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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방의 전망과 과제

세계는 이미 하나로 움직여 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적 자원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우리로서는 후손들이 세계를 향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화·국제화된, 즉 국제경쟁력을 갖춘 교육체계를 갖추는 길밖에 없다.


최청일 / 동아대 교수



1.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GNP 규모와 세계시장에서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산업에 대한 정부의 보호 조치는 대외적으로 설득력을 잃게 되었고 한국의 경제적 활동은 더 이상 세계질서와 법칙의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한국은 1995년 WTO 출범 시 정식회원국으로 참여하였고 1996년에는 OECD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APEC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국가의 하나가 되었다. 한국의 이러한 자발적인 시장개방정책의 확대는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하기도 하거니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개방을 통하여 해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3년 3월 WTO에 개방계획서를 제출한 것과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내에 들어서는 외국인학교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 및 외국대학의 설립기준 완화 등의 조치는 개방을 통해 국내 교육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와 교육계 일부에서도 이러한 교육 개방을 국내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우리 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신선한 충격을 주는 활력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선진국이 가진 양질의 교육 서비스가 우리 국민들에게도 제공된다는 것은 교육기회의 확대와 교육권 및 학습권이 예전보다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교육기관이 자극되어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나아가서 우리의 교육산업도 외국에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에 외국 교육의 무분별한 침투가 우리 학생들의 민족 정체성을 혼돈에 빠뜨리고, 교육의 주체성도 잃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개방으로 무차별적인 자유경쟁체제가 되면 질이나 체제에서 훨씬 취약한 우리의 고등교육은 자생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며, 적극적으로 교육개방을 받아들인 대학과 미처 대비하지 못한 대학 사이에는 아마 건널 수 없을 정도의 사이가 벌어져서 나중에는 교육계층화 현상을 낳게 될 것이고,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외국 교육기관을 통해 문화의 식민지가 이루어진다는 부정적인 관점도 있다.

