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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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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내가 사온 목도리를 보며

아내가 남편의 목도리를 사왔다. 추운 날씨 몸 따듯하게 하라는 뜻이다. 고마운 일이다. 아내는 한 술 더 뜬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목도리가 품위가 없다는 것이다. 교장의 품격에 맞아야 하는데 싸구려 티가 난다는 것이다. 싸구려를 매면 사람이 품격이 떨어질까?

우리집 이야기다. 잘 사왔다고 해야 할 지, 왜 사왔냐고 해야 할 지? 내 목도리는 집에 네 개 정도 있기 때문이다. 누나가 영국에서 사다 준 목도리, 우리 집에서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걸려 있는 목도리 두 개, 내가 백화점에서 산 목도리.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그러나 아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가 보다. 남편의 복장이 세련되고 품위 있는 것을 바란다. 그래서 목도리가 몇 개 있음에도 또 사 온 것이리라. "여보, 고마워! 덕분에 이번 겨울 따뜻이 나겠네!"  아내가 남편 물건 사왔을 때 타박을 하면 다음부터는 안 사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식구 중 누가 가족의 물건을 사오면 제일 먼저 무엇을 볼까? 디자인을 비롯해 '저 것이 나와 잘 어울릴까?' 를 생각한다. 그리고 물건의 세련됨을 본다. 그리고 물건 값을 본다. 그런데 '헉!' 목도리 가격이 삼십만원이다. 세상에! 그 밑에 할인된 가격을 보니 15만원이다.

와, 이것은 내 수준에 맞지 않는다. 목도리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1-2만원 정도 아닌가? 비싸다면 5만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보통 삼십만원이면 양복 한 벌 값이다. 요즘엔 메이커 양복도 할인하는데 10만원 정도면 산다. 그렇다면 양복 세 벌값?

할인된 가격으로 쳐도 양복 한 벌값이다. 그러면 목에 두른 것이 양복 하나를 더 걸친 셈이 된다. 아내의 성의를 생각하면 반품하자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목에 매고 아내의 사랑을 생각할 수밖에. 아내의 정성과 남편에 대한 배려가 있기 대문에 이런 목도리를 사 온 것이다. 그러니 고마운 일이다.


목도리? 젊었을 땐 귀찮은 물건이었다. 그런데 아마 40대 후반부터 겨울 필수품이 되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방이 추워서 잠이 안 오면 목도리를 두루고 자면 포근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외출 할 때 목도리로 목을 감싸면 추위가 가신다. 온 몸이 따뜻해진다.

50대 후반이 되니 이런 생각도 든다. "멋 내면 무엇하리? 누가 봐 줄 사람도 없는데...비싼 물건으로 몸을 치장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쓰고 있는, 정이 든 물건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데…. 목도리의 역할은 목을 따듯하게 해 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기사 내가 제일 아끼던, 누나가 선물한 목도리는 10년 이상 사용하니 여러 군데가 해졌다. 손바느질로 임시조치를 취했지만 낡은 부분을 감출 수 없다. 그냥 집에서 착용하면 몰라도 외출용은 아니다. 아들과 딸이 쓰던 목도리도 보푸라기가가 일어나 있다. 그러니까 아내는 목도리를 잘 사 온 것이다.

아내의 말이다. "여보, 부부교원 00네 알지? 그 집은 부부가 명품만 사더라. 그런데 우리집은 당신이나 나나 메이커와는 거리가 머네. 돈 벌어 무엇하나? 죽어서 갖고 갈 것도 아닌데...우리도 쓰면서 살자!" 아내 말도 맞다. 그러나 워낙 근검 절약이 생활화되어서인지 그게 쉽지 않다. 부부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돈 쓸 시간이 별로 없다. 앞으로 돈 쓰면서 살아야 할 터인데 쓰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다. 우리 부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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