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법원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 계획은 교육부 지침에 맞지 않으므로 수정하라고 한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전북교육감에게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시·도 교육감은 본래 국가 업무인 교원능력개발평가 업무를 국가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에 교육부 명령과 지침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
교육부는 수년 간의 시범 운영을 거친 후인 2011년 2월 '교원 연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그해 3월부터 전국 1만1000개 초·중·고교에서 일제히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사실 시범 운영 기간에도 갑론을박 혼란과 갈등, 대립으로 교육과 학교가 크게 흔들렸다. 정말로 어렵게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지자체 정신에 맞게 지역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자체 계획을 따로 만들어 시행했다. 즉 교장ㆍ교감 등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교육부 지침상으로는 평교사를 평가할 때는 교장이나 교감을 평가자에 포함해야 하는데도 평교사끼리만 평가하도록 요강을 변경해 시행했다. 또 평가 방법도 점수를 주는 계량적 평가와 서술형 주관 평가를 함께 하도록 한 교육부 지침과 달리 서술형 주관 평가만 해도 되게 고쳤다. 평가 결과가 나쁜 교사들에게 장·단기 직무 연수를 실시하도록 돼 있던 부분도 연수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게 바꿨다.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전국적 지침을 어기고 자의적이고도 형식적인 평가로 왜곡한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전북교육감에게 교육부 지침에 맞춰 전북교육청의 평가 계획을 다시 세우라고 명령했지만, 전북교육감은 이를 거부하고 교육부 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주지하디시피 우리나라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사교육을 잡으려면 교원능력개발평가로 교사들에게 자극을 줘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그리하여 수년 간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올해로 시행 3년차를 맞고 있다. 현재 전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교육부 지침에 맞춰 교원 평가를 하고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사 능력을 다면적으로 객관적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 결과가 우수한 교사에게는 학습연구년제, 승진 및 전보 우선, 표창 및 포상 수여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반대로 평가 결과가 좀 낮게 나온 교사에게는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이름그대로 교원능력개발 관련 직무 연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도 자발적으로 직무연수에 참여해 교육과정 전문성, 수업 전문성, 학생 지도 능력 등을 길러 훌륭한 교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아 선순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북교육청처럼 동료들끼리 적당히 봐주는 식으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무시해도 좋은 것이라면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하나마나다. 엄청난 예산 인력을 들여 범국가적ㆍ범정부적으로시행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진부한 구태인 것이다.
한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 국민의 86%, 교원의 69%가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방법적 문제에는 이의가 많지만 그 취지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전교조 등의 눈치를 보며 두 번이나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폐기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는 현재는 대통령령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국회가 조속히 법률로 법제화하고 명문화해야 더 이상 소모적인 혼란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국회 통과로 법제화가 시급한 법률이 곧 교원능력개발평가제 법안인 것이다.
교육은 가치지향적이지만 교원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교육감도 마찬가지로 가치 중립적 입장에서 교육 행정을 수행해야 한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 교육에 이념적인 보혁(保革)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항상 보수적인 교육감은 교육부 정책에 순응하고 진보적인 교육감은 비판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태도도 교육에서는 소망스럽지 않다. 이데올로기로는 보수적, 진보적 성향의 구분이 있겠지만, 교육 행정을 수행하는 데는 이념적 사고와 행동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언행이 자신의 사고에 매몰되어 꼼짝달싹 못하는 ‘동굴의 우상’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보수적 교육감, 진보적 교육감의 양분적 시각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보수적 교육감이건, 진보적 교육감이건 그 교육 행정을 수행하는 대상은 국민 모두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 서울교육감이 진보적 성향으로 마구 입안, 시행한 각종 정책들이 교육감이 바뀐 최근 갖은 몸살 속에 수정, 폐기되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현행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에는 문제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평가 대상 교사의 수업을 한 번도 참관하지도 않은 학부모가 평가자로 참여하는 게 그렇고,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제도상 동료 교원 간의 평가도 공정성과 객관성이 완벽하게 담보되지도 않았다.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 학생들이 감정적인 평가, 선호도 평가식으로 왜곡되고 굴절되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 교원들도 다수 있는 것도 부인 못할 현실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설파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전무하다. 따라서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계획과 법령대로 시행하면 차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육부장관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교육감이 성향이 다르다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갈등을 야기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학부모,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전북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원능력개발평가 관련 소송의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승패를 떠나 이제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에 대한 갈등과 대립을 종식하고,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안정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그동안 우리 교육계의 혼란의 대주제였던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의 안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