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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CEO를 위한 리더십

학교 CEO는 근대적 산업혁명에 물든 관념을 떨쳐버리고 자율권을 행사하기 위한 시기를 포착하자. 과거에 아무리 소중하고 유용했던지 간에 이제는 묵은 이념, 고질화된 관행에서 탈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권영정 /충북 충주 야동초 교장



관행에서 탈피하는 용기 필요

 약 6500만년 전 중생대말 백악기에 사라져버린 공룡,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공룡의 전형인 평균 체중 30톤의 브론토자우르스는 다른 공룡 무리들보다 더 일찍 없어져 버렸다 한다. 그 이유가 운석에 의한 기상의 급변으로 소멸되었다는 추측도 있지만 흥미 있는 일설에 의하면 이 브론토자우르스는 특히 신경이 둔해서 꼬리를 물려 아픔을 느끼는데 무려 20초나 걸렸다고 한다. 이런 형편이었기 때문에 힘이 약한 작은 동물에게 먹혀버려 없어졌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체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 동물처럼 변화에 무디어 외부로부터 자극에 대한 발빠른 반응(변화)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냉엄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운 일이다.
 위와 같은 경우는 무한하다. 영하 20도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는 보리는 유전자를 자체적으로 생성해내며 일부 나비류의 애벌레는 놀랍게도 '글리세린'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월동기에도 살아 남는다. 이것이 대자연의 섭리에 대한 순응이며 대응이다. 플라타너스의 나무 체온도 광합성작용이 왕성한 여름철에는 24도 가까이 올라갔다가 추운 겨울에는 영하 5도까지 내려간다. 그러니까 자연기상에 따라 변온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CEO(최고경영자)는 근대적 산업혁명에 물든 관념을 떨쳐버리고 자율권을 행사하기 위한 시기를 포착하자. 과거에 아무리 소중하고 유용했던지 간에 묵은 이념, 고질화된 관행에서 탈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통과 보수가 우세했던 일본의 교육도 최근에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 선택제'다. 전적으로 학교장의 경영에 의해 입학생의 적고 많음이 좌지우지되고 있으니 여간 골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교육내용, 교육환경의 특장점을 세일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 불똥이 한국에 튀지 않는다고 장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모한 고집은 스스로를 파산 내고 만다. 경영체제의 일면에서 개미나 벌의 사회는 특별나다. 총수(總帥)인 왕(王)을 구심점으로 맡은바 직무에 충실하다. 생존하는데 필요한 사태가 일어나면 개별로 언제고 왕에게 중요한 정보를 직접 보고한다. 흐트러짐 없는 이 수평적 사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인간 조직 사회가 평사원, 대리, 계장, 과장, 부장, 국장, 최종결재의 삼각사다리를 꾸며놓고 스스로를 구속당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재와 협조를 받는 것은 주로 정보습득 처리, 공동사고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는 명분이다. 규모와 사안에 따라 필요 불가결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은 요식 행위로 옥상 옥이다. 자기 할 일을 원칙에 준하여 창의적으로 처리하려고 하지만 중간 지위의 사람에게 본의 아닌 비위를 다 맞추어야 하고 설사 내 기안(起案)이 옳다고 하여도 상대가 반대하면 어려움에 봉착한다.

조직의 흥망은 리더에게 달려

 그런가 하면 중간 계급의 자리를 올라타기 위해 소모적 노력과 비용이 상상외로 많이 든다. 반드시 그 자리가 모두 있어야 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급속도로 밀려오는 지식·정보 물결에 얼마나 지탱할지는 의문이다. 학교의 경우 참모 조직으로 부장교사, 계선 조직으로 교감과 행정부장이 위치해 있는데 실은 학생들의 교육력 제고를 위한 보조 지원수단이다. 학교장의 권한은 교육본질의 교수-학습권, 교직원의 임용·상벌 등 인사권, 학교회계 집행의 재정권이 국가로부터 부여되어 힘을 받는다.
 아놀드 토인비 '역사연구'에서 세계 문명을 선도했던 21개국의 쇠퇴원인을 살펴보면 자연적 재앙이나 외부의 침입에 기인한 것이 아니고 조직 내부의 리더십 결여, 경직성, 자기만족, 나태함에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국운을 흥하게 하였던 배경은 그 체제와 관습들이 궁극적으로 조직의 리더에 의해 적극적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2002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4강에 들어가 그 신화를 창조하였던 것도 히딩크 감독의 변화적 전략전술이 특별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훈은 학교 경영자 리더십에서도 마찬가지다.
[PAGE BREAK]  학교 CEO가 조직의 변화를 통하여 사막화되어 가던 학교를 되살려 낸 대표적인 실화가 있다. 'Lean On Me'라는 시네마다. 1967년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에 위치한 동부고등학교가 그 주체다. 이 학교는 한 때 미국의 일류학교 이었으나 섹스·마약·폭력이 일상화 되어버렸다. 학교환경은 엉망이고 학생은 교실에서 소란을 일삼고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인종차별이 극심한 난장판이었다. 학생들의 성적은 말할 것도 없이 바닥을 밑돌았다. 연방정부에서는 학교의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접수하겠다는 통보를 한다. 패터슨시의 시장은 선거를 의식하여 이 학교의 교장을 교체한다. 당시 진보적 교육관을 가졌고 언론에 오르내리던 초등학교의 조 클라크(Joe Clark) 교사를 교장으로 선임한 후 학업성취도를 끌어올리도록 요구한다. 신임 교장은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교사들을 질책하고 마약거래와 폭력을 일삼는 학생들의 이름을 써내게 한 후 취임식 때 모조리 퇴학시킨다. 학생들 스스로의 책임을 강조하고 2주 후 학력고사를 본다고 발표한다. 방침을 따르지 않는 학생들은 퇴학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리고 성과가 신통치 않은 교사도 바꾸어 버린다. PTA에서 퇴학조치에 항의하자 부모가 솔선하도록 강조하면서 교장이 학교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은 열렬히 환영한다. 결국 엉망진창이었던 이 학교를 일류학교로 되돌려놓는다. 이 영화는 당시 미국의 교육 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베스트 시네마가 되었다. 여기서도 학교 CEO의 리더십이 학교교육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기업보다 심한 경쟁하는 학교

