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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만5세 입학과 학제 개편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최근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회를 갖고 학제개편을 제안했다. 학제개편을 통해 현재 만6세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6-3-3-4제를 5-3-3-4제로 개편하는 것이 골격이다. 
 
당정은 이같은 학제 개편을 통하여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함께 입직 연령를 낮춰 청년실업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이는 수년 내에 도래될 대입 정원과 고졸 학생수의 역전 현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일반 여론과 교육계의 반응은 신중론이 우세하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적 관점보다 경제적 관점이나 정치적 관점에 치우친 학제 개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제 개편은 순수하게 교육적 논리로 접근해야 한는 원칙론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전혀 논의한바 없다’며 한 발짝 물러섰고 교육학계에서도 ‘성급하게 추진할 일을 아니다'는 반응이다. 아직은 일반 여론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5세 아동의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학제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막대한 행·재정적 부담과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언젠가는 개편해야 할 사안이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5세 아동의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서 발육 상태가 좋아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과거보다 빨리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변화가 취학을 가능하게 할 만큼 타당하게 변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들이 지적(정신적), 신체적(육체적) 발육과 성숙이 불균형적 형태를 보인다고 걱정하는 학자들도 다수다. 세계화 시대인 현재 OECD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만6세로 취학 연령을 설정하고 있다. 단, 예외적인 경우에만 5세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21세기 세계화 시댈르 맞아 국가 간 인적교류가 빈번해진 오늘날, 초・중등학교의 학제, 교육과정, 수업연한, 취학연령, 학기제 등의 기본적인 학제는 국제적 표준(global standard)에 부합하도록 구안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 사회진출 연령을 낮춘다는 이유로 초・중등학교의 수업연한을 단축하려는 학제 개편방안은 재고돼야 한다. 학제개편을 너무 가볍게 보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려는 당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만약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안대로 학제 개편이 단행되면 여러 가지가 변하게 된다. 학교 교육과정과 시스템, 패러다임 등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다. 우선 시행 첫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5년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고 이들이 5년의 초등교육과정을 마친 시점에서는 기존 6년제 초등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과 함께 졸업하게 된다. 한 해에 두 학년이 일시에 졸업하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5년 이수, 6년 이수 학생이 동시에 졸업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3년간 중학교 생활을 같이 하게 되지만 각기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한꺼번에 낮출 경우, 시행 첫 해에는 만6세와 만5세가 하나의 학년이 되므로 이들은 대학입학과 취업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연령대의 학생들보다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첫 졸업생들은 학제 개편을 통하여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함께 입직 연령을 낮춰 청년실업을 줄인다는 정부 방침에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공산이 크다. 오히려 청년 실업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경쟁률이 우선 자연적으로 2:1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입학 예정자의 폭발적 증가로 재수생이 양산되고 취업하지 못한 대졸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물론 만5세 입학 등 학제 개편에 대해서 많은 학자, 교육전문가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해결책을 제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학자들과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입학자를 매년 4분의 1씩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경우 오랜 시간이 소요돼 입학연령 단축의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또 경제적으로 중상류층 5세 아동은 그렇지 못한 5세 아동에 비해 발달정도가 빠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경우 하류층 아동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역기능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취학연령을 낮추고 초등학교 학제를 5년제로 개편하면 교원수급에도 비상이 걸린다. 현행 교원배치기준을 감안할 때 첫 번째 졸업생이 배출된 이후에는 기존 교원에 비해 6분의 1정도가 과원교사가 된다. 도입 첫해에 많은 교사가 필요하지만, 5년 뒤에는 이들이 과원 교사가 돼 큰 난관에 봉착한다는 논리다. 
 
남아도는 교원들을 해고할 수도 없고 또 신규 교사 임용 인원 수도 적체돼 교원정책은 큰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비 교사 양성 대학교인 교육대학교에도 영향이 미쳐서 운영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학제 개편과 만5세 입학이 우리 교육 정책과 교육행정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물론 교육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시적 혼란을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 학제 개편 등 큰 교육 개혁에는 약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학제 개편에 앞서 학급당 학생 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교원 과원 사태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막대한 재정투입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초등학교 수업연한이 5년으로 단축되고 만5세 입학이 되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초등 유휴교실 발생이다. 반면 중학교는 대규모 학급증설과 학교 신설이 불가피하다. 교육 재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제 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치밀한 기획과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학제 개편과 만5세 입학은 불가피한 시대적 트렌드(trend)이다.  다만 이와 같은 학제 개편과 만세 입학이 연착륙하려면 교육과정과 교원 및 시설적인 측면에 앞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제 개편을 위한 교육과정 개편 계획,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 학생 수용 및 시설 배치 계획, 교육 재정 지원 계획 등의 세부 실천계획이 차질 없이 수립, 실행돼야 한다. 현재 정부의 학제 개편에 관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학제 개편과 만5세 입학이 정상적으로 도입되려면 앞으로 10년 뒤쯤인 2020년 중반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학제 개편과 만 5세 입학 지원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과 부대 지원 계획 수립과 실행 등이 치밀하게 수립돼 실행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요한 교육 정책이 임기응변식, 조변석개식으로 수립,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반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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