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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 대학 육성으로 연구역량 강화해야

대학의 역할과 기능분화를 통해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연구중심 대학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연구중심 대학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연구중심대학은 정착되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앞으로 차별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연구중심 대학의 육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유현숙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Ⅰ.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대학교육 기회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지만 대학의 질적 수준은 아직도 세계적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따라 지식 창출을 위한 핵심 센터로서의 대학 기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그간 ‘두뇌한국 21’ 사업을 통한 학문후속세대의 양성, 대학원 중심대학의 육성, 특수 분야 대학원의 설치 등을 통하여 지식창출을 위한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역량은 세계적 수준과 큰 차이가 있다.

대학의 연구역량을 측정하는 지표들은 연구인력 배출, 특허의 산출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구논문 발표 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민간 학술기관인 ISI(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가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문헌인용색인(SCI)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SCI 논문 수는 2002년 현재 1만4916편으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1년의 1만4162편에서 약간 상승한 수치 이기는 하나, 아직도 세계 총 논문 대비 점유율로 볼 때 1.66%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미국은 26만8526편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이 6만8979편으로 2위, 영국이 6만6854편으로 3위를 나타내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영어권 국가도 아니며, 우리와 이웃해 있는 일본이 논문실적으로 본 연구 경쟁력 면에서 세계 2위라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대학별로 본다면 미국의 하버드 대학은 8537편으로 1위, 일본의 도쿄대학은 6178편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연구실적 면에서 세계 100위권 대학에 52개교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및 영국이 각각 8개교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학으로는 서울대가 유일하게 논문 수 2713편으로 34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연구논문 500편 이상을 나타낸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9개 대학에 불과하다. 대학의 연구경쟁력은 결국 대학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이며, 다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글에서는 대학 연구 경쟁력 강화방안을 정부와 대학차원의 연구 지원체제를 중심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Ⅱ. 대학연구에 대한 지원현황 및 문제점

2001년 현재 정부의 각 부처로부터 대학에 지원되는 연구비의 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한다(유현숙·이영 외, 2001).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의 정부 각 부처에서는 다양한 명목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경쟁력 저조는 연구에 투자되는 재정이 취약하다는 데 그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대학에 투자되는 연구비의 재원별 비중을 비교하면, 199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56%가 정부 지원인데 반해, 미국의 경우는 71%가 정부 지원이다.

한편 각 대학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를 ‘연구비 중앙관리제’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대학연구비 중앙관리제는 ‘일정한 전담기구가 연구자를 대신하여 연구에 필요한 제반 경비의 조달과 집행절차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연구비 중앙관리의 목적은 교수들의 연구비 회계 관리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연구비 집행의 신속성과 융통성을 확보하여 연구자 자신이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적인 사무처리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연구 지연과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연구비 중앙관리제가 대학에 도입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연구비 중앙관리제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 정부의 대학에 대한 연구지원체제의 문제점
정부 부처에서는 다양한 명목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연구 성과를 면밀히 살펴 비용-효과 분석에 근거한 재배분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물론 개별 연구과제에 대해 평가가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그 결과가 후속 연구지원을 위해 충분히 피드백(feed back) 되고 있지 못하다. 그 결과, 정부 부처 간 중복된 투자, 산만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간 대학 연구비 지원은 몇몇 부처에 한정되어 왔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분화와 고도화에 따라 이제는 그 관련 부처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여러 부처로 확대되었다. 문제는 정부의 연구지원 사업이 이렇게 복잡화되면서 부처 간 중복지원의 문제가 발생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정책결정에 의해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학의 특성과 학문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성 있는 연구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학별로 연구의 비중과 가치는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유형별로 연구중심대학과 비 연구중심 대학, 전문대학, 교육대학 등 연구의 목적 가치에 따라 대학 연구비 지원은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현재 정부의 연구비 지원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학 연구비 지원은 소수 정예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대학을 육성한다는 목표와 연구 인력의 저변확대 정책이 혼재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학문과 전공영역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지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는 연구 수행을 위하여 뒷받침되어야 할 물적·인적 조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간접비 비중을 같게 적용하고 있는 경우가 그 예다. 전공영역별로 최적의 연구비 지원규모는 달라질 수 있는데, 계열별로 볼 때 이·공학계의 연구대학들이 보다 많은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지원액은 교수당 SCI 실적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2. 대학차원의 연구관리 체제의 문제점
정부차원의 연구관리체제의 문제도 있지만, 대학차원에서도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대학의 연구 활동이 그저 교육의 기능에 부속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 대학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학에는 연구를 위한 별도의 회계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연구 활동을 대학이 주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기능으로 대학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원가에 의한 연구비 산출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직접비와 간접비 모두 원가계산 방식에 의해 그 규모가 산출되고 있지 못하다. 간접비의 경우 직접연구비의 일정 비율로 추가하여 산정하기보다는 전체연구비의 일정 비율로 산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 결과 간접연구비는 직접연구비와는 별도로 지급되는 ‘+’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고, 연구비총액에서 공제되는 ‘-’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간접비가 이렇게 총 연구비에서 공제되는 마이너스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연구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간접비 징수자체에 저항감을 표출하게 되고, 지원기관으로서도 간접비가 연구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또한 연구비 정산 시 당초의 연구비 예산에 간접연구비가 제대로 계상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수반한다.

