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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욕설_ 욕의 영광과 오욕

요즘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욕쟁이 캐릭터가 인기다. 대중가요에도 욕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대중문화상품의 주된 타깃은 청소년이다. 대중문화 속 욕설을 단순히 표현의 자유나 심리적 배설 기능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철저히 금지해야 하는 사항으로 봐야 할까? 대중문화 속 욕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욕과 스트레스의 관계, 욕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스트레스와 욕의 변증법
욕의 본질은 공격성이다. 욕은 모욕하고 저주하는 말을 퍼부음으로써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러나 욕은 반드시 명확한 상대가 있어야만 튀어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 개 같은 세상!”이라고 욕하는 것이 그렇다. 명확한 상대를 발견하지 못할 때, 욕의 대상은 익명의 ‘그놈들’이 된다.
욕은 충동적으로 터져 나온다. 그것은 쉽게 억눌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성과 경험, 자기통제능력이 부족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요즘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에이씨, 짱나!”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교사나 부모는 “너, 어른 앞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고 다그치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선생님(엄마)한테 그런 거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변명만은 아니다. 실제로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 경우가 많다. 욕은 예사말로 다스리지 못하는 충동이고 일탈이다. 그것은 벼랑에 내몰린 사람이 내뿜는 ‘막말’이다. 문란한 기운이고 반란의 징후다. 분명한 것은 욕이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집단에서 욕이 횡횡한다면 그들의 사회적 상황과 인간관계가 나쁘다는 증거이다. 청소년들의 욕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울분과 좌절, 고통과 불안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의 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욕은 감정의 발산이면서 동시에 ‘삭이는’ 것이다.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혼자서라도 욕을 하면 마음의 위안을 받고, 긴장이 완화된다. 면전에서 어떤 사람에게 욕을 하면 싸움이 되어 감정이 더욱 격해지지만 혼자서 하는 욕은 그렇지도 않다. 면전에 대고 욕하는 것처럼 후련한 맛은 없지만 대신 싸움이 나지도 않으면서 마음은 달래진다. 그럴 때 욕은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문학적으로 해방의 기능을 가진 욕설
욕설에는 자기해방의 기능이 있다. 자기해방의 기능은 사회적으로 신성시, 금기시되는 대상을 욕보일수록 더욱 커진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춘성(春成) 스님이다. 열세 살에 출가해 당대 최고의 선지식(善知識)인 만해, 용성, 만공의 가르침을 받았던 춘성은 <화엄경>을 거꾸로 외울 정도로 해박했다. 그런 춘성은 욕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어느 날 산림법 위반으로 경찰서에 잡혀갔다. 경찰이 주소를 묻자 춘성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우리 엄마 XX다.”
“본적은?”
“우리 아버지 XX다.”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불경스런 대답이다. 걸인을 만나면 입은 옷을 훌훌 벗어주고 팬티바람으로 절까지 걸어오곤 했던 춘성. 잘 때 이불도 덮지 않고 잤던 그는 걸망에 죽비 하나, 빼놓은 틀니 하나, 주민등록증, 그리고 속옷 하나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욕설은 기행과 더불어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구애됨 없는 선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삿갓 일화에도 이런 것이 있다. 황해도를 돌아다니던 그는 추운 겨울날 하룻밤 묵어갈까 해서 어느 서당에 들렀다. 그러나 훈장은 나와 볼 생각도 않고 꼬마들 몇 놈만이 문밖을 내다보며 낄낄거렸다. 길손을 깔보는 것이 분명했다. 그에 김삿갓은 이런 시를 지어 읊었다.
“書堂乃早知(서당내조지) /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뜻은 이렇다.
“서당을 일찍 알고 와보니, 방안에는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열 명도 안 되고 선생은 와서 얼굴도 내밀지 않네.”
평범한 내용이다. 그러나 한문을 음독해보면 그것이 곧 욕임을 알게 된다. 욕도 문학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욕은 문학적으로도 해방의 기능이 있다. 욕은 관용적 표현과 규칙을 과감히 뛰어넘는다. 욕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을 절묘하게 조합시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 ‘제 아비 메치고 힘자랑할 놈’, ‘접싯물에 빠져 죽을 놈’ 같은 표현이 그렇다. ‘손주 제삿밥 받아먹을 때까지 살아라, 이 썩을 놈아’, ‘육시랄, 모가지를 빼서 똥 장군 마개로 박을 놈아’ 같은 표현은 또 어떤가. 그 기발한 상상력에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문화 속 욕과 청소년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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