 핵심정책을 일방적으로 거부해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교육감의 권한남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정서이다.
특히 상하위 교육기관 간의 갈등으로 발생한 문제를 교장·교감의 서명운동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고, 또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다. 또 책임전가식 이전투구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이번 경기도내 교장·교감들이 지역별로 진행한 서명운동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교육 관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측면보다는 타의적이며 상황논리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직무명령권자의 인사 권력에 압도되어 ‘울며 겨자 먹기’식 서명이 벌어졌다는 점도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편안한 배움터로서의 학교를 안전 관리하게 하기 위해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이다. 신성한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것이 정치적 논리에 예속되거나, 교육 행정 당국의 흥정이나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근절한다는 본래의 목적은 뒤로한 채, 학생부 기재 거부에 대한 책임자 문책을 놓고 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 간에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부 교장·교감들의 입장 표출로 교육계 구성원간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사태에 대해 문제 당사자인 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이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추후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서명 파동과 같이 상하위 교육 행정 당국 간의 갈등으로 발생한 문제를 교장․교감의 서명운동을 통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호소하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으며, 서명운동이 자칫 교육계 구성원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극심한 분열을 초래하고 조장하여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관련 교육 당국은 문제를 유발한 책임을 크게 통감해야 할 것이다.
무릇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은 지방 교육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시ㆍ도교육청의 정책 방향,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신념에 부딪혀 제동이 걸리고 교육현장이 대결의 장으로 변해서는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교육계의 혼란을 벗어날 수 없다. 국가와 정부의 교육 정책과 시ㆍ도교육청의 교육 시책이 보조를 맞출 때 보다 교육 발전과 훌륭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 그것은 교육의 중앙 집중화와 지방 분권화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다.
미래의 동량을 기르는 교육은 이념 논리, 정치 논리에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교육적 논리로 풀고 교육적 입장에서 전개해야 한다. 교육감은 개인의 이념 성향을 초월하여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전 시ㆍ도민을 위한 교육 행정을 전개해야 한다. 보수 교육감이 보수 이념의 교육 행정 논리에 경사되고, 진보 교육감이 진보 이념의 교육 행정 논리에 매몰되어 비뚤어진 교육 행정을 전개한다면 교육계와 전 국민들의 갈등과 대립, 분열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번 교장교감의 서명 사태를 유발한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무조건적인 거부와 이에 대한 징계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교과부와 시ㆍ도교육청은 더 이상 아전인수(我田引水)적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바람직한 대안 마련에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특히 교육 행정 당국의 이전투구에 선량한 교장ㆍ교감들을 들러리 세우거나 괴롭히지 말기를 기대한다.
이번 서명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타산지석은 학생들이 편안하게 배울 수 있는 보금자리로서의 반듯하고 안전한 학교 정립과 학생 안전 지킴이로서의 교직원들의 역할 제고라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장ㆍ교감의 서명 사태는 본질과 정곡을 차치하고 변죽만을 울리는 처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과 교육계에서는 안전한 학교, 학교 폭력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안전한 학교 바로 세우기’에 함께 뜻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