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계의 논란과 갈등의 하나였던 전국 소규모 지역교육지원청 통폐합 추진이 사실상 철회됐다. 즉 교육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소규모 교육지원청 기구 축소와 통폐합이 최근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제외된 것이다.
교육부는 2016년 6월 교육지원청 과 단위 설치 하한선 설정과 함께 교육지원청 통폐합 시 교육지원센터 설치, 특별교부금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규모 교육지원청 조직 효율화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전국 25개 지역 교육지원청이 기구 축소돼, 현재의 교육장, 과장, 팀장, 담당자의 위계에서 교육장 밑에 바로 실무담당자로 직결돼 직원 350명 가량이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일정 기준 미만의 교육지원청의 경우 과단위 기구를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해 해당 25개 지역 주민 등 교육계의 큰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실제 25개 해당 시군 지역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 시위가 계속돼 왔고, 여러 교원 단체와 교육계 인사, 학부모들도 반대 의견을 개진해 왔다. 경제논리에 의한 인위적 행정 조직 개편으로서 학생 교육에 오히려 역효과가 클 것이라는 반대 논리이다. 교육적, 문화적 소외 지역인 농어촌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개악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소규모 교육지원청 조직의 효율화 차원에서 3년 연속 인구 3만명 미만 또는 학생 수 3000명 미만인 지역의 경우 과를 설치 할 수 없도록 추진했으나 정책의 본질을 오도, 지역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법령개정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는 최근 시끄러운 시국 정세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소규모 교육지원청 ‘과 설치 불허’조항을 삭제했다. 아울러, 교육감이 특정 대교육지원청에 인근 소교육지원청 사무를 일부 통합 처리,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소속 교육지원청의 통합을 장관에게 요청, 통폐합 시 장관이 행·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 정책을 완전히 철회하지는 않고 여지는 남겨두었다. 다만 학생수 5만명 이상 설치 할 수 있었던 국단위를 6만명으로 상향하는 등 교육지원청 기구 설치기준을 강화했다. 당연히 국, 과가 감축되도록 한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교육지원청 통폐합 기준 철회를 계기로 지역교육과 발전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소규모 학교 통폐합도 전면 철회할 것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도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따르는 것이 학생수 기준이다. 이 학생수 기준에 따라 통폐합을 추진하면 도시 학교는 남아 학생수가 늘고 농산어촌 학교는 통폐합 대상이고, 결국 폐교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물론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소규모 교육지원청ㆍ학교 통폐합도 이해하지만, 소규모 교육지원청ㆍ학교가 속한 지역은 대부분 문화적, 교육적으로 소외 지역이다. 학생들 역시 의무 교육 차원과 교육의 평등성 차원에서 역차별을 받는 학생들이다.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국토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지원을 해야 하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점에서 무리한 경제논리만으로 통폐합을 추진해선 안 된다.
이제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사회 지표상으로 당장 2018학년도부터 고졸 학생 수 대비 대입 학생 수(정원)의 역전 현상이 나타날 추이를 보이고 있다. 또 우리 사회의 다문화 사회 진입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그들과 그들 자녀들인 소위 다문화인들이 마음 편하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위정자들의 몫이다. 또 그게 선진 복지 사회의 출발선이다. 한국인 남편, 외국인 여성의 조합으로 이뤄진 다문화 가정의 대부분이 농어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귀농귀촌 정책도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 귀농귀촌 가정 자녀, 모두가 도시로 떠날 때 묵묵히 농산어촌을 지키며 사는 가정의 자녀들이 도시의 학생들과 같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 주길 기대한다. 작은 학교를 지속적으로 통폐합하면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교육때문에 도시 이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실이다.
혹자는 통폐합이 되면 학생수가 많아져 경쟁력도 생기고 지원금으로 교육 환경도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일부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통학 버스로 매일 등하교 왕복 2시간을 시달리고, 지역의 교육, 문화, 집회의 센터인 마을 학교가 사라지는 공동화 현상의 역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말의 함의(含意)도 새겨들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이번 소규모 지역 교육지원청 통폐합 중단 정책에 이어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도 철회해 농산어촌 교육, 문화 소외 지역 학생, 학부모, 주민들이 편안하게 양질을 교육을 받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정책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