한편 연구비 중앙관리제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연구비 중앙관리제는 대학교수들이 원시적인 방식으로 연구비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이 연구지원 업무를 대행하여 교수의 연구 이외 활동의 시간적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비 중앙관리제가 본래의 취지를 살려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교수는 여전히 연구자 개인이 연구비 관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행정직원의 경우는 교수들의 일을 대신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III. 대학의 연구경쟁력 제고방안

대학의 연구기능 강화방안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과 대학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먼저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대학의 역할과 기능분화를 통해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연구중심 대학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연구중심 대학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연구중심대학은 정착되고 있지 못하다. 많은 경우 대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대학별 균등지원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두뇌한국 사업의 경우도 원래의 취지 중의 하나는 연구중심대학의 육성이라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경우는 정부가 대학에 대해 어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연구중심 1대학, 연구중심 2대학으로 구분되어 있다.
정부는 앞으로 차별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연구중심 대학의 육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그동안 정부의 대학에 대한 연구지원의 성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 각 부처들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대학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해 왔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두뇌한국 사업을 비롯하여 대학에 대한 대형 연구지원 사업들이 다수 추진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지원에 의해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밀도있는 분석이 요망된다. 과연 논문실적의 향상이 두뇌한국 21사업의 결과에 의한 것인지, 그리고 대학교수들의 특허나 저술 활동과 연구비 지원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대학의 연구 인력은 어느 정도나 확보되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망되고, 이를 통해 연구비의 재 배분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셋째, 대학연구비 산정이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대학연구비 산출지침’의 제정이 필요하다. 연구관리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대학과의 연구개발 계약을 위한 경비결정 원칙을 담은 일종의 비용산정지침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 지침에 의해 회계연도 동안 대학에서 발생한 모든 경비를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분하여 교육·연구 등 주요 기능별로 배분하고, 연구기능에 배분된 직접비와 간접비에 의해 간접비 비율이 산정되도록 한다. 미국의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연구비 비용을 산출하는 지침인 ‘OMB Circular A-21’은 대학이 수행하는 활동을 교육과 연구, 대외 서비스 활동 및 기타 기관 활동으로 구분하고 기관별로 발생한 경비를 이 기능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넷째, 정부의 연구비 지원정책이 ‘과정에 대한 규제’에서 ‘성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성 강화’로 그 방향이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연구비 재배분이 반드시 성과에 기초하여 선정될 수 있는 공정한 선정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전평가와 사후평가에 보다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평가결과를 축적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 강화를 위한 기본원칙으로는 평가기준과 절차의 명시화와 체계화, 외부 평가를 포함한 공정한 평가, 평가결과의 공표, 평가결과의 축적과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평가에 있어서 단순한 양적 지표뿐만 아니라 인용횟수, 사회적 효과 등과 같은 질적인 지표도 폭넓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연구결과로 인해 대학과 발명자 공동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강화한다. 대학이 기술이전센터 등을 설치하고, 지적소유권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도록 하며, 실질적 기술이전에 의한 연구비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주기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대학의 연구비 중앙관리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관리제를 위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는 연구비관리 지침(간접비 비율에 대한 적정한 범위 제시, 계정과목 정의, 인건비 인정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간접비를 그 취지에 맞지 않게 연구비 중앙관리제 운영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일곱째, 연구비 관리를 위한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대학 연구비 관리 모델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연구 활동을 대학의 고유한 기능의 하나로 간주한 원가계산제도를 정착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주된 기능이 교육과 연구라고 볼 때 이들 두 가지 기능의 수행으로써 창출되는 서비스의 원가를 측정해야 한다. 교육서비스의 창출과정에서 희생된 대학자원의 소비는 교육원가로, 그리고 연구서비스의 창출과정에서 희생된 대학자원의 소비는 연구원가로 구분되어야 한다.
아울러 간접연구비의 구분관리를 통한 플러스 개념의 간접비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 연구 활동을 위한 직접비와 간접비를 구분하여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연구직접비(research direct costs)는 연구 활동과의 인과관계가 직접적이어서 연구원가에 직과할 수 있는 원가항목이므로, 부문별 원가 계산을 전제로 하여 산출하도록 하고, 연구업무를 전담하는 임무부분에서 발생하는 원가들을 모두 포함하도록 한다.

여덟째, ‘대학연구회계규칙’을 제정한다. 위에서와 같은 개선안이 대학단위에서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가칭 ‘대학연구회계 규칙’의 제정이 필요하다. ‘대학연구회계 규칙’의 제정은 연구 주체로서 대학 재정의 충실화를 도모하고, 책임회계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으며, 연구비 지원기관에 대해 대학의 연구 활동에 신뢰를 주어 대학에 대한 연구비 투자를 촉진하고, 연구수행자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함으로써 대학의 연구기능이 보다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아홉째, 연구비 관리를 위한 대학 행정체제의 개선이 요망된다. 외부로부터 지원되는 연구비의 중앙관리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연구관리 조직을 설치하고, 연구관리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인력을 배치함과 동시에 재무 및 회계담당 부서와 유기적인 연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연구비 관리가 단순히 규정의 준수 수준에서 실질적인 지원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 요원을 강화하되 연구비 관리 능력을 구비할 수 있도록 연수를 강화한다.

<참고문헌>
①유현숙. 이영 외(2001). 정부부처의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분석 및 효율화 방안. 한국교육개발원 수탁연구 CR 2001-25.
②유현숙 외(2002). 대학연구기능 활성화를 위한 행·재정 지원체제 개선방안. 한국교육개발원 수탁연구 CR 2002-22.
③유현숙(2002). 대학의 연구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향과 과제, 교육개발 통권 136호. The Boyer Commission on Education, Reinventing Undergraduate Education : A Blueprint for America’s Research Universities,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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