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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강의력 제고에 힘 쏟자

교수는 강의에 잘 참여하지 않거나 억지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설득, 레포(rapport) 형성, 이해, 동기 부여 등의 기법을 터득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전통 학생이 증가하고, 파트타임 학생이 증가하게 되면 대학은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 교수들도 학생들의 공부할 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기대를 변화시켜야 한다.

박남기 | 광주교대 교수



1. 들어가는 말

대학의 교육력 제고를 위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의 교육력 제고(강의능력과 학생지도 능력 포함)와 학생들의 학습능력 제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글에서는 교수의 교육력 제고 중에서 특히 강의 능력 제고를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강의한 제고를 위해서 현재 대학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강의 평가방법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교수의 강의평가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강의 지원 평가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그리고 대학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교수들의 강의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으므로 호주의 예를 들어 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대학 차원의 강의지원 평가 및 강의평가 관련 제언

전국의 대부분 대학에서 강의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강의평가에 관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강의평가 기준 및 방식이 점점 더 개선되고 있으나 강의평가가 강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의평가 방안에 관한 제안 이전에 먼저 ‘강의지원 평가’라는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부 대학의 경우에는 교수들이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지원은 하지 않은 채 강의 결과가 오로지 교수들에게만 달려 있는 것처럼 평가하기도 한다. 강의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강의평가뿐만 아니라 강의지원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가. 강의지원 평가
강의지원 평가란 교수들이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일부 영세한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전공과 관계없이 한 교수?서로 다른 다섯 과목을 강의하기도 한다. 중등학교에서 학교 여건상 교사가 상치과목을 강의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강좌당 수강생수가 너무 많아 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보니 30명 이상으로 수강생수가 불어나면 학생들과의 대화가 어려워지고, 학생들의 집중도도 떨어져서 강의하기가 어려웠다. 필요한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도 강의가 어려운 것은 기정 사실이다. 따라서 강의평가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대학의 강의 지원 정도에 대한 평가이다. 각 대학은 교수와 협의하여 원만한 강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최소 조건에 대한 합의를 하고, 그러한 합의기준 충족 여부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 교수들이 생각하고 있는 대학 차원의 강의지원 수준을 지속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강의지원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은 채 강의평가를 하면 교수들은 평가 결과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경우 강의평가는 강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은 교수들의 강의력 향상을 위한 연구 지원도 적극 실시해야 한다. 개별 대학 차원에서도 교수들에게 다양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개인 교수가 담당하고 있는 강좌의 강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는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고 있다. 교육 중심 대학의 경우는 교수들의 강의력 향상을 위한 노력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 차원의 노력도 강의지원 평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나. 학생의 강의평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 강의평가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강의평가에 대한 교육을 시키지 않은 채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강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교수의 강의평가의 의의, 목적, 방법, 활용 등에 관한 교육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실시해 온 강의평가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알려주고 그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강의 평가자나 교수가 유념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

지난 학기 한 강좌에서 무감독 시험을 실시했는데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밝히도록 한 후 이들 모두에게 최저 학점을 준 적이 있다. 그 결과 학생들도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강의 평가 중에서 최악의 점수가 나오도록 평가를 했다.

현재 많은 대학이 인터넷상에서 학점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강의 평가를 하도록 만들고 있어서 학생들이 대충 점수를 매기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 방식은 효율적인 반면 신뢰성에서는 문제가 된다. 평가 결과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강의평가 평점의 경우 인문사회계보다는 이공계의 평가 결과가, 강의 위주보다는 실험 위주의 강좌, 그리고 젊은 교수보다는 노교수 강좌의 평가 결과가 더 좋지 않게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성 이외에도 대학에서 그동안 실시한 강의 평가 결과를 분석하면 일정한 추세를 파악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강의 외적인 요인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으면 평가 결과의 타당성은 크게 저하된다. 따라서 각 대학별로 자기 대학의 전반적인 경향과 그러한 전반적인 경향이 나오는 이유를 분석하여 교수의 강의 노력이 아닌 다른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강의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다. 동료의 강의평가
초·중등학교는 수업공개가 거의 의무화되어 있다. 2005년부터 교사평가가 시범 실시될텐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료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연 1회 의무적으로 수업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수업 공개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교사들의 수업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수업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강의를 공개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강의평가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강의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강의 공개는 공개하는 교수뿐만 아니라 그 강의를 평가하기 위해 참여하는 동료 교수들의 강의력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어느 교수도 자신의 강의를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겠지만 강의의 질 향상을 위해, 대학에서는 강의 우수 교수 선발시 강의평가에 동료평가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강의력 향상을 위한 연구비를 충분히 마련하고, 그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은 연구 진행중에 자신의 강의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자신의 강의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과 함께 남의 강의를 보고 평가해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교수들의 강의력은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라. 강의평가 방식 보완
많은 대학은 학생을 통한 강의평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앞에서 언급한 강의 개선을 위한 노력(연구 포함) 및 그 결과 확산을 위한 노력도 강의평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많은 교수들은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지만 정작 자신이 담당하는 강좌의 강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나 자신의 강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연구 결과를 강의평가에 포함시킬 때 교수들의 강의력을 크게 향상될 수 있다.

