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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한자교육 강화, 한글교육 보완으로 접근해야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올 2학기부터 초ㆍ중학교에 한자(漢字)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 한자교육 부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자교육이 한글전용정책에 반한다는 비판과 학생들의 어휘력과 독해력 등을 신장한다는 논란이 첨예화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한자교육 찬반론자들 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자교육에 대한 찬반 논쟁은 한글 및 한문 관련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국회에도 입법 발의돼 있는 상태이다. 그동안 한자교육 찬반 관련 세미나, 심포지엄, 포럼 등도 활발하게 개최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한자교육은 1969년까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괄호 안에 넣는 병기(倂記)를 시행했지만, 1970년 한글전용정책 추진으로 교과서에서 사라졌고 1972년 교육용 기초한자가 제정된 이후 중등학교에서만 정규 교과로 실시된 바 있다. 이후 수십 년 간 초등학교 단계의 한자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중ㆍ고교에서도 피상적으로 기초한자 900자를 익히는 정도에 머물러 왔다.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초ㆍ중학교는 공통교육과정, 고등학교는 선택교육과정 체제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범교과 차원에서 39개 주제 중 하나로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초등학교 차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방과 학교 등에서 학교별로 한자교육이 미미하게 이루어지는 형편이다.

한편 중학교에서는 한문이 다른 외국어 과목과 함께 선택 과목에 포함되어 204시수를 이수토록 편제되어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생활ㆍ교양영역의 보통교과로 한문 ⅠㆍⅡ를 기술ㆍ가정, 제2외국어, 교양 등 교과(군)과 함께 일반고 16단위, 특목고 등 12단위를 이수토록 편제돼 있다.  한자교육 찬반논쟁의 핵심은 국어의 대부분이 한자 조합으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의사소통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상태에서 한자교육을 하는 것은 언어관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글전용정책을 옹호하며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측은 초등학교 때는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가르쳐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올바로 알게 해야 한다며 조기 한자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자교육에 앞서 한글교육을 더욱 내실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측은 수십 년 간 지속된 한글전용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이 기본 한자도 이해하지 못하여 생기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생활에서의 불편이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초적인 한자어로 된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국어교육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한자 조기교육을 주장하고 있다. 한글전용교육이 읽기는 잘 하는데 뜻을 모르는 한자 문맹만 양산한 절름발이 교육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수년 전 한 여론 조사가 밝힌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한자 실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기 부모 이름을 한자로 바르게 쓰지 못한 비율이 70%-80%라는 사실은 우리 한자교육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한자교육의 찬반 논란에 즈음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한자교육과 한글교육이 병립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한자교육과 한글교육이 상호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한자교육과 한글교육은 택일의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자교육, 한극교육이 함께 강조되는 보완의 입장이어야 한다. 한자교육 강화가 상대적으로 한글교육을 소홀히 할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한글교육, 한자교육이 충실하게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튼실한 한글교육의 바탕 위에 한자교육을 내실 있게 더해 가는 교육 체제가 바람직한 것이다.

특히 한자는 학생들의 어휘력, 이해력, 표현력 및 의사소통력 등을 신장하고 독서, 논술 능력을 신장시키는데 필수적이다. 한자교육은 전 교과 학습과 인성함양에도 긍정적ㆍ효과적이다. 한자는 우리 실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나아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이 동북아시아의 발전을 주목하고 한․중․일 중심의 한자문화권 시대가 도래한 현실에서 장기적으로는 한자가 영어에 버금가는 국제경쟁력이 갖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한자교육 강화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한자교육이 더욱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한 한자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중등학교에서도 한문 선택 과목 등에서 한자교육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학교급별 수준에 맞는 한자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각종 교원연수에도 한자교육 과목이 증설돼야 할 것이다. 

현행 주5일수업제 체제하에서 한자교육 과목을 교육과정의 정규 교과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국어과, 선택 과목, 창의적 체험활동 등에서 충실하게 이수하는 길이 바람직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어 교과서에 한자 병기 부활과 함께 대입수능에서도 한자 문제를 1-2문제 출제를 고려해야 하고, 각종 임용ㆍ채용시험에서도 일정한 등급의 한자능력검정시험 통과자에게 응시자격 부여 등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자교육 찬반 논쟁은 택일, 배제의 논리가 아니라 병행과 상생의 논리로 풀어나가야 한다. 특히 기성 세대의 입장이 아니라 자라나는 학생들의 입장과 눈높이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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