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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빗소리 들으며 허브차 한 잔 어떤가요?"

학년초, 학교가 바삐 돌아간다. 교직원 친목 도모 차 회식 기회도 내기 어렵다. 부장들 모임도 퇴근 후 개인 사정을 고려하니 전부가 모이기 어렵다. 모임이 몇 차례 연기된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 없다.

우리 학교가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만 3개다. 교육부 지정 창의경영학교, 혁신 거점학교, NTTP 연수원 학교.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예년과 같지만 외부 손님 방문이 잦다. 그 만치 일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로로 건강을 해치는 교직원도 나온다.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제 퇴근 후 군포 철쭉 동산에 가서 활짝 핀 철쭉을 보며 바람을 쏘이기로 했다. 그러나 비가 온다. 야외활동은 무리다. 장소를 바꾼다. 화성시 매송면에 있는 허브농원. 허브 향내 맡고, 따끈한 허브차 마시며 대화 나누고 기념으로 허브 식물 하나 골라 가져올 수 있다. 비용은 4천원. 괜찮은 가격이다.




수원 모 초교 학교운영위원이 이 곳을 방문했다. 그 학교 교장과 운영위원장이 구면이다. 세상이 이렇게 좁다. 허브냉차를 건네 준다. 학운위를 끝내고 화합의 시간을 갖는 중이라고 알려 준다. 학운위원들이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학교교육에 힘을 합치는 것, 좋은 일이다.

농원을 돌아다니며 로즈마리, 페파민트, 스피아민트, 라벤더 등의 잎을 손으로 비벼 코에 가져다 댄다. 향내가 다 다르다. 새장의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과자 한 조각 먹으며 차 한 잔 마시는데 '후두둑'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시각, 청각, 후각이 낭만적이다.


어떤 분은 비오는 날이면 삼합에 막걸리 한 잔이 그립다고 하는데 지금 학교 분위기는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 우선 자가용 출퇴근이라 음주 운전은 아니되고 음주와 가무를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대부분 퇴근에 쫒겨 가정으로 직행이다. 직장과 가정에 충실한 것이다.

우린 때로 생활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게 사치가 아니다. 바쁘지만 정신적 여유가 중요하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침잠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생활이 재충전 된다. 우리의 정신과 육체, 휴식의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 아닐까?

허브 화분 하나씩 들고 칠보산 자락 아래 00농원으로 향한다. 저녁식사를 하려는 것이다. 단일 메뉴로 유황오리 로스인데 주차장이 꽉 차 있다. 평일 저녁인데 손님이 많다. 익은 고기를 마늘 하나 보태어 상추에 싸서 입에 쏙 집어 넣는데 맛이 일미다. 숯불에 구어진 고구마는 서비스다.

교직원은 학교가 직장이다. 직장이 행복해야 일이 능률이 오른다. 교육이 잘 되려면 교직원이 행복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학부모도 행복하다. 그러려면 교사 스스로 행복을 창조해야 한다. 일부러라도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 꼭 필요하다. 야외에서 허브차와 함께 하는 여유의 시간,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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