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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들이여, 학생들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라!

헉, 세상에 이럴 수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중학교 때 좋지 않은 추억을 주었던 담임을 여기서 만나다니? 저 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을까?

자초지종은 이렇다. 2001년, 모 지역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시절에 장학지도를 나간 학교의 교장실에서 중 3담임을 만난 것이다. 그 당시 장학지도를 나가면 교장실에 들려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교감이나 부장교사를 만나 장학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니까 교장실에서 차 한 잔을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출입문이 스르르 열린다. 키가 커다란 한 분이 들어오신다. 그 분은 외부에서 손님(필자)이 방문 중인 것을 알았는지 한 걸음 들어왔다가 뒷걸음쳐 다시 나간다. 그 학교 교장에게 물었다. “지금 들어오신 분, 누구시죠?” 대답은 “잘 모르는 분입니다.”

중 3담임은 몇 년 전 모 지역에서 중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 퇴임하신 분이 왜 중학교를 방문하실까? 예고도 없이 후배교장을 방문하니 못 알아보는 것 아닐까? 학교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퇴직한 분들의 학교방문 물건 판매 행위라는데 그것은 아니겠지?


그 분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은 두 가지. 1971년이니 지금으로부터 42년 전 이야기다. 그 당시 졸업앨범을 사면 담임에게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 모르나 필자는 앨범을 살 형편이 못 되었다. 그러면 그것으로 끝났어야 하는데 괘씸죄에 걸려 미움을 받은 것이다.

그 때 담임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관아, 앨범을 살 형편이 안 되나 보구나! 앨범은 못 사지만 공부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편모슬하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 그 학생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불쌍히 여겨 따뜻하게 대할 수는 없었을까?

또 한 가지. 필자가 다니던 중학교는 도서관 이용실적이 뛰어난 학생에게는 매월 학교장 표창이 있었다. 공부는 잘하는 편에 속하였지만 도서관에 보유중인 참고서로 공부하느라 도서관 이용횟수가 조금은 많았나 보다. 그래서 학교장 표창을 받게 되었다.

운동장에서는 대표학생만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받고 나머지 학생은 교실에서 반학생들 앞에서 전달받는 것이 그 당시 관례였다. 담임은 그게 싫었던 것일까? 상담실 같은 곳에 따로 불러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격려의 말은 기억하지 못한다.

학생에게 정(情)이 안 가고 졸업앨범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할 수는 없었을까?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교사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게 사람의 크기라는 것이다. 통이 큰 사람은 자잘한 일보다 큰 것을 본다.

그 당시 중3 담임 성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억지로 기억해 낼 필요도 없다. 1990년대 말 경기교육수첩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알아서 무엇하랴? 이름조차 기억하기 싫은 선생님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던데.

지금 50대 후반이 되어 후배교사들에게 하는 말, “교사들이여, 학생들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라!” 가정에서 사랑이 부족한 학생에게 사랑을 더 베풀어주는 여유를 가져라. 말썽 피는 학생이 있어 속이 썪는다고? 그런 학생이 있기 때문에 교사가 존재하는 것이고 거기서 내 보수가 나오니 얼마나 그 학생이 고마운 존재인가?

“학생들에게 학창 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어라”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하찮게 보이지만 그들이 어떤 위대한 인물이 될지 모른다. 그들이 어른이 되어 모교와 선생님과 교육에 대해 좋은 추억의 이야깃거리를 풍부히 만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그게 좋은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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