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힘겨루기가 또 시작됐다. 금년도 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책임 전가로 큰 파행을 부른 과정이 재발할 조짐이어서 우려스럽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13개 시도교육감이 동참한 가운데 결의문을 통해 2017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문제로 발생하는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 마련을 수차례 촉구했으나 정부는 상위법을 위반하는 시행령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교육감들에게 강요하는 데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2017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외에도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 의무지출 경비로 편성, 누리과정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누리과정 관련 법률 위반 시행령 폐지, 지방교육재정 총량 확대 등도 촉구했다.
교육감협의회는 국회기 아직도 법률 위반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조차 구성되지 않았고, 2017 교육부 예산안은 교육세 재원의 특별회계 신설이라는 법률 침해적 발상으로 예산편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각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편성으로 재정위기단체 지정으로 내몰리고 있고 정부의 무대책으로 학생의 안전과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차원에서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으며 이에 따른 교육, 보육 대란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공을 정부 측에 떠밀었다.
더불어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책임 전가로 학생의 안전과 교육은 무너지고 학교 시설 내진 보강, 교실 석면 교체, 우레탄 시설 교체 등은 요원해졌으며, 학생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활동 지원비마저 충당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번 전국 교육감협의회 결의문 채택, 발표에는 대구, 울산, 경북, 대전시교육청을 제외한 경기, 서울, 강원, 인천, 충남, 부산, 충북, 광주, 전북, 전남, 세종, 경남, 제주 등 13개 시도교육청이 동참했다. 대부분 진보 성향 교육감이 속한 교육청들이다.
한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그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들어가던 교육세를 별도로 분리,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등 특정용도로만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교육부는 사용목적이 정해진 특별회계에 누리과정 예산을 집어넣어 재원 확보나 편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 역시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고 이 가운데 경기와 전북, 강원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야당도 진보 교육감들의 논리에 동조하는 형세다. 특히 교육부는 3개 교육청이 끝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할 경우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미편성분 액수만큼 감액 교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조속한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했다. 3개 교육청의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미편성분은 강원 528억원, 경기 5459억원, 전북 813억원이다.
우리는 이번 전국교육감협의회의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계획 발표에 즈음하여 중요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합계 출산률 1.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인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실을 고려해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실제 출산률 제고와 가임 여성 직장 계속 근무 장려를 위해서 정부가 각종 육아·보육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직장맘 수난시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직장여성이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마련된 ‘맞춤형 보육’은 제도 시행 3개월 정도가 됐지만 여전히 정착되지 않고 있고, 직장맘을 지원하는 제도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맞춤형 보육, 모성 보호 등이 함께 무너진다는 호소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말로만 자출산 고령화 정책 운운하고, 실제로는 전혀 혜택과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의 일방 발표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직장 여성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킨다. 소위 직장 여성들이 소위 경력 단절녀(경단녀)가 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둘째, 어린이집 예산 편성은 궁극적으로 정부와 교육청의 적대적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년 교육부와 각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의 극단적 대립으로 보호자, 학부모를 포함한 국민적 공분과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예산 편성에서도 극한 대립이 예견돼 우려스럽다. 올해에 극심한 혼란이 야기됐으면 그 학습 효과로 내년 예산 편성에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측이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묘안을 찾아야 하는데, 서로 책임만 전가시켜 ‘남 탓’타령만하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내년 예산 편성에서도 교육부와 교육청의 줄다리기로 올해의 파행이 답습도니다면, 앞으로 매년 지속적인 관행적 대립의 우려가 없지 않다.
끝으로, 교육은 보혁 대결이 아니라 보혁 상보로 가야 한다. 원칙적으로 교육과 보육에서는 탈 이념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교육감협의회의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발표에 4개 보수 진영 교육감들이 동참하지 않은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한 마디로 교육부와 17개 교육청, 온 국민들이 함께 만 3-5세 아이들의 어린이집, 국공사립 유치원의 원아들이 누리과정 원만한 예산 편성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이번 전국교육감협의회의 2017학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발표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예산 미편성이 아니라, 예산 편성의 방안울 찾아야 한다. 무조건 정부측에 책임을 전가하고 나몰라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측도 교육부를 필두로 교육감협의회의 발표와 주장을 귀담아듣고 일리가 있는 주장은 정책과 예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부디 2017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문제로 정부와 전국교육감협의회가 외나무다리의 염소 대결로 가지 않기를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오기 싸움에 멍드는 것은 국가백년지대계 교육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