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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하나 보고 살아왔는데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지난 2011년 서울시교육청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자 교장이 있는 학교가 남자 교장이 있는 학교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이화여대 한유경 교수는 ‘여자는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게 교장에 진출한 만큼 학생 성적 등 학교관리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카리스마로 상징되는 여자 교장선생님. 교단에 막강 파워세력로 등장한 1200여 명으로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를 찾았다.

“너무 속상해요. 노후에 받는 연금하나 기대하고 살아온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까지 삭감해 버리면 어떡하죠. 교사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하는데 명예퇴직은 힘들고 연금을 줄어들고…. 너무 한 거 아닙니까?”

김옥자 교장을 만난 지난 11월 서울상경초등학교. 교장실 창문너머 속절없는 홍시가 파란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전국 1174명의 여자 교장을 대표하는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 김옥자 회장. 그는 정부 여당의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을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후배 교사들에게 미안하죠. 오죽하면 퇴직하신 선배교사들까지 연금 개혁안 반대 집회에 참석했겠어요. 교장들이 뭔가 도움이 돼야 할 텐데 고민이 많습니다.” 여교사들에게 보람과 희망을 심어주는 교장이 되고 싶다는 그는 연금 탓에 교사들의 열정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장 임기 동안 여교사들의 관리직 진출을 늘리고 그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0월에 회장에 취임했으니까 벌써 석 달이 됐습니다.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앞으로 임기 2년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고민이 많았어요. 여교장회가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니잖아요. 여성의 교단 진출이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한 지금, 그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서 우리교육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교원들의 행정직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그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통로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여교장회 소개 좀 부탁드려요.

“지난 1971년 처음 발족해 44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현재 회원 수는 1174명이구요. 초등은 전국 교장의 19.8%를 차지하고 있고, 서울에서는 40.3%가 여자 교장입니다.”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는 지난 1971년 이화여대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창립 당시 회원 수는 93명. 당시에는 교감까지 포함시킨 인원이었다. 이후 한국여자초등행정협의회란 이름으로 활동해 오다 지난 2013년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로 변경했다. 여교장들의 학교 경영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연수활동을 활발히 벌여오고 있는 한국초등여교장회는 지난 4월 제주도에서 ‘글로벌 비전을 디자인하는 행복교육’을 주제로 여성교육 리더의 감성과 열정을 살리는 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  

서울과 지방의 여교장 비율에 차이가 많네요.

“그렇죠, 지방에서는 아무래도 여자 교원의 관리직 진출이 좀 힘든 편입니다. 차차 개선해 나가야겠죠. 서울은 내년 정도면 여교장 숫자가 남자 교장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어요. 교감만 놓고 보면 여자가 훨씬 많거든요.”

그래도 교육 분야에서는 여성의 관리직 진출이 활발한 편 아닌가요.

“한때 여성 관리직이 크게 늘어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후퇴한 분위기입니다. 서울만 해도 본청에 여성과장이 단 한명에 불과하거든요. 보가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교단이 너무 여성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글쎄 그게 왜 우려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여성도 남성이 갖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어요. 요즘 인성교육이 화두잖아요. 사실 인성교육에는 오히려 여성이 더 적합합니다.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 특유의 감각으로 학생들을 보살피는 능력이야 말로 꼭 필요한 것 아닐까요.’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경험하신 적은 있나요.

“‘여자라서….’ 라는 소리 죽기보다 더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몇 갑절 더 열심히 일했고요. 다행히 저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분들을 만나 꿈을 펼칠 수 있어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유리천장이 존재하지요. 그럴 때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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