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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개선제도

최근 충남교육청의 교육전문직 선발 비리 문제가 한국 교육계 최대의 뉴스가 되고 있다. 그 어느 직종보다 청렴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계가 갈 데까지 갔다고 비관적으로 한탄하는 국민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교육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물론 충남교육청의 교육전문직 비리 문제는 진상을 밝히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를 하여야 한다. 교원 인사 제도와 교육전문직 선발 제도 등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명명백백하게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차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경찰의 교육전문직 시험 비리 수사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충남교육청이 고육지책으로 교육전문직(장학사) 전형 방법 개선을 위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전문직 제도 혁신과 시험 비리의 근절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이번 충남교육청이 교육전문직(장학사) 전형 방법 개선을 위한 쇄신안을 발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 관행과 병폐가 내재된 시험 비리를 척결해야 했음에도 방관하여 사태를 교육감 음독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높은 게 현실이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격’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수년 전에 서울교육청에서 교육전문직 비리가 발생하여 교육감이 중도 하차하는 일이 있었다. 소위 ‘하이힐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로 시작되었지만 그 배후에 숨어있는 엄청난 비리가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다. 교육전문직 비리의 윗선에 교육감이 있었던 것이다.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이런 부정과 비리 과정을 거친 교육전문직들이 학교에 나와서 교감, 교장이 되니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는 비난을 많이 했었다. 교육전문직이 되면 교장까지는 무임 승차로 승진이 보장되어 있는데 그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당시에도 진단을 했었다.

국민들은 이번 충남교육청의 교육전문직 시험 비리는 당시 서울교육청의 사건보다도 그 강도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차제에 교육전문직 전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야말로 껍질이 깨지는 아픔으로 ‘혁신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이날 충남교육청이 발표한 쇄신안은 현 상황에 대한 개선 의지는 없고 사후 대책만 줄줄이 늘어놓은 형국이다. 이날 갑작스러운 쇄신안 발표가 오히려 관련 혐의로 2차례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후 음독자살을 시도한 현임 교육감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전문직 시험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것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발표를 통해 교육전문직 시험 비리의 위선을 보호하고 사회적 비판을 하루빨리 희석하기 위해 물 타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충남교육청이 제시한 교육전문직 제도 쇄신안의 핵심은 출제 및 선발제도의 경찰, 보안전문업체 합동으로 보안 강화, 외부 전문가와 도의회, 교직단체, 언론기관 등 외부기관 대표 참여로 투명성 강화, 전형 방법 쇄신을 통한 공정성과 객관성, 전문성 등 제고, 교육전문직의 조기 승진 제도 개선, 그리고 이번 교육전문직 직ㆍ간접 연루자의 3월 정기인사 시 엄중 문책 인사 및 분위기 쇄신 인사 단행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특별한 것도 없는 데다, 이미 상식적으로 개선했어야 할 내용들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전문직 선발과정의 투명성은 확보할 수 있겠지만, 현직 교육전문직 제도에 대해선 개선책이 미흡하다. 특히 교육전문직이 교감, 교장 등 고속 승진에 대한 제한책이 결여되어 있다. 외국처럼 교육전문직으로 전직하면 교감, 교장 등 교원으로 재전직을 제한하는 등 교육전문직, 교원의 투 트랙 인사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게 현실이다. 분명히 교원이 교육전문직으로 전직하여 고속 승진하여 남는 임기를 교장공모제 등에 기웃거리며 임기 연장하는 병폐를 과감히 차단하여야 한다.

사실 교육전문직 제도 개선은 교감, 교장 등 승진 제도와 연계하여야 한다. 이 교육전문직과 교감, 교장 등 승진제도의 혁신이 교육전문직 비리를 막는 제도 개선의 열쇠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순히 응시 교육경력만 17년에서 20년으로 상향 조정한 제도 개선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교육전문직 비리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쉽게 풀수 없다. 하지만, 본질을 알면 의외로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교육전문직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서 개선책이 출발해야 한다. 아전인수적 사고를 버리고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교원들이 장학사(관), 교육연구사(관) 등 교육전문직으로 가는 것은 전직 개념이다. 제도상으로는 승진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교육전문직이 되면 교장까지는 따논 당상이라는 게 자타의 인식이고 정설이다. 아울러, 교육장ㆍ직속기관장 등으로 가는 첩경인 것이 현실이다. 교육전문직들은 말 그대로 전문직의 전문직으로 교육과정과 장학, 수업 등에 대한 고도의 교육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게 마땅한데, 당사자들이나 교육 현실은 저 멀리 교장, 교육장 등 승진을 바라보고 잇다는 제도적 이론과 현실적 실제의 괴리가 넓은 것이다. 이 제도와 실제의 틈(gap)을 메우는데서 교육전문직 제도 개선책이 출발하여야 한다.

