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이 마무리되었다. 청운의 뜻을 품고 수능 준비와 응시를 한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수능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추후에 대학입학, 재수 등을 하면서 깊이 깨달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고로 시험일에는 격문을 붙이고 엿을 사주고 기도와 예불을 하곤한다. 온 가족과 친지, 후배, 스승들의 온 정성과 기를 받아 수능 응시를 하고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보다 밖에서 지켜보는 가족, 친지, 후배들이 더 떨리는 법이다.
흔히 수능 등 전국적인 시험일에는 으레 한파가 몰아닥치곤 했는데 올해는 강추위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현상도 한반도 온난화 현상이 아닌가 한다. 예로부터 대학입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경쟁이 시작되는 가장 전근대적인 신분결정의 전주곡이 되었다. 일류대 학생은 유능하고, 삼류대 학생은 열등한 인생이다. 재수생은 또 인생의 낙오자로 일정 기간을 살아야 한다.
사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대학진학을 향하여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는 초등학교대로, 중등학교는 중등학교대로 보통교육의 역할과 소임이 있는데 이는 공염불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고교가 대입을 위한 정거장에 불과하다면 유리 고교 교육은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만다. 고교는 고교대로 소중한 본질과 책무가 있다. 고교에서는 고교대로 학생들에게 교육할 본질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교육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로지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다. 모든 교육의 방향도 대입을 향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교육은 ‘한 줄 달리기’ 선착순 경쟁으로 변질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학벌 위주 사회에 발맞추기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진입하면서 점점 더 ‘배움’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인간다운 인간,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기 위한 계획적이고도 의도적인 활동이라는 교육의 지고지순한 정의도 망각한 채 그저 대입에만 학교,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매몰되는 기현상이 우리교육의 현주소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행 대입 수능시험 성적과 정작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수학능력과는 큰 관계가 없다. 수능이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대입 수능이면 당연히 대학에 입학해서 수학 능력의 정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우리 수능 현실은 전혀 유리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수학능력시험 자체의 문제가 한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유형과 출제경향을 바꿔 학생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제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저마다 대입 준비를 해야 한다. 각 학교에서는 수능 후 졸업 시까지 3-4개월에 걸친 긴 기간 동안 학생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직도 2013학년도가 3-4개월 남았음에도 우리 현실에서는 수능이 끝나면 고교 3학년 교육은 종료된 것으로 치부하는 좋지 못한 관행이 있다.
오히려 고3 학생들에게 진학, 취업 등을 앞두고 더욱 교육과정을 내실있게 운영하여야 하는데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수능이 끝나면 고교 교육과정이 마무리된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 교육 현실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제2의 새교육 운동 시대를 맞아 이러한 옳지 못한 관행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실행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수능이 끝났어도 나머지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실행하는 교육과정 정상화가 요구되고 있다. 교과 복습도 좋고 창의적 체험활동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대입진학, 취업 등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 진학과 취업 등의 다양한 오리엔테이션, 예비 교육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 보통 교육 9년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본질을 재음미하고 강화하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진입을 앞두고 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등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교우들과 어울려 호연지기도 기르고 여럿이 어울려서 협동 학습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 활동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능 이후에도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된다면 수능 이후의 학생 생활지도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비행, 범죄, 일탈 등을 저지르는 주된 원인은 수능 후 고교 교육과정이 끝난 것으로 보고 학생들을 풀어놓으니까 학교 밖으로 나와서 여러가지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즉 할 일이 없으니까 각종 범죄와 비행에 휘말리는 것이다.
따라서 수능 이후의 학생 생활지도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우선 수능 이후에도 고 1.2학년과 같이 고 3학년도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 정상화의 바탕 위에서 생활지도, 진학지도, 취업지도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능 이후의 수개월을 허송세월하는 관행은 우리 교육의 큰 손실이며 하루빨리 혁신해야 할 좋지 못한 관행인 것이다. 학교장도 수능 이후의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지도에 숙곻하고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수능 이후의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는 어느 한 단위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우리 교육의 체제와 고교 교육의 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또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 등 전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인식이 혁신되어야 한다. 수능 이후는 고 더욱 더 3학생들에게 인생에 관한 더 중요한 교육을 실행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전개해야 한다는 교육의 본질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분명히 교육은 어느 한 기간에 한시적으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겐 인생이란 긴 기간을 통해서, 국가에겐 유구한 역사를 통해서 면면히 이어져 오고 후대에 전수되는 고고한 가치이자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