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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필리핀 교육봉사로 되돌아본 인성교육

한 때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국민 소득도 높았던 필리핀은 현재 전체 인구의 절반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지난 여름, 우리의 30여 년 전 모습을 한 그들을 돕겠다(?)고 떠난 나는 우리가 무엇을 잃어 버렸는지를 깨닫고 돌아왔다.

#1 30여 년 가까이 오로지 인문계 고등학교 교단에서만 서 있었다. 교사로서의 가치와 자부심을 오로지 입시 성과에만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자문한다.
#2 2015년 7월,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되었다. 국가가 법령을 제정하여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강제하는 시대가 되었다.
#3 2015년 8월, 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학생과 기간제 교사에게 폭력·성희롱을 일삼아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4 2015년 9월, 한 중학생이 자신이 다녔던 학교에 ‘부탄가스 테러’를 감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5 2015년 여름, 필리핀 교육봉사 경험을 통해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넘치는 행복을 간직한 이들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살아있으므로 인해 당위적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이러한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교사로서 교육의 지향점과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는 늘 현재적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학교, 특히나 인문계 고등학교는 오로지 입시를 최상의 가치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적 목표로서의 최종 가치는 교육을 통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품성과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아직도 기본을 갖추지 못하고 계속 시행 착오를 겪고 있는 것일까?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제시한 인성의 핵심 가치를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사회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인성교육의 패러다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대 사회는 워낙 개인주의화 되다 보니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를 종합하여 소통하는 기재와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긍정하는 힘이 부족하다. 이는 결국 자아 인식과 자존감의 결여에 기인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인성교육의 주요 착안점은 학생의 자존감 회복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현대 사회가 익명성에 묻혀 있어 책임감과 정직성의 결여 또한 심각한 수준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교실의 현실 풍경 가운데 하나는 학생 개개인은 대단히 깔끔하고 샤프한데 교실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바닥에 난무하여도 그걸 치우거나 청소하는 학생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만 깨끗하면 된다는 이기심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감력과 자율성, 인성교육은 여기에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을 법으로 강제한다고 가능해지는 것일까? 아니 바람직한 것일까? 이제 와서 의미가 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학교 교육의 본질이 지와 덕과 체의 조화로운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굳이 인성교육진흥법과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이제 의무적으로 해마다 일정 시간 이상의 인성교육을 위한 연수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인성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에게 폭력과 성희롱을 자행하고 교장은 그것을 묵인하고, 학생이 학교를 테러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또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현실, 이것이 21세기 한국의 현 주소인것 같아 씁쓸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서라도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강제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할 만하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 대한 자극도 더불어 필요할 것 같은 그런 동감 말이다. 교사로서의 우리가 반성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낙후된 교육 환경, 인성교육 방해하지 않아
뜻하지 않은 행복이었다.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국민행복교육포럼 교육기부단 활동의 일환으로 (사)엔젤스헤이븐 해외교육 사업단과 연대하여 10여 일 가까이 필리핀 마닐라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봉사활동을 전개하였다.

한국의 현재는 개도국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우리의 우수한 교육과정과 역량을 바탕으로 저개발 국가의 교육 현장을 일깨우고, 이를 위해 직접적인 교육자원 지원뿐 아니라 교수?학습 방법과 교육과정 협력, 교사 상호 방문 등의 구체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나 자신이 많이 매우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 때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국민 소득도 높았으며, 6·25 전쟁 시기에 유엔군의 일원으로 우리를 도왔던 필리핀은 현재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에 속한다고 하였다. 특히 도시 빈민층 문제가 심각하여 학령기의 학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으로 상상했던 것 보다 낙후된 교육 환경이었다.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과 질이 열악하여 상당수의 학생들이 사립학교를 다니기도 하는데 사립학교 역시 교육과정이나 행정 제도 등이 미흡하여 질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1970~80년대를 연상시킬 만큼 교육 기자재가 부족하고, 수업은 거의 강의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집중도와 교사의 열정만은 대단하였다. 열악한 환경이 학생들의 예의와 품성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필리핀 학생들의 순수하고 예의바른 행동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은 함께한 교육봉사자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였다. 짧은 기간이었으나 참여한 교육봉사자들의 몇 가지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필리핀 학교 교실의 분위기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였다.

교사와 학생의 신뢰 관계가 인성교육의 출발
필리핀의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학생 중심의 활동적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은 없었고, 대부분이 교사의 열강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으나, 진지하고 쉬지 않는 교사의 질문이 넘쳐나고 있었다. 좁고 열악한 공간이었으나 분위기는 활기차고 수업은 질서가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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