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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과학의 오솔길> ④ 가로와 세로, 길이와 너비


'파동'은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 기본 개념이며 이를 토대로 다른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그 종류는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크게 종파와 횡파의 두 가지로 나눈다.

여기서 종파는 파동의 '진동' 방향과 '진행' 방향이 같은 것을 말하고, 횡파는 이 두 방향이 서로 수직인 것을 말한다. 각각의 대표적인 예로는 횡파의 경우 소리(음파) 그리고 횡파의 경우 물결을 들 수 있다. 한편 지진파에는 P파(primary wave), S파(secondary wave),
L파(long wave) 등이 있는데, P파는 종파, S파는 횡파이지만, L파는 종파와 횡파의 특성을 모두 가진다.

이상의 내용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여러 번 되풀이해서 나올 정도로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파동의 이름과 관련하여 혼란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종파와 횡파는 한자로 각각 縱波와 橫波로 쓰며, 뜻풀이를 보면 '종'은 '세로'를 '횡'은 '가로'를 나타낸다.

한편 우리는 일반적으로 직사각형을 두고 이야기할 때 바닥에 길게 눕힌 상태로 놓고서 '긴 변'을 '가로', '짧은 변'을 '세로'라고 부른다. 그리고 파동을 설명할 때는 대개 진행 방향을 바닥에 눕힌 상태(수학의 좌표축으로 치면 x축)로 놓고 이를 기준으로 진동 방향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종파의 진동 방향은 직사각형의 그림과 비교할 때 '세로'가 아니라 '가로' 방향이 된다는 점이 문제이다(횡파의 경우에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혼란은 애초 '가로'와 '세로'란 말을 잘못 정한 데에서 초래되었다. 본래 '가로'란 말은 "길 또는 강을 길게 돌아가지 않고 짧은 쪽으로 질러서 가다"는 뜻으로 쓰이는 '가로지르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 점에서 볼 때 '가로'는 사실상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세로'와 같은 뜻이다. 한편 '세로'는 '세우다'라는 말에서 따왔다.

그러나 각종 도형이나 물건은 임의의 방향으로 세울 수 있으므로 이런 식으로 정해서는 어떤 방향을 정확히 나타낼 수 없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가로'와 '세로'란 말을 모두 다른 말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오래 그리고 널리 쓰여온 말을 이제 와서 바꾼다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은 교육 현장에서 이런 점을 자세히 설명하여 혼란을 방지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안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보았듯 혼란의 원인은 놓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 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기준'을 택한 데에 있다. 따라서 그런 혼란의 우려가 없는 '절대적 기준'으로서 '길이의 차이'를 이용해서 정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가로'와
'세로'는 '길이'와 '너비'로 바꾸면 된다. 실제로 '길이'와 '너비'는 이미 쓰이고 있으며, 둘 다 순수한 우리말이란 점도 다행이다.

나아가 '물결', '머릿결' 등에서 보듯, '파'라는 한자어도 순수한 우리말인 '결'로 바꾸는 게 어떨까? 그러고 나면 종파와 횡파도 '길잇결', '너빗결'로 되어 부르기와 이해하기가 모두 편해진다. 또한 빛결(광파), 소릿결(음파)도 훨씬 맛깔스럽고 친근하게 들려서 한자어로 공부할 때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이 걷혀진다는 점 등 여러 모로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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