2. 교육개방의 전망과 과제

교육개방이 우리 교육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교육의 국제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취약한 실정이므로 교육개방이 되면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진출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PAGE BREAK]따라서 교육개방으로 인한 전망과 대책은 개방으로 오는 부정적 영향은 물론 우리 사회의 발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교육개방이 우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긍정적인 면은 첫째, 우리 국민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보장해 주고,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며, 필요한 경우 현지인에 의해 현지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국내에서 제공받도록 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외국의 유수 교육기관과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교수요원들이 국내에 진출하여 교육활동을 하게 될 경우 외국의 첨단 학문과 기술이 국내 학계와 기술계에 전수되어 급속한 지식정보 및 기술이전이 가능한 점과 이로 인하여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진출과 국내 교육기관의 외국 진출을 동시에 가능하게 함으로써 교육기관간의 국제교류와 관계개선은 물론 사회, 문화 전반의 국제적인 교류 폭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국 유수의 대학들을 국내에 유치해 국내외 대학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러 규제만 완화된다면 국내에 들어오겠다는 외국 대학이 적지 않다고 한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과도한 유학비용이다. 연간 무역흑자의 절반에 가까운 외화가 유학 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열심히 수출해 번 돈을 유학비용으로 단번에 털어 넣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게 할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전반적인 교육환경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유학은 물론 교육이민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답답한 교육정책이 빚은 폐해다. 교육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국민에게 최대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교육개혁이다.
셋째, 선진국의 우수 외국교육기관의 첨단 교육시설 및 비교 우위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응하여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교육기관들은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획기적으로 교육여건을 획기 개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교육 분야에도 자유 경쟁체제의 도입, 교육기관의 교육수준 및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인정체제 구축, 양질의 교수 확보율을 높여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투자 확충,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비를 공교육비로 전환시키기 위한 방안 등이 연구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 주요 사립대들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우수교원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가 하면, 대학 환경개선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등 과감한 발전방안을 내놓고 있다.
넷째, 우리의 교육기관이나 교수요원, 학자들이 외국에 진출하여 우리의 교육을 보급·소개하고 한국학을 보급하게 될 때, 한국에 관한 폭넓은 인식의 제고와 홍보 효과, 그리고 전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이 비공식적 부문을 통해 높아질 수도 있다. 동시에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우리 교포들과 한국인 2·3세들에게도 우리 것을 알리고, 지키고, 키우게 하며, 산업 부문에서도 우리 상품의 수출 증대 전략의 일환으로 먼저 한국에 대해 알리고, 한국 상품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선(先)문화 전수, 후(後)경제 진출’이라는 접근 전략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교육개방 문제는 공급자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도 보아야 한다. 외국법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기업, 질 좋은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일반 국민의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PAGE BREAK]중국은 서비스 개방에 관한 한 저 멀리 앞서 가 있다. 또한 WTO에 가입하면서 이미 법률시장을 개방하고 영리 목적의 외국 교육기관과 병원을 설립하는 것도 제한 없이 열어 놓았다. 교육개방에 따른 저질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책도 마련돼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다음으로는 사립학교의 비중이 크고 공공성의 토대가 취약한 우리 나라에 외국의 기업형 학교가 진출하고, 돈벌이 사학이 난립하게 되며, 공교육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측면이다. 이들은 우리 나라 교육현실에 대한 대안은 교육개방이 아닌 우리 나라 공교육의 체계적·전면적 개편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국가의 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적 책무가 없어지고, 국가 규제가 사라지며, 모든 교육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는 교육공공성이 파괴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교육개방으로 인하여 교육기업이 만들어 질 것이며, 이 교육기업은 교육적 활동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기업 이윤, 즉 영리추구에만 몰두할 것이다. 또한 학생의 학업성취도도 조작되고 포장될 우려가 있으며, 교사들도 경쟁력을 이유로 노동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한다.
둘째, 고등교육의 대외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고등학교의 59%가 사립이고, 대학의 86%가 사립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교육은 국가주권으로서 공교육체계를 통해 국가가 담당해야 되지만 우리의 경우 국가의 재정 및 제반 여건상 사학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중 상당 부분을 외국교육기관에 맡긴다는 것은 국가 교육체계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이며, 이에 더하여 상업적 영리추구의 목적으로 외국교육기관이 우리 나라에 영리법인으로 학교를 세우게 될 경우에 우리 나라 사학재단 역시 형평성과 교육개방화정책으로 영리법인 설립이 허용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국가는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금보다도 더 회피하게 될 것이며, 국가의 재정지원도 학교별로 달라지고,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게 됨으로써 교육의 질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 계층간 교육 위화감의 조성이다. 교육개방으로 우수한 외국교육기관이 진출해 올 경우 교육경쟁체제가 구축될 것이고, 이럴 경우 외국교육기관들은 자국의 교육비 수준에 상응하여 교육비를 책정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비 수준에서 교육을 받아 왔던 국내의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교육기회를 얻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하여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교육적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며, 이는 교육의 평등성 실종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넷째, 교원들의 신분불안 및 정체성 상실이다. 이것은 교육개방이 되면 교육기관의 운영도 ‘경영의 방식’을 수용하여, 최소한으로 지원하되 최대로 성과를 내는 방식의 운영이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지속하게 되면서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 결과는 교육기관의 사유화가 계속되고 교원들의 일상은 더욱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또한 교육기관의 민주주의도 심각한 궁지로 내몰리게 된다고 한다. 이미 정부는 교수계약제, 교사성과급제를 도입하고 교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등과 같은 경향은 세계 유수 교육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 앞에 더욱 심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섯째, 교육주권의 상실과 지적 식민지로 전략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교육주권의 상실이라 함은 교육을 관리하고 통제할 책임권한이 GATS와 같은 국제협약의 규제를 받게 되고, 국가는 아무런 규제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을 말한다.[PAGE BREAK]이와 같이 교육개방은 교육공공성을 심각하게 파괴할 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통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적 권한과 장치가 해제됨에 따라 교육의 사회적 책무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방계획서의 구속력은 법적인 것이어서 정부가 부당하게 교육시장에 개입하거나 외국과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곧바로 WTO의 규제를 받게 된다. 우리 나라처럼 지적·문화적인 지식의 생산력이 아직까지 낮고, 외국 학문을 좋아하는 나라에서 외국인 교사, 외국 학교, 외국 교육과정이 우리의 학교를 도배하게 된다면 한국의 자체적인 지식과 문화 생산력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초·중등교육은 사회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인데, 여기에 우리 나라 상황과는 상관없는 외국의 교육과정과 외국인 교사가 교육을 담당한다면 교육의 정체성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3. 나가며

세계는 이미 하나로 움직여 가고 있다. 단지 정치적 이념으로 국가가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을 뿐 경제·사회·문화는 이미 하나로 통합돼 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후손들은 세계 무대를 상대로 살아가야만 한다. 또 미국 등 선진국의 교육개방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기와 방법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교육도 개방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회교육 및 고등교육 분야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하에서 인적 자원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우리로서는 후손들이 세계를 향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화·국제화된, 즉 국제경쟁력을 갖춘 교육체계를 갖추는 길밖에 없다.
2004년 중국의 교육개방계획을 보면 외국의 교육자본이 중국과 합작해 학교를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교육개방을 함으로써 나라의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전국 곳곳에 교육특구를 조성하여 외국의 교육자본이 학교를 설립해 운영할 경우 본국에 송금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개방은 우리 나라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어 우리 교육시장에 외국 교육기관의 침투를 막고, 아울러 양질의 교육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또한 교육개방은 교육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이 받는 연쇄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교육개방 그 자체가 다른 산업의 생산요소로 투입되기 때문에 질 높은 교육은 우리 나라 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교육개방으로 우리 교육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어 국제경쟁력이 강화되었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 의식 속에 우리 교육을 스스로 평가절하하고, 외국교육을 선호하는 사상을 불식시키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외국교육기관이 우리 교육기반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교육계 종사자뿐 만 아니라 전 국민이 교육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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