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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자전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 점심시간, 자전거 판매 대리점에서 내 놓은 자전거에 눈이 부시다. 봄이다. 바야흐로 자전거의 계절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자전거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전년 동기 대비 이마트는 아동용 43%, 전문가용 42%, 성인용 33%가 증가했다는 것. 홈플러스도 25% 매출 신장이 되었고 롯데마트는 접이식이 222% 늘었다는 보도이다.

지금 우리집에도 자전거가 두 대 있다. 하나는 대학생인 아들 것이고 하나는 아내 것이다. 아들은 아파트 바로 뒤 일월 저수지 건너 편에 있는 대학교로 통학하려고 샀다. 걸어가도 되지만 자전거를 이용, 빨리 학교에 간다는 것이다. 아내는 자전거를 이웃으로부터 얻었다.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문득 자전거에 대한 옛추억이 떠오른다. 유년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지금은 아동용 자전거가 흔하지만 당시엔 어른용이 유일했다. 안장이 높아 앉아 타지 못하고 다리를 자전거 사이에 넣어 페달을 움직인다. 서서 타는 방식이다. 넘어지지 않고 타는 것이 마치 재주를 부리는 서커스 단원 같다.

이 단계가 끝나면 안장에 앉는 것. 다리가 짧아 패달이 끝까지 닿지 못하지만 어른처럼 타는 것이다. 안장에 앉기까지 용기가 필요하고 스릴을 느낀다. 물론 운동장에서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이렇게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몰 수 있으면 시내 도로에 도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어렸을 때 얼마나 자전거를 타고 싶었는지 셋방 자전거를 깨끗이 닦았다. 그러면 자전거 주인이 한 30분 정도 타도록 허락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이나 도로를 가르는 기분은 최고다. 마치 내가 어른이 된 것처럼, 자전거 주인처럼 폼을 잡는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동네 담뱃가게 누나의 부탁으로 전매지청에서 담배를 싣고 왔다. 짐자전거라 빈 자전거만으로도 무거운데 포장 담배를 실었던 것. 중간중간 쉬면서 오다가 결국엔 힘에 부쳐 자전거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착한 일을 하였는데 힘에 겨웠던 것이다. 그 가벼운 담배가 무겁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수원북중학교 때에는 자전거 통학생이 30명 정도 있었다. 대부분 도보나 버스 통학이었지만 자전거 통학생은 그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자전거가 고장이 나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고칠 능력도 있었다. 자전거는 하나의 재산이었던 것이다.

대학 졸업후 교단에 서면서 용돈을 아껴모아 자전거를 샀다. 1970년대 후반인데 10만원 가까이 비용을 투자했다. 그것도 기아 5단으로. 날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신주 모시듯 하였다. 날씨 좋은 토요일은 직장인 풍덕천 학교까지 타고 간 적도 있었다.

자전거 타기를 얼마나 즐겼는지 수인산업도로를 이용해 수원에서 인천까지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숭의동에 살고 있던 작은 형이 깜짝 놀란다. "너 어떻게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니?" 자전거 전용도로도 없는데 위험을 감수하며 매연을 마셔가며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 것이다.

그 애지중지 하던 자전거를 잃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수원 모 초교에 근무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던 필자. 학부모 집을 방문하여 영어공부 도움을 받다가 아파트를 나오니 자전거가 사라진 것. 얼마나 황당하던지. 학부모는 아파트를 다니면서 찾아보았는데 허사였다. 학부모 잘못이 아니다. 간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이후 자전거와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다. 딸이 초등학생이었던 때 중고 자전거를 사 준 적이 있지만 용도가 맞지 않아 금방 되팔고 말았다. 지금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아들 자전거와 아내 자전거를 보며 추억에 젖는다. 자전거 판매 대리점에 전시된 자전거,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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