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연수 방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교수가 강사로 나서고 집단 연수를 통해 교사들이 교육을 받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집합 연수 방식이 아니라 전문적 자율성에 기반을 둔 소규모 연수가 유행이다. 교내에서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선생님들끼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교사가 수업을 잘하려면 혼자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동료 전문가와 함께 모임 활동을 하면 쉽게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선생님들끼리 하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빠르게 정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을 보면서 고민을 나누고 성과를 공유하면서 발전한다. 이를 수업 나눔이라고 한다. 수업 나눔의 형태는 교사가 수업을 공개하고 동료 교사들이 참관 후 특정 장소에 모여서 협의회를 한다. 이는 어느 전문가의 일방적 연수보다 수업의 변화를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수업 나눔 과정이 오히려 공허함만 남기는 경우가 있다. 수업 관찰 후 자질구레하게 평가를 하는 피드백을 한다. 수업 관찰 상황을 저마다 자신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방법상의 처방을 증명된 지침처럼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대안은 관점에 따라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수업 상황과 관련 없는 판서, 교사의 목소리, 수업 중 움직임, 교사의 옷차림 지적도 갑갑함만 느낀다. 물론 수업 당사자의 노력을 칭찬하고,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여전히 형식적이어서 힘들게 수업을 공개한 것에 대한 인사치레일 뿐이지 성장의 디딤돌을 발견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다. 따라서 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결과는 다양하게 해석한다. 수업도 관점이 다른 선생님들이 보기 때문에 저마다 다르게 보게 된다. 모둠별 활동에서 다소 시끄럽다고 말하는 쪽도 있고, 상호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쪽도 있다. 아이들의 대화 상황도 어떤 선생님은 웅성거림이라고 하고, 어떤 선생님은 토론이라고 한다. 똑같은 수업을 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이 있고, 통제가 안 되는 수업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수업 전개, 학생 대화 방법도 수업을 보러 온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한다.
교사들은 능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수업에서는 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수업은 완성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 시켜가야 할 영역이기 때문에 이런 태도가 만들어진다. 즉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 늘 성찰하는 자세가 이렇게 나타난다. 이는 훌륭한 교사가 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부담스럽지만 기꺼이 수업 공개도 한 것이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교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등 최신 교육트렌드를 획일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언은 오히려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결국 교사들은 교육을 냉소적으로 대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활기찬 교실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들은 이미 나름대로 수업 전문가다. 수업자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학습 활동을 구조화한다. 그리고 학생의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학습 내용을 내면화하는 전략으로 다가선다. 다양한 수업 이론은 참고의 영역이지 그것을 적용의 대상이라고 여기다보면 교사 자신의 독창적인 수업을 만들어가는 자생적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눔이란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가지고 있는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다. 소통, 협동, 관계 맺기다. 남을 바른 시각으로 이해하고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술이다. 수업 나눔 시간에 날카로운 분석에 집중하는 것은 관계를 차갑게 거부하는 것이다. 나눔은 가슴에 무거운 것을 덜어주어야 한다. 무기력한 학생들과 고군분투하는 교사의 삶을 위로해야 한다. 학생의 마음에 다가서고 싶어 하는 교사를 응원해야 한다. 초임의 자세를 잊지 않고 여전히 꿈을 키우는 교사의 신념을 봐야 한다. 온갖 비교육적 현실이 교실의 문턱을 넘볼 때 자존심을 지키며 교육의 본질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의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수업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나눔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키워주면 교사들은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교사를 믿어줄 때,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일어설 힘을 찾고, 교육도 점점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