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스승의 날 기념식 참석 … 교사 자긍심 살리는 계기
지난 5월 15일, 한국교총은 교육부와 제34회 스승의 날 기념식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은 스승의 날이 1982년 정부기념일로 부활된 후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컸다. 여기에서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은 교원 스스로 자긍심과 교권을 높이 세우는 즉, 학교・사회・세계를 향한 ‘새로운 교원상’ 정립운동을 제안하면서, 전국 50만 교원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국가와 사회가 교원을 공경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시대는 사실상 지나갔다는 점에서, 정부・정치권・사회에 기대어 교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교권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 교원 스스로 새로운 교원상을 정립하고, 교육과 교직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교권과 교육발전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9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 ‘스승의 날(교사절)’을 하루 앞두고 베이징사범대를 방문해, “훌륭한 스승은 도덕성과 지조를 갖추고 학생들이 올바른 길을 걷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청소년 학생들이 인생의 단추를 잘 끼우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교사 처우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교사를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미래국운을 교육에 걸고, 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뿐만이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첫 당선 당시부터 재선 이후까지 교육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교사’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국의 교육을 누차 칭찬하며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사를 배울 점으로 꼽았다. “부모 다음으로 교사들은 학생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로 불리고 있다”는 그의 말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스승 존경 문화와 우수한 교사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다. 이처럼 선진국 정상들이 교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처우 및 자질 개선에 나선 이유는 명료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보편적 진리를 재발견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어려운 국가여건 하에서 교육에 헌신하는 교원에 대한 특별한 존중 인식을 지니고 교권을 강조하였다. “제자가 스승을 우습게 여기는 교권 없는 학원에서 진정한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1966.1.12, 대통령 연두교서)”, “교육의 질과 성과는 교사들에 의해 결정된다(1982.1.22 대통령 국정연설)”고 강조하곤 했다.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교권을 존중하면서, “교원은 각종 행사나 회의 시 직위나 기관 간의 서열과 관계없이 특별히 우대하고, 교권침해사례는 엄벌하겠다(1988.6.3)”고 밝히곤 했다.
단임정부 선언적 교원정책이 오히려 교권추락 초래
하지만 미국, 중국 등 선진국들은 과거 대한민국의 교사존중 정신을 본보기로 삼아 교사를 교육의 핵심주체로 상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교원존중의 전통이 약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수요자중심 정책기조와 교원책무성 제고 정책이 트렌드가 되면서 교원에 대한 존중과 교권 확립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교육입국(敎育立國)을 표방하면서, 교직발전종합방안, 교육여건 개선계획, 학교교육력 제고 사업을 비롯한 수많은 교육여건 개선 정책, 그리고 교권 존중 공약들이 제시되었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선언적이고 일회성의 형식적인 교원사기진작책과 교권대책들만 제시되어왔고,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 부족이 크게 작용하면서, 결국에는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 그리고 교권 존중의 사회적 여건 조성을 기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원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바라봄으로써, 대다수 훌륭하고 우수한 교원들의 교직에 대한 열정과 열의를 잃게 하고, 교권 추락이라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점에서 교원 스스로 새로운 교원상을 정립하여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 내고 교권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 되었다. 국가나 사회가 교원을 공경하고 전문성을 존중해주던 시대는 사실상 지나갔다. 더 이상 사회나 정치권 및 정부에 기대지 말고, 교원 스스로 교권을 지켜나가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수요자 중심,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인해 그간 잃어버렸던 교원상을 교원 스스로의 손으로 새롭게 세워 실천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 스스로 학생, 학부모와 신뢰관계를 구축・협력하면서, 학교 안에 머무르지 말고 학교 밖까지 손을 뻗어 사회적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더 나아가 세계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교원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먼저, 교원은 학교 속에서 스스로 변화의 중심이 되어 교육공동체간 대립과 갈등구조를 극복하고 신뢰와 협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학부모와 한 마음이 되어, 동일한 교육관을 갖고 학생을 위한 공동 노력을 하는 ‘학사모일체운동(學師母一體運動)’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원과 학생이 함께 가는 사제동행(師弟同行)과 학부모와 한뜻이 되는 사모동행(師母同行)이야말로 교권침해의 원천적 차단책이 될 수 있다. 진정한 교권은 제도와 법보다, 학교 문화의 전환을 통해 확립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실천적 활동으로 교사가 먼저 감사 편지를 보내는 등 ‘마음의 촌지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질적 촌지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교사로부터 시작하는 마음의 편지 및 문자 쓰기 운동을 하고 학생과 사회, 국민을 향해 변화의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로 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새로운 교원상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시야를 학교 밖으로 넓히고, ‘1교사 1사회 공헌활동’ 등 사회참여 확대를 통해 교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와 지역 사회와의 간극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스승존경 풍토 조성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회봉사를 통해 나타나는 교사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서 인성교육의 역할 모델로서 작용할 것이다. 교사 스스로 새로운 도덕과 공동체 의식, 세계시민의식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는 노력을 다할 때 자연스럽게 국가와 사회가 교원의 자긍심을 세워주고 교권을 보호해야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진취적인 대한민국 교원상도 정립해 나가야 한다. 방학이나 연구년제를 통해 개발도상국 학생들에 대한 봉사활동으로 세계교육에 기여하고, 돌아와서는 그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 교실을 세계 속의 교실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평화봉사단처럼 가칭 ‘평화교육단’을 만들어 세계 여러 나라 교육현장의 봉사와 교육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과 교원의 우수성을 우리 스스로 전파하고, 글로벌 역량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진취적 교원상 정립, 국민에게 감동 주는 교사 돼야
저는 지난 2013년 6월 교총회장을 연임하면서부터, 연구하는 교직상(象)을 확립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지속된 5・31 교육개혁의 수요자 중심의 정책기조로 인해 교직이 급속히 기능직화, 노동직화 되어가고 교원 스스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직이라는 교직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대의 교원은 지식의 소극적 전달자가 아닌 능동적 생산자, 탐구하는 전문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교직이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교원이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원 자신의 교육활동과 수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반성적인 탐구를 통해 실천적 지식과 통찰력을 내면에 쌓으면서, 연구하는 교직문화를 확산해가야 한다. 가르침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면서, 인성 등 학생의 전인적 성장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주체적인 교원의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원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고 교권을 굳건히 확립하는 정도(正道)이자,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