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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아이들 마음이 보여요

오늘 준섭이와의 일은 깨달은 바가 컸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자 닫혀있던 마음이 누그러지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귀 기울여 듣다보니 서로의 입장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인정하게 되고, 배려하게 되고, 양보하게 되었다.

“야, 은석이 옷 내놔!”

예성이가 준섭이를 따라 들어오며 소리친다. 준섭이는 예성이를 피해 도망가며 옷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결국 자기 자리에 있던 물통의 물을 쏟고 만다.

“선생님, 준섭이가 은석이 옷을 빼앗아 가서 안 줘요.”

예성이가 도움을 요청한다. 혹시라도 실랑이를 벌이다 다치는 일이 생길까 싶어 어서 옷을 돌려주도록 일렀다. 준섭이는 무언가 억울한 듯해 하면서 마지못해 옷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당탕탕…….”
“선생님, 예성이하고 준섭이하고 싸워요.”

아니나 다를까 복도에서 둘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아까 일이 아직 앙금이 많이 남았던 모양이었다.

“왜 싸웠니?”
“예성이가 제 물통을 엎어놓고 그냥 가잖아요.”
“내가 엎은 거 아니거든.”

아까 실랑이를 벌이다 물통의 물을 쏟은 일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본질은 그게 아닌데 괜히 신경질이 나서 그렇게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이유인즉, 공부가 끝나고 준섭이와 은석이가 같이 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은석이가 자기는 점심을 빨리 먹었다고 먼저 먹은 준우와 같이 가겠다며 먼저 가버린 것이다. 그것이 아쉬웠던 준섭이가 은석이를 따라 나가 옷을 빼앗아서 못 가게 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보던 예성이가 은석이 옷을 돌려받기 위해 준섭이를 따라와서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준섭이는 평소에도 아이들과 다툼이 많은 편이었다. 먼저 짓궂은 장난을 일삼는 일이 다반사였다. 자기는 장난으로 한 것이지만 친구들은 불만이 많았고, 그래서 꾸중을 듣는 일도 많았다. 그 때도 점심시간에 뒤에 앉은 아이와 계속 장난을 치느라 은석이가 점심을 다 먹을 때까지 자기는 아직 다 먹지도 못한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준섭이의 잘못을 더욱 탓하게 되었다.

준섭이는 꾸중을 들으면서도 늘 그렇듯이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많은 부분을 서운해하고 억울해 하였다. 그런 부분에서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그러나 계속 다그친다고 준섭이가 수긍할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면 반성도 없고, 오히려 관계만 나빠질 것 같아 준섭이에게 잠시 시간을 주고 나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다가 ‘준섭이의 입장은 어땠을까?’라는 부분에 생각이 미치자 준섭이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 풀어갈 실마리가 보였다.

“은석이하고 놀고 싶었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준섭이의 눈이 살짝 촉촉해졌다.

“같이 놀기로 한 은석이가 먼저 가버려서 많이 속상했겠구나.” 사나웠던 눈꼬리가 내려갔다. 그 이후 준섭이는 자기도 잘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옷을 빼앗는다고 해서 억지로 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는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돌아갔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 산다. 매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기는 어렵겠지만 가끔씩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일 때 갈등은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올해도 이제 한 달 밖에는 남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과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후회 없는 시간이 되기 위해 조금 더 자주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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