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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태안 사건 그후, 우리에게 남겨진 사명은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폭염과 장마가 계속되었다. 더러는 개학 연기를 거쳐서 전국의 초ㆍ중ㆍ고교, 대학이 일제히 개학을 했다. 처서가 지났지만 아직도 폭염이다. 오는 9월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예보이다. 각급 학교에서 전기 절약 때문에 학생들이 교실에서 찜통 더위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아열대 국가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태안 해병대 병영체험 고교생 익사사건! 아직도 우리의 기억과 뇌리에 생생하다. 지난 7월 어른들의 잘못으로 꽃다운 고교생 5명이 익사한 이른바 태안 사건이 지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우리들의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는 망각의 한 단편이 되어 가는 즈음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아무래도 산 사람의 슬픔이 죽은 사람만 하겠느냐고 했는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언제나 그러듯이 죽은 아이들만 불쌍하다. 이 시대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걱정하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떠난 가녀린 넋들에게 거듭 애도를 표한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이 지난 지 어느 덧 한 달, 우리에게 남긴 진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 던져 진 과제는 무엇인가? 향후 우리가 행야 할 일에 대해서 숙고와 성철할 때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기초ㆍ기본’과 '안전'에 대한이 관심이 높다. 사회의 키워드인지라 걱정과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왜 병영체험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더욱 걱정스런 점은 우리 청소년들이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에 들떠 해병대 체험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노파심이다. 해병대를 표절치 못하게 브랜드 등록을 하고, 무인가 업체를 도태시키고, 교사들과 교관들을 학생들과 동참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기초ㆍ기본’ 충실과 ‘안전’ 관리 철저이다.

젊은 날, 일명 일빵빵(100) 육군 보병으로 입대한 젊은이들이 귀신잡는 해병대들은 동경과 우상이었다. 그 멋진 제복과 행동은 참으로 멋졌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히 해병이라고 하는 것도 남다른 책임감과 협동심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매스컴에서 해병대를 자원한 유명 연예인들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흔히 ‘남자들은 군대를 갖다 와야 사람된다’고 한다.그래야 세상물정도 알고 삶에 대한 노련한 관조도 생긴다는 것이다. 군대에 가기 전 학창 시절 병영 체험은 그래서 더욱 멋져 보인다. 이처럼 군대 가기 전 '진짜 남성이 된다'는 병영체험이 일상생활 속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해병대 체험은 너무나 당연한지 모른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것이다.

과거 병역이 국방의 의무인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금남의 구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무너졌다. 군대에 가야 남성이 된다는 한국사회에서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이나 장애인은 조직사회에서 부족한 인간인지도 모른다. 물론, 출산, 육아 등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능과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의 영역도 많은 게 현대 사회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기는 세계화 시대에 남녀의 역할과 직업의 차이는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자고로 군대하면 위계와 질서를 생각하게 한다. 뭔가 딱딱하고 몰인정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위계적인 문화는 복종을 훈련시킨다. 교사의 말을 잘 듣는 학생부터 상사의 명령을 잘 듣는 부하 직원에 이르기까지 순응적인 인간으로 교화시킬 우려가 있다. 상사의 지시에 토를 달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훨씬 일을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사회를 위한 권력의 전달회로를 배우는 것이 병영체험은 아닐 것이다. 자유로움 속에서 질서를 찾는 것, 정중동(靜中動)이 병영체험의 참의미가 아닌가 한다.·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 인성 교육, 창조경제 등도 자유로움 속에서의 자율성, 다양성에서 길러지는 것이지 과거의 군대 문화, 독재 정권의 문화 속에서는 꽃피우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현재 천안함 사건으로 중단됐던 개성공단,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로 남북이 회담 중이다. 머지않아 남북 이산 가족 재상봉도 이루어질 것 같다. 과거 ‘교련’ 과목은 참으로 어려웠지만 고교와 대학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현실에서 안보와 통일은 이 시대 우리에게 부여된 중차대한 소염인 것이다.

이제 세상이 변했지만 그래도 남북분단 상태에서 안보는 아주 중요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위기상황을 학습하고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것이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체험학습의 안전지침을 점검하고 새로운 안전체계를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권장하는 병영체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체험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안보를 배우는지 근본적으로 물어야 한다. 또 청소년들이 미래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문제인지를 변화하는 인간관계와 사회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매스컴 보도로 핫 이슈가 되고 있는 학령기 청소년 중 학교에서 사라진 28만 여명의 소재 파악도 사회 문제이다. 또 왕따, 성폭력, 성매매, 가출, 흡연, 가족위기 등 우리 청소년들의 가슴앓이에 대해서 우리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대처방법을 찾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이 한결 같이 예견했듯이 미래 사회는 제3의 물결, 지식사회, 산업화 이후의 사회 등 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미래 사회는 원심력, 구심력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럭비공처럼 돌아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불확실한 미래사회를 위해 과거와 다른 사회를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준비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 미래사회를 바람직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공감능력과 상상체험이 필요한 이유이다.

태안 해병대 병영체험 고교생 익사 사건 한 달 후, 잊혀져가는 망각 속에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교육에서 ‘기초ㆍ기본’을 더욱 반듯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사전 예방이다. 그리고 어른들의 일탈과 부주의로 어린 생명들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꺾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부할 수 없는 사명인 것이다.
 
분명히 세상에서 안전과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점에 우리 모두가 동의라면, 반대로 우리 모두는 이를 엄격하게 지켜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자라나는 청소년, 그들을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돌봄이’ 역할을 우리 기성 세대들이 해야 한다는 것은 이번 태안 해병대 병영체험 익사 사건 이후 우리에게 부여된 교훈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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