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적 교원정년 단축 조치와 그 여파로 3만여명의 원로·중견교원을 떠나보낸 99년 9월의 교단은 어수선하고 스산하기만 하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교원정년이 원상회복되지 않는한 교직의 전문직적 자존심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진정한 교단의 활력과 열정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계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 정부가 이 조치를 쉽사리 재고하고 철회할 것 같지도 않다. 교육계의 반발 정서는 여전히 완강하다. 교원정년 수호를 외치던 분노의 함성이 환원을 요구하는 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육정책연구회(회장 김진성 서울삼성고교장)는 20일 오후 '교원정년단축과 학교교육'을 주제로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연다. 이날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로 나선 朱三煥 충남대교수와 朴眞錫 교총정책교섭국장은 준비된 원고에서 "이미 돌아선 교원의 마음을 되돌리긴 어렵겠지만 정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정책의 실수를 인정하고 한시라도 빨리 교원정년을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직을 노동직으로 본 잘못된 정책" △朱三煥 교수=교육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온 국민의 정부에 의해 1999년 1월6일 교원정년이 62세로 단축돼 지금 교원의 사기는 밑바닥을 기고 초등의 경우 절대교사수 조차 메꾸지 못해 교육공황을 일으키고 있으며 교육지도력의 공백으로 교육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교원정년 단축에 대한 논의는 교직을 무엇으로 보느냐 하는 교직관의 문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직을 전문직으로 본다면 교원의 정년연령은 낮아질 이유가 없다. 의사나 변호사 성직자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년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교직을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노동직으로 보는 것 같다. 60세 이상을 모두 고령교사로 몰아붙여 60세로 무조건 잘라 버리려고 한 것이 바로 육체노동자로 본 것이다. 교원들은 아직도 왜 자기들의 정년이 한꺼번에 3년씩이나 낮춰졌는지 그 이유와 목적,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여러가지 이유중 IMF 경제위기 상황으로 인한 실업난은 퇴직인원의 2배를 신규로 채용했을 때 설득력이 있는 논리였으나 이를 실천하지 못했고 초등에서는 절대 교사수가 모자라 기간제, 초빙제로도 충당이 안되고 중등에서도 재정난으로 교사를 채용하지 못해 학급당 학생수와 교사의 수업시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교원 정년단축과 다른 정책들의 부작용의 상승작용으로 교육현장은 일대 교육공황, 교육포기, 교실파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도층이 한꺼번에 무너지니 질서와 기강이 서지 않고 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교직이 안정돼야 아이들을 차분히 가르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교직이 흔들리고 동요하고 돌아서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교직사회가 흔들리고 교육이 흔들리면 국가의 지식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더 큰 걱정은 학부모들 국민들까지 흔들릴까 걱정이다. 교사와 학교를 불신하게 되면 학부모들까지 학교와 교육을 외면하고 돌아서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 우수한 사람이 누가 교직에 들어오겠느냐는데 있다. 지금까지도 우수인력이 교직으로 들어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샛었는데 신분안정도 안되고 전문직으로 인정도 못받는 같은 노동자인데 1,2년 때문에 교직으로 오겠는가. 당장 내년부터 교대·사대 신입생 모집에서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지금보다 오히려 나라의 장래가 문제이다. 정부도 난처하게 됐다. 정년단축을 1년만에 뒤집어 원상회복을 하면 또 조령모개의 비난을 받게 되는데 원상회복의 결정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때 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여기서 원칙은 교직이 전문직이냐 노동직이냐에 있다. 또 현재 이것이다 저것이다 결판을 내기 어려우면 앞으로 교직이 노동직을 지향해야 하느냐 아니면 전문직을 지향해야 하느냐에서 원칙을 찾아야 한다. 사실 이렇게 따져보고 원칙을 찾는 일은 이 시점에서 하기 보다는 일을 저지르기 전에 신중히 따지고 찾아 보았어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 또 어떤 집단의 이익에 치우치지도 말고 충분히 논의하고 연구해 교원 정년 원상회복의 결정을 해야될 일이라고 본다.
"총선 앞두고 정년환원 각 정당에 요구" △朴眞錫 국장=한국교총은 교육부에 금년도 하반기 교섭과제로 교원정년의 65세 환원을 요구했다. 또한 내년 총선을 겨냥해 각 정당 및 정치권을 대상으로 교원정년 환원을 각정당의 총선공약으로 채택, 단축된 정년이 환원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도록 전조직의 역량을 결집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경과조치 없이 강행된 교원정년 단축으로 인해 교장 임용에서 제외된 경우와 연금 및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퇴직교원들을 위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한편 지난 3월11일 전국 시·도별로 교원대표를 선정해 제기한 교원정년 단축 헌법 소원은 현재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서 심리중이다. 교총은 소송대리인과 긴밀히 협의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 교총은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의 기본원리가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