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교육계에 경악할만한 사건이 노출됐다. 어쩌면 이는 우리 교육과 대입제도의 어두운 그늘이 드러난 사건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입제도와 교육 현장의 슬픈 자화상이자 현주소이기도 하여 안타깝다. 당해 학교에서는 학교의 명예, 제자의 미래를 위한 고뇌라고 변명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학교의 명예 진작, 제자의 명문대 진학도 제도권 규정을 준수한 테두리 내에서 수행돼야 한다. 정정당당한 교육과 교육행정이 근간인 것이다. 명문대학 합격, 교위 선양은 정정당당함 한참 뒤의 일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여고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229차례 무단 접속해 학생 25명의 생활기록부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36차례 조작한 혐의 등으로 해당 학교장과 교사 2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학교에서는 또 1학년 때 성적 우수 학생 10여명을 선발해 대입 수시 전형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도록 생활기록부를 임의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엄연한 공교육 방해와 공문서 조작인 것이다.
이번 광주의 모 여고의 일탈적 행위는 공교육과 입시의 근간을 흔드는 성적 조작 사건은 어떠한 이유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만큼 검경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학교와 교원들에게 상응하고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에 해당 사건이 보도되면서 많은 학생, 학부모 등 국민과 언론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크고, 극히 소수의 잘못으로 성실하게 학생교육과 입시지도에 최선을 다하는 일선 현장 교원의 자긍심과 명예 또한 상처를 주었으므로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크다. 상록수 같은 무명교사들의 명옐를 실추시킨 책임 막중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1년 2월 학생부 부당 정정이 문제가 되자 2013년 ‘학생부 작성 및 관리 지침’을 개정해 학생부 정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잘못 써서 정정이 불가피하면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학교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정하라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학생부 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입 시스템에서 대학입시에서 수시비율이 70%에 달한다. 아울러 종합생활기록부의 영향이 지대하여 이른바 ‘학종 전성시대’라는 말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학생부 기록과 관리는 학교 교육의 공신력과 대입의 공정성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이번 사건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성도 저하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은 결국 운용하는 학교와 교원의 도덕적 일탈이지만, 앞으로 교육부는 이번 사건에 드러난 문제점 개선을 위해 권한 없는 교원의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무단 접속 및 무단 수정 차단 방안 마련, 학교 수정 권한은 담임 및 교과담당교사에게만 부여하되, 정정 대장 작성 및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 교장 결재까지 받는 절차 준수하고 상부 교육 관청 절차 준수 여부 확인 강화, 부당한 수정 거부한 교사 보호 대책 마련, 나이스 학종 기록 문란에 감담한 학교와 교사에 대한 패널티 부여 등이 고려돼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과 더불어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가치관 변혁이 더 중요하다. 학생을 학업성적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성적평가를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며, 각종 기록물을 정확하고 엄정하게 작성·관리하겠다는 교육자적 양심과 도덕적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도 이를 지키는 사람들이 준수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차제에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의 근간에 대해서 숙고와 성찰이 필요하다. 초중고교 보통 교육이 오직 대학입시에 목을 맨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정상적인 학교급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으로 돌아오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입의 수시 전형, 학종 전형 등도 전면적으로 살펴서 우리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측면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우리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전형제도를 자꾸 도입, 적용하려 하니까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이를 뚫고 나가려고 무리수를 두고 나아가 부정,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광주 모여고와 해당교원들의 책임은 무한적으로 막중하다. 교육 정책과 제도를 솔선수범하여 준수해야 할 학교와 교원이 이를 어기고 부정을 저지른 것은 그 아무리 제자를 위한 것이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부정과 비리로 명문대에 진학시킨 학교의 명예, 진학한 학생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처럼 대입 지상주의에 보통 교육이 옭아 메인 교육제도에서든 어렵기는 하지만, ‘부정한 성공ㆍ승리’보다 ‘정당한 실패ㆍ패배’를 추앙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부정, 비리로는 그 어떤 것도 성사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규약을 생활화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사건이 당해 학교, 교원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유초중고교 학교 현장과 교원들에게 일대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모든 학교와 교원들이 심기일전하여 이와 유사한 사례가 우리 교육계에 근절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