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2 (월)

  • 맑음동두천 2.1℃
  • 맑음강릉 11.9℃
  • 맑음서울 3.9℃
  • 맑음대전 7.5℃
  • 구름조금대구 14.0℃
  • 맑음울산 12.6℃
  • 연무광주 9.3℃
  • 맑음부산 14.2℃
  • 맑음고창 7.9℃
  • 연무제주 15.0℃
  • 맑음강화 1.9℃
  • 맑음보은 7.6℃
  • 맑음금산 8.0℃
  • 구름많음강진군 10.7℃
  • 맑음경주시 10.1℃
  • 맑음거제 1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제언·칼럼

대학 교수의 학생 장사? 대학의 도덕적 해이 심각해

며칠 전 경북의 한 사립전문대가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고교 교사들에게 금품을 뿌렸다가 적발됐다. 검찰은 "학생 1인당 20만원씩의 사례비를 정해 교수와 교사가 학생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이 같은 뇌물공여 협의 등으로 이 대학 총장을 구속 기소하고, 범행을 도운 입학처 교수·직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학생이 지원하도록 권유한 뒤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경북 지역 고교 교사 48명을 적발, 이 중 1,000만원 이상을 받은 7명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1000만원 미만을 받은 나머지 41명은 경북교육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 같은 학생 거래를 속칭 '두당(頭當) 치기'라고 불렀다. 구속된 이 대학 총장 등은 지난 2008년 입시를 겨냥, 2007년 4월 홍보 교수들을 고교 3학년 부장 교사들에게 보내 "학생 모집이 완료되면 1인당 20만원씩의 사례비를 지급하겠다"고 제의했다. 이후 학생 모집이 끝난 이듬해 2월 고교별로 입학한 학생 수를 계산해 현금을 포장해 전달했다.
 
해당 대학의 이런 도덕적 해이에 휘말린 이 지역의 한 교사는 약 3년 동안 239명을 입학시켜준 뒤 4780만원을 받았고, 또 다른 교사는 같은 기간 3차례에 걸쳐 2480만원을 받았다.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교사 7명 중 4명은 공립, 3명은 사립고교 교사였다. 돈을 받은 부장 교사들은 고교 졸업반  담임교사들과 나눠 갖거나, 유흥주점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매년 지원자 수와 등록률이 감소하던 이 대학은 2008년 돈을 뿌린 이후 2009년 2581명, 2010년 3377명, 2011년 3846명 등으로 지원자 수가 늘었다. 이 대학은 또 교직원 39명을 재학생으로 둔갑시키고, 교직원 지인의 명의를 빌려 입학원서를 작성한 뒤 제적시키는 수법으로 정원 충원율 등 대학 평가 지표를 부풀려 국고보조금 5억6800여만원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육영을 근본적 목적으로 하는 대학의 도덕적 해이가 갈 데까지 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학의 비리와 부정이 비단 이 대학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학교처럼 학생 정원 채우려고 고교 교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부실대학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초에는 고교 교무실에는 대학 교수들이 찾아오는 것이 이제 평범한 일이 된 지 오래되었다. 교수 손에는 커피믹스와 음료수 박스 등 금품이 들려있다. 교수들은 쭈뼛거리며 고교 졸업반 담임 교사들에게 당해 학교 졸업생의 자기 대학 진학을 부탁한다. 교수들은 또 수시와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다시 고교를 찾아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고등학교에는 '교수 출입 금지'라는 경고문이 내걸리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곤 한다. 일부 대학 교수들은 고교 졸업반 담임 교사들에게 회식을 시켜주고 회식 후에는 현금 봉투 등 금품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부실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가 고교로 찾아가 “신입생을 보내달라”며 교사들에게 로비를 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고교 교사들에게 '로비'를 하는 관행은 수십년 째 이어져 오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대학이 급증하면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된 대학들이 '졸업장 장사'를 하기 위해 각종 수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현상은 앞으로 더욱 첨예화될 것이다.
 
사실 부실대학의 학생모집 부담은 대부분 교수들에게 떨어진다. 대학 교수가 학생 모집책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교수들에게 각자 모집 학생수를 할당하기도 한다. 일부 대학은 신입생 유치 실적을 재(再)임용에 반영, 교수들 사이에서 "교수가 영업사원하고 다를 바 없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학문 연구에 진력해야 할 교수가 학생 장사(?)를 위한 ‘영업 사원화’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우리 모두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학들의 고교 교사 로비 백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드러난 곤 하였다. 대학의 각종 접대성 로비도 혀를 찰 정도로 치졸하고도 치열하다. 형식상 입학설명회도 로비의 통로였다. 일부 고교에서는 노골적으로 대학의 로비를 경쟁적으로 부추기기도 한다.
 
대학 교수들의 로비 관행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低)출산 영향으로 대학들의 학생 모집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대학 입학 정원과 고교 졸업 정원이 역전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부족한 대학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이기에 이와 같은 대학의 도덕 불감증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수와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부정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이 현 주소이자 서글픈 자화상이기에 그저 씁쓸하기만 한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곧고 바르고 진솔하라’는 것인데, 대학과 대학 교수의 ‘학생 장사(?)’는 이와 같은 정직, 근면, 성실 등과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인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