3. 국가 차원의 교수 강의력 향상 지원 방향

전국의 많은 대학들은 대학 차원에서 교수들의 강의력 제고를 위해 ‘교수-학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의평가제가 도입되고, 강의평가 결과가 급여 및 인사에 의미있게 반영되면서 교수들의 강의 질 향상을 위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강의 질 향상을 위해 크게 관심을 갖거나 직접 질 향상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교수보다는 그렇지 않은 교수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학의 핵심 기능이 학생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수의 강의의 질 제고를 단순히 대학 차원의 노력에 맡겨두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도 연구 지원 못지않게 강의 질 향상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 교수의 강의력 향상에 노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호주를 들 수 있다. 호주는 국가 차원에서 대학 교수의 강의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예로 호주대학교육위원회(The Council on Australian University Teaching)를 들 수 있는데 이 위원회는 뛰어난 강의를 발굴하여 널리 알리고, 강의 기법을 개발하여 강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이 위원회는 1996년에 대학교육 및 교직원개발위원회(The Committee for University Teaching and Staff Development)로 바뀌었는데 목적은 이전의 위원회와 거의 비슷하다.1) ‘…좋은 강의, 학습 그리고 측정법을 개발하고 이들을 발전시킴 ; 대학에서의 강의 개혁을 유도함; 대학교수 및 강의 관련자들에게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함‘(CUTSD, 1999: 1).’ 이 위원회와 함께 전국강의개발기금(National Teaching Development Grants, NTDGs)이 만들어져 개인 혹은 집단의 강의 능력을 토대로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의 목적은 대학에서의 강의 질을 높이고, 강의 방식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우수 강의 수상은 경쟁이 아주 치열한데 1999년도의 경우 218명이 신청하여 그 중에서 46명이 수상하였다. 학과나 단과대학 경쟁 부분도 있는데, 총 87개 분야가 신청하여 13개 분야가 수상하였다. ‘교수개발기금(Staff Development Grants)’도 만들어졌는데 이 기금은 주로 교수-학습 전략 개발 지원에 사용되고 있다.

호주의 모든 대학에는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교수-학습 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강의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교수들과 함께 강의 효과성 측정을 위한 기구를 개발하며, 교수들의 강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개선책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대학 밖(off-campus)에서의 강의도 이 센터가 관장한다. 동 기금은 각 대학의 교수-학습 센터와 협력하여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강좌를 평가하고 교수 학습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 이외에 모든 대학은 단과 대학이나 학과 차원 혹은 전 대학 차원에서 우수 강의 교수를 선발하여 시상하고 있다. 대학 내에서의 강의 평가는 동료평가 위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시상제도 도입의 결과, 호주 대학에서 강의가 중요한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강의도 체계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대학 문화가 정착되게 되었다. 우수 강의상은 교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상 중의 하나가 되었고, 수상 결과는 대학 신문에도 공표가 된다. 객관적인 강의 평가 결과에 더 높은 배점을 하고 있는 교수승진제도 속에서 수상 내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교육학적 배경이 없거나 강의 경력이 별로 없는 젊은 교수들이 대학 교수들을 위해 개설되어 있는 공식적인 과정 [예를 들면 대학 강의 자격 대학원과정(Graduate Certificate of Teaching in Higher Education)]에 많이 등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규교수 임용시 이러한 강좌 이수를 필수로 하자는 주장(만일 지원자가 이에 상응하는 다른 자격이 있거나 대학 강의 경험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이 일고 있으나 교원노조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4. 맺는 말

학생 배경별 구성비의 변화, 학생 특성 변화, 사회와 학생들의 요구 변화, 교육자로서의 교수 변화, 학교 재정난 가중 등의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대학 교수의 교육력 제고는 무엇보다 더욱 절실한 과제이다.

우리나라 대학 경영에서 학생 지도,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 형성, 비전통적 학생 가르치기, 학생의 성공에 필수적인 서비스 제공 등이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교수는 강의에 잘 참여하지 않거나 억지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설득, 레포(rapport) 형성, 이해, 동기 부여 등의 기법을 터득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전통 학생이 증가하고, 파트타임 학생이 증가하게 되면 대학은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 교수들도 학생들의 공부할 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기대를 변화시켜야 한다. 교수가 학생들이 바라는 지도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의지,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기술,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질문 기술, 학생과 지속적인 관계 유지 및 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연령별 학생의 특성에 관한 지식 등도 갖추어야 한다.

하나의 조직이 노화하는 대신 시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능력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능력이 오늘의 대학과 교수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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