 신 사고의 리더는 획일화, 집체화, 설명식, 교과서식, 무질서, 냉소주의를 싫어한다. 사람들이 변화에 거부하고 저항하는 데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현재 상태의 유지와 안주하려는 경향, 변화에 따른 불안 심리, 개인 이기주의, 현 자리에 대한 보신주의, 시기심과 자기 동참 세력의 와해(瓦解) 염려, 자신감의 결여, 참신한 아이디어 부족, 자극에 대한 감각의 무딤, 당위론의 부족과 경쟁능력 결여, 기존 우위 체계의 파괴 우려, 가치 신념체계의 혼돈, 관료·권위주의 팽배 등이다.
 학교 경영 혁신의 주요 단계는 먼저 자기 처지의 인식이다. 변화를 감지하고 발상을 전환하는 역할적 변화다. 이어서 경쟁적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꾀해야 한다. 겸하여 학내 조직의 구조, 운영시스템 등에 대한 혁신이다. 마지막으로 구성원 모두의 구체적인 행동과 사고의 변화를 유도하는 일이다. 학교경영자는 학교교육의 독립성과 세계적 시조류와 사회적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것 중의 하나가 인류의 최대 숙제인 지구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대기중에 '갈색연막산성구름층'이 자주 형성되어 게릴라성 폭우가 빈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적도지방은 비가 오지 않아 사막화 현상이 확산되어 지구재앙을 경고하는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자연을 살리는 지름길은 체계적인 체험탐구학습프로그램을 종횡으로 투입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갈등을 불러오게 해야 가시적인 성과를 거양할 수 있다.
 최근에 대두된 멀티교육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여 학교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단체교육과 병행하는 운용체제다. 학교교육은 기초·기본학력을 신장시키는 교육과정운영에 중점을 두고 교실 밖에서는 질 높은 체험적 특기·적성교육을 원하는 때에 언제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약정에 협조하는 일이다.
 '학교는 열린 체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완전하게다. 연령의 제한이나 또는 전 단계 교육의 이수(履修) 여부에 관계없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무작위 접근(random access)' 심하게 말하면 '닥치는 대로'의 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도처에서 학교들은 학교 교육의 제공자로서 누리던 독점적 지위를 이미 상실하고 있는 중이다. 학교들은 언제나 서로 경쟁하여 왔다. 선진국에 있어서 기업들 간의 경쟁마저도 '뛰어난 학교들' 사이의 경쟁만큼이나 철저한 혹은 무지비한 경우는 거의 없다.