분명히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능력 있는 교원들은 당연히 교육전문직으로 선발하여 근무하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도를 실천하고 있는 참 스승, 승진욕이 없는 정녕 일하고자 하는 상록수 교원들을 교육전문직으로 발굴하여야 한다. 전국적으로 교육전문직 시험에 기웃거리지 않는 교원이라도 능력과 자질을 가진 교원들은 특채하여 교육전문직으로 초빙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여야 한다. 또 교원과 교육전문직의 상호 전직이 교육과 교육행정에 상호순환적 새바람을 불어넣어주는 장점도 극대화하여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전문직 전직이 교감, 교장 등 승진과 직결되는 현실이다 보니, 그 선발과정이 과열되지 않을 수 없고, 과열되다보니 비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연, 지연 등이 작용하여 비리가 발생하고 나아가 금품 수수와 향응 제공이 만연하는 것이다. 나아가 면접, 현장평가(실사) 등에서는 다분히 얼굴 장사(?)의 불공정성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인우 관계에 의해서 당락이 가름되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응시자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현직 교육전문직과 교육전문직 출신들에게 줄을 대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충남교육청의 이번 교육전문직 인사비리의 단초를 수년 전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전형제도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원로 교육자들이 많다. 당시 전국 각 시ㆍ도교육청은 사(오)지 선다형 문제(제1차), 교직 논술(제2차), 현장 실사(제3차) 등의 단계적 교육전문직 전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충남교육청은 제1차 전형을 단답식 문제로 과시하고 제2차, 제3차 전형은 타 시ㆍ도교육청과 같은 유형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제1차 전형 논술, 제2차 전형 면접, 제3차 전형 현장평가 등으로 전형 방법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제2-3차 전형의 배점을 크게 높였다. 응시자들에게 소위 인우 관계에 의한 ‘얼굴 장사’를 방조한 것이다. 부정과 비리를 막기보다는 오히려 그 보이지 않는 문을 더 열어둔 것이다. 심사위원ㆍ평가위원을 직ㆍ간접으로 아는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게끔 제도가 개악된 것이다. 단답식 평가의 병폐를 개선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궁극적으로 단답식 평가의 변별력 장점을 간과한 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충남교육청의 교육전문직 제도 개선책인 수능 수준의 보안 강화, 출제위원과 선제위원 분리, 외부 전문가 위촉, 출제 및 면접위원 초ㆍ중등 교차위촉제 도입, 무능 교육전문직 교사 재전직 등이 실제 현장에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이미 단정하는 분위기를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 이번 충남교육청의 교육전문직 비리 문제에 즈음하여 우리는 어렵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여 교육전문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전문직들이 기득권을 버린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전문직을 승진 개념이 아니라, 순순한 교육적 봉사와 교육전문성 발휘로 접근토록 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전문직 비리 예방의 미봉책이 아니라, 근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전문직 문제는 선발 전형, 전직, 업무, 승진과의 연계성 등 제 방면에 걸쳐서 대대적인 수술이 되지 않고는 미봉책에 그치고 말 것이다.

수년전 서울교육청, 이번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비리에서 보듯이 곪을 대로 곪아터진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지 차후에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빈발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증상을 진단하여 올바른 수술 처방을 하지 않으면 차후에도 교육전문직 문제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특히 교육전문직과 교감, 교장 등 승진의 구조적 문제를 혁신해야 한다. 교육전문직이 일반 교원들보다 고속으로 승진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교장임기제와의 연계도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전문직들이 고속 승진하여 중임 이후의 남은 임기를 교장공모제에 편승하여 교묘하게 임기 연장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하는 제도적 모순도 과감하게 혁신하여 할 것이다. 이제 교장직을 대학처럼 보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부 교직단체의 주장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리하여 교육전문직 제도, 교장 임기제, 교장보직제 등이 우리 현실에서 연계 가능한지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원 인사제도에서 교장임기제와 원로교사제도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도, 원로교사제도가 유명무실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교원들은 모름지기 가르치는 것이 본분인데 왜 교사인 ‘원로교사’를 외면하는 지를 성찰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수년 전 서울 교육청 교육전문직 비리, 이번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비리 문제를 바라보면서 두 가지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하나는, 그동안 승진에 연연하기 않고 교육전문직으로 최선을 다해 묵묵히 헌신한 교육전문직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도 야근을 마다 않고, 방학도 없는 현실 속에서 오로지 교육과 교육행정에 충실히 임한 이름 없는 교육전문직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교육이 이 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교육전문직들이 비리 연루자로 매도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이번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비리 사건이 현직 교육전문직, 교육전문직 출신 교원, 그리고 교육전문직 출신 퇴직 교원들의 사기와 자긍심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고 해도 완벽한 제도는 세상에 없다는 평범한 지리를 재음미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교육전문직 제도가 미흡한 면이 없지만, 비리는 이를 운영한 사람의 잘못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탈과 도덕적 해이가 세상의 크고 작은 비리와 사건의 근원(根源)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비리 사건을 ‘제도 탓’보다 ‘사람 탓’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남 탓’보다는 ‘내 탓’으로 자성해야 한다.

물론, 이번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제도 개선안에 대해서 그 실용성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전문직 비리를 근절할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은 게 사실이다. 왜 그동안에도 이를 실천하지 못했느냐는 힐난도 많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제도와 규정, 그리고 사람의 인식이 함께 개혁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 발표한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개선제도가 ‘사후약 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냉소적 비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교육전문직 개선책에 일말의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교육이 국가백년지대계로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에도 끊임없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굴렁쇠이자 깨끗한 거울이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교육은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인재 양성처럼 숭고한 가치를 우리 모두는 소중하게 감싸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렵더라도 함께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전문직 제도 개선에 대한 천착(穿鑿과 혁신도 이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지난날 민주화의 바람에 편승하여 대학 총장, 교육감 등이 직선제로만 바뀌면 모든 것이 완벽할 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러한 직선제의 폐단이 임명제보다 더 하다는 비판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전국에서 여러 명의 교육감들이 사법 처리되었고, 현재도 민선인 교육감 17명 중 4명이 수사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모름지기 교육과 교육행정은 어렵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함께 보듬어 가는 길이지, 떼어 내 버리고 따로 가는 길이 아니다. 이번 충남교육청 비리 사건이 ‘교육고’과 ‘교육행정’ 개혁이라는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사고(産苦)이기를 기대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한국 교육전문직 제도 혁신의 한 알의 밀알, 한 줌의 소금으로 기록되기를 소망한다. 진정으로 국민 모두가 타인에게 돌을 던지기에 앞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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