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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생 중심 교육은 수업밀착형 평가로

2015학년도 경기도교육청 슬로건은 ‘학생 중심, 현장 중심 교육’이 바탕이 된다. 이에 근거하여 도교육청은 기본 계획 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2014년에 학생 1,000명 토론회와 교사 4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이다. 학생들은 예상한 대로 과도한 경쟁위주 평가를 지양하고, 평가 사전 예고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늘어난 서술형·논술형 평가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사들 역시 서술형·논술형 평가 채점이 부담스럽고, 교사의 평가 자율권을 확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청은 경기교육계획을 평가에 맞췄다. 여론 조사에서 나온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필평가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길을 열었고, 교사의 평가권 확보를 위해 과정 중심의 다양한 평가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업 밀착형 평가를 실시할 것을 설계했다.

그동안 우리 평가 방식은 수업 따로 평가 따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평가가 교육을 지배해 버렸다. 보다 발전적인 교육을 위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기 위해 가르쳤다. 그러다보니 수업은 시험 준비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시험 준비를 위해 다시 사교육을 받고,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만 생산하게 된다. 결과만 중시하는 평가는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운 대상이 됐다. 평가가 교육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분류와 선발로 고착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사고력 측정을 위해 하는 서술형·논술형 출제와 채점이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학생들은 어려워하고, 교사들도 채점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수업 밀착형 평가다. 수업 밀착형 평가란 말 그대로 수업과 연계하여 수업 중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평가를 말한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서도 평가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는 것은 금지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평가를 하나로 연계된 교육활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평가가 교육활동의 한 부분이라는 기본적인 측면을 잊고 있었다. 즉 평가는 교육활동이 다 끝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성취평가제는 수업 전부터 가르쳐야 할 목표와 배워야 할 수준을 정한다. 이러한 목표 의식이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이다. 수업 활동도 이에 근거해서 진행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의한 평가가 진행되고 그 성취수준에 따라 성취기준이 다시 제시될 수 있어 학생의 수준에 맞는 수업이 설계된다. 이렇게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평가가 계속적인 순환 관계로 이어질 때 교육활동이 성장한다.

수업밀착형 평가는 수업에도 방점이 찍혀야 한다. 학생 중심의 수업이 답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는 수업을 해야 한다. 교사가 수업과 동시에 고민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삶이다. 그들을 사회적 존재로 인정하고 아픔을 함께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수업 참여는 가장 기본적인 상황이다. 이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배우게 할까를 고민하면 된다. 교사의 시각이 학생들에게 옮겨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토의ㆍ토론ㆍ실험ㆍ협동학습ㆍ프로젝트 학습 등은 학생들을 수업에 끌어올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여기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자신이 배운 지식을 글로 표현하고, 그림으로 정리하고, 기타 춤과 음악으로도 재현할 수 있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싹튼다. 평가도 학생들의 생각은 물론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수업밀착형 평가가 된다.

최근 대학입학시험에서 학생부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학생부에 교과 세부능력특기 사항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수업 시간에 일어난 학생의 활동에 대해 기록해야 한다. 학생에 대한 교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해야 한다. 수업 중 활동이 많으면 관찰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기록은 풍부해진다. 앞에서 제시한 수업 활동이 예시가 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전문가로 다양한 관찰을 하고 학생들의 특기 사항을 기록할 수 있다.

사실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교사다. 그런 교사가 학생을 직접적인 진술에 의해서 평가하는 형식은 발전적이다. 이것이 교사의 평가권을 확대하는 것이고, 공교육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학생들이 배움에 스스로 참여하고, 창의성을 키워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학생 선발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대학수학능력 시험 점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평가 방식에 눈을 떠야 한다.
평소 수업 활동이 자연스럽게 평가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행평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행평가는 전통적인 선택형 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이 된다는 점에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행평가는 피평가자인 학생들이 학습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등 자신의 능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 보이기 때문에 답을 고르는 선택형 평가의 단점을 극복하고, 나아가 학생의 인지 과정이나 문제 해결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수행평가는 과정평가이다. 결과 위주의 평가를 지양하고 학습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의적 능력 평가는 꾸준히 탐구해야 할 문제다. 정의적 능력 평가는 학습자의 정의적 요인을 평가하고 성취 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학습자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인지적 영역 교육에만 집중하면서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제 정의적 능력 등의 균형 있는 평가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이도 역시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정의적 요소를 추출하고 수업과 연계하여 평가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직접 성적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하더러도, 학습 동기 유발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평가 방식이다.

학생 중심 교육의 초점은 결국 공교육의 강화이다. 교육과정과 수업과 그리고 평가로 연계되는 교육 활동으로 질 높은 공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 평가에 대한 관점도 변해야 한다. 일정한 수업 활동이 끝난 후에 시험을 보고, 석차나 등급을 판정 후 통보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없다. 교수 목표를 학습자가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수-학습 과정을 평가하는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이 정립될 때 학생은 배움을 경험하고, 교사는 수업 방법이나 수업 개선에 대해서 노력하려는 의지를 갖는다. 서열을 위한 평가보다는 학생의 성장과 교사의 수업 개선을 위한 평가로 굳어질 때 그것이 학생 중심의 교육이고 본질적인 교육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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