리더십을 가로막는 여러 요인

 학교장의 리더십에 한계를 가져오는 요인이 있다. 먼저 심신의 병약과 질병이다. 둘째가 현재로는 어쩔 수 없는 제도적 상황이지만 공립학교에서 나타나는 잦은 인사이동이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피하는 학교와 학생 학교장에게 특별한 보수 환경 등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셋째가 일하면 감사의 지적이 되고 안 하면 편하고 중간이나 간다는 인식이다. 넷째가 학교장의 실질적인 독립권과 자율권이 부족하다. 다섯째가 정부의 교육정책이 학교장 등 교단에 의한 의사결정으로부터 떨어져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여섯째가 학교장이 새로운 역량을 터득하고 발휘할 수 있는 공부하는 기회를 스스로 갖는 풍토 조성이다. 일곱째가 교장을 사회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트렌드다. 한가지 예로 교육에 관한 기관·단체의 토론광장에서 학교장이 참여하는 비율이 타직에 비해 현저히 낮다.
 충북 오석초등학교의 경영기법은 매우 독특하고 이채롭다. 아동들이 학교에 등교하면 정규수업 이전 이후의 특화학습시간표에 의한 찾아가는 학습이 유난스럽다. 컴퓨터, 공차기, 봉사활동, 영어비디오시청, 발명교실, 자연탐구, 방송리포터 등의 다양한 학습블록시간대를 자신이 정해놓고 활동한다. 어른들의 카테고리에 얽매이거나 간섭을 되도록 배제하면서 자율을 강조한다. 아동들은 독립적이면서 상호 유기적이며 진도도 학습자 속도다. 특화학습시간에 아나운서로 학습경험을 희망하는 아동은 처음에 교사의 안내를 받는다. 희망자 모두가 방송실로 모인다. 녹화 테이프에 의해 뉴스시간대의 남녀 아나운서의 뉴스진행을 눈여겨보면서 억양, 몸가짐, 말의 속도, 내용, 수준, 시청자에게 미치는 효과 등을 파악한 후 상당기간의 실습기간을 준다. 학생은 뉴스를 만들어와서 테스트 통과 후 아나운서로 활약한다. 전 단계에서 기사를 수집하고 제작하기에 분주하며 연습에 불이 붙는다. 식견이 넓어지고 논술력이 향상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는 사회적 연계형 교육의 한 장르다.[PAGE BREAK]  불변에 가까운 교육철학이 존재한다. 정치 체제의 이질성과 인종, 역사의 원근에도 무관하다. 그 철학은 외길의 인생으로 걸어온 교육 석학들의 논조다. 죤 듀이(John Dewey)가 많이 익힐수록 많이 배운다는 경험주의 교육철학으로 '가장 좋은 교육은 체험이다'라고 한 말. 피아제(Jean Piageet)가 학습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아동중심 철학인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자'라고 한 이야기. 미우라 겐지(Miura Genjy)가 마음이 서로 통하는 따뜻한 교육으로 '마주보고 이야기하자'라고 한 말 이다. 이 세 사람의 교육사상이 열린교육 사상의 큰 줄기다.
 학교경영의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학습지도다. 이 점에서 디지털·네트워크의 학습방식을 피력한 탭스캇(Tapscott, D.)의 8가지 근간을 요약해 보면 한국에서 한창 열기를 가져왔던 열린교육의 맥락과 흡사하다.

학교장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

 첫째, 하이퍼미디어 학습으로의 전환이다. 책과 같은 인쇄매체가 제공하는 선형적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로 읽어 내려가는 순차적 학습에서 하이퍼미디어를 통해 링크된 다양한 정보에 무선적으로 접근, 비선형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학습방식으로의 멀티교육으로의 변화다. 둘째, 참여와 발견학습으로의 변화다. 책과 같이 일방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고정 불변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유동적인 디지털형 정보를 학습자 스스로 가공, 편집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으로 창출하는 참여적 체험학습으로의 변화다. 셋째,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의 변화다. 학습자에게 전달할 정보를 사전에 가공하여 교사가 일정시간 동안 일정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사중심 교육에서 학습자가 학습활동의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학습활동을 전개하는 변화다. 넷째, 학습방법을 배우는 교육으로의 변화다. 전문가가 사전에 가공한 결과로서의 내용을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다양한 학습자원을 탐색, 가공, 편집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으로 창출하는 학습방법을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다섯째, 평생교육으로의 변화다. 모든 지식과 정보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족하던 공식적 제도적 학교교육에서 폭증하는 다양한 정보를 일상적인 삶과 연계해서 끊임없이 습득해야 하는 평생학습으로의 변화다. 여섯째, 다수의 학습자를 동시에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실시하던 획일화된 교육에서 학습자 개개인의 흥미와 관심,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화 된 교육으로의 변화이다. 일곱째, 누군가가 시켜서 마지못해서 전개하는 괴롭고 지겨운 학습에서 학습자 스스로 동기가 유발되어 자신의 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학습으로의 변화다. 마지막으로 완제품으로서의 지식을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아니라 학습자의 학습활동을 촉진시키고 조력하는 학습촉진자로서 교사의 역할이다.
 신물질의 창조는 기초과학탐구에서 정보 물결을 타려면 컴퓨터를, 세계인과 함께 가려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수업에 최대의 비중을 두면서 학생중심의 자기 주도적 학습, 속도차를 인정하는 개별 학습, 다양성의 추구로 창의력을 계발하는 7차교육과정의 패턴과 물리적 환경 개선에 오늘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적 구도가 요구된다. 정도(正道)로 열린교육을 운영한 학교가 있다. 설사 그 명제는 달지 않았더라도 그 학생들의 학력이 최상치를 유지하고 오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로 변하였다. 비행학생은 도태되고 인간 본성이 살아나 지역사회와 교육수요자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좋은 학교들의 공통적 특징은 학교급, 학교규모, 학교의 전통과 역사, 가정과 지역사회의 환경에 좌우되지 않았다. 본보기적 아름다운학교는 학교장의 교육관·패러다임·리더십과 조직의 역동성이 절대적이었고 독자성을 추구하였다. 이것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과 같지 않는가.
 신 문명사의 새로운 이정표는 '교육의 변화로 신지식을 만드는 것'이 금세기에 사는 우리들의 숙제다. 교육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외톨로 존재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래서 교육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더군다나 과거와는 너무나 다른 세기에 살면서 교육을 한다는 것이 더욱 어렵다. 교육의 실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조금은 더 알려고 공부해야 한다. 교육의 정체는 삶의 쉼표이고 교육의 변화는 삶의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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