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2 (월)

  • 맑음동두천 2.1℃
  • 맑음강릉 11.9℃
  • 맑음서울 3.9℃
  • 맑음대전 7.5℃
  • 구름조금대구 14.0℃
  • 맑음울산 12.6℃
  • 연무광주 9.3℃
  • 맑음부산 14.2℃
  • 맑음고창 7.9℃
  • 연무제주 15.0℃
  • 맑음강화 1.9℃
  • 맑음보은 7.6℃
  • 맑음금산 8.0℃
  • 구름많음강진군 10.7℃
  • 맑음경주시 10.1℃
  • 맑음거제 1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제언·칼럼

한국사 교과서 논란, 보혁 대결 소망스럽지 않아

최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내용을 놓고 좌우와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가 이념 대립, 정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던 학자들이 집필해 검정을 통과했는데 여러 단체들이 우편향이며 오류가 많고 역사를 왜곡했다고 지적하며 검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잘못된 내용은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까지 가세해 교과서를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과 검정에 대해서 여야당이 반박, 재반박하는 추태는 교육의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의 중심에 선 것 같아 안타깝기만하다.
 
이러한 와중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우편향 논란 속에 교육부가 수정 보완을 발표했다. 즉 국사편찬위원회가 검정 심사하여 통과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올해 10월말까지 수정·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부의 수정보완 조치는 검정 통과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 교학사 교과서만을 겨냥해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 등 원색적 비난을 가함에 따라 심화된 논란을 불식시키고, 학생들의 배워야 할 전체 교과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증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감안할 때, 교육부의 조치는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가 만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다른 출판사의 7개 한국사 교과서와 함께 수정·보완 과정을 밟게 됐다. 지난달 말 한국사 교과서 최종 검정 결과가 발표된 뒤 일부 역사학자, 좌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오류 지적 등 문제 제기가 이어진 결과다. 교육부는 검정을 통과한 모든 교과서의 내용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발행된 교과서라도 오류가 발견되면 책을 회수해 바로잡아 재배포하는 것처럼 인쇄·배포 이전 단계에서 오류 수정은 당연한 것이다.

걱정스런 점은 교과서를 출판한 교학사는 스스로 발행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 대표가 살해 위협 전화를 받고, 쇄도하는 항의 전화, 자사 제품의 불매운동 압력에 못 이긴 자구책으로 보인다. 기업을 상대로 특정한 요구를 하면서 여기에 응하지 않을 때 불매운동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표현하거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법 테두리를 넘어선 강요와 협박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비민주적 작태이다. 출판사에 대한 위협은 결국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법당국은 출판사에 대한 위협 행위를 엄히 다뤄야 하며,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가 강요와 협박에서 벗어나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를 보호해야 한다.

물론 같은 사실(史實)을 놓고도 역사학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한 관점과 시각의 차이다.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의 차이다. 다만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교과서, 특히 국사 교과서는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학생들에게 한쪽의 시각만 가르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사관(史觀)이 형성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는 것이 기본이며, 잘못 기술된 내용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교과서만을 겨냥해 일부의 오류를 침소봉대하거나, 기술 내용을 자신만의 시각에서 해석․비판을 넘어 검정을 취소하라는 주장은 결국 이념적 공격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한국사 교과서는 늘 좌편향이거나 우편향이라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좌편향 교과서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듯이 이번 교학사 교과서는 우편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또한 이런 점에서 집필진 선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편파적 해석까지 더해 잘못된 내용이 수두룩하다는 진보 단체의 지적이 있다. 진보 단체의 지적이 죄다 맞진 않더라도 일부 내용 오류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실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는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집필진부터 신중히 선정해야 하고 검정 심사도 엄정히 해야 분란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편적 가치 판단과 객관성은 교과서의 생명과도 같다. 
 
일부 역사학자, 역사교육자, 진보 단체 등에서 교육부에 대해 검정 통과된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고 초법적 발상이다. 교과서의 검정 승인 취소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의해야 하며, 오류만으로 취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소정의 검정 기준에 부합해 검정 절차를 통과한 교과서는 발행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뿐만 아니라 검정을 통과한 다른 역사교과서의 오류는 수정하되 다양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검정 체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규정에 합당하게 검정 통과된 교과서를 승인 취소, 검정 취소, 발행 중단 운운하는 것 자체가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민주주의 논리에 역행하는 반민주적 처사이다.
 
그러므로 금번 교육부가 발표한 이미 검정에 통과된 한국사 교과서를 재검토, 수정한다는 방침은 시의적절한 조치이다. 검정에 통과된 모든 역사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지, 편향적 시각은 갖고 있는 지 객관적이고 균형적 시각과 시스템을 통해 재차 검증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의 책임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러한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전체 한국사 교과서 내용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고 오류 내용은 적절하게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최종 검정 결과를 통과한 교과서라 할지라도 잘못 기술된 내용과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을 비롯한 일부 세력들이 최근 최종검정을 통과한 특정 교과서의 부분적 오류를 문제삼아 여론몰이를 통해 교육을 정치도구화 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인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우편향 논란이 2008년 발생한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논쟁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시라도 보혁 단체와 이념 논리에 매몰되어 아전인수로 이번 한국사 교과서 논쟁에 빠지지 않았는지 성차해 봐야 할 것이다.
 
역사는 무엇보다도 사실적 지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사실(史實)이 교과서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사실에 기초한 역사를 알기도 전에 자신의 이념과 사관에 기초한 해석적 지식을 가르치거나 주입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은 일이다. 역사교과서에 잘못된 표현이나 기술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관과 정치이념에 따라 교과서 자체를 심판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와 역사교육, 역사교과서를 보수와 진보 등 보혁대결로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역사교육을 교육적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는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논쟁과 같은 비교육적 처사가 전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교육계 내부에서 이 문제가 차분히 해결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차제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교육계가 지혜를 모아 교과서 검정위원 선정, 심사기준의 명세화, 검정 매뉴얼 작성, 심사절차와 시간의 객관화와 내실화 등 보다 궁극적이고 대책 마련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교육부가 밝힌 ‘교과서 검정심사 제도 개선방안’이 적정하게 마련되어 차후에는 이와 같은 비생산적 논란이 재연되지 않길 기대한다. 
 
끝으로 역사와 역사교육에 보수와 진보 등 보혁 대결은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우리나라의 역사와 역사교육이 있을 뿐이다. 아울러, 그 역사와 역사교육, 그리고 한국사 교과서로 공부할 대상이 우리나라의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역사와 역사교육, 그리고 역사교과서를 박제화된 성인의 눈이 아니라 순수한 학습자인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았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