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요즘 교육현장에서 이 말을 빼고는 교육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지능정보화 사회로 전환된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교육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기술과 디지털 환경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빅데이터, 드론, 3D 프린터,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기술은 앞으로 우리의 생활에 꼭 필요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지능정보화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미래를 위해 어떤 교육을 받고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소프트웨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부족
많은 사람들은 지능정보화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 것일까?’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아이들 스스로 유연하고 효과적인 사고를 하면서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량과 실천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는 것에는 대개 동의할 것이다.
이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이하 CT)다. CT는 단순히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상황과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알고리즘을 뜻한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듯 CT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해 우리나라도 오는 2018~2019년부터 초·중등 소프트웨어교육을 의무화한다.
결국, 지능정보화 시대의 교육에 주어진 과제의 핵심은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역량과 소양을 생애주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량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다양한 문제해결 경험을 통해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교육의 성공적 도입과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한 준비가 교육의 최전선인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나 코딩교육이 교육과정에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이것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ICT교육에서부터 현재의 소프트웨어교육까지 우리나라 교육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정보화 교육이 폭넓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학생을 20세기의 교사들이 19세기의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 아직도 만연해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은 이런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아직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세상을 이해하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
학교 현장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을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앱 개발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소프트웨어교육을 이해하기 위해 영어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영어 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 때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까지 대한민국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며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렇게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권 국가에서 살기 위해서나 원어민처럼 되기 위해서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어를 통해 의사전달이 가능해지면 글로벌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데 보다 더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말과 다른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기초가 된다. 물론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살아가는 데 크게 문제는 없다. 조금 불편할 뿐이다.
소프트웨어교육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어떨까.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을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직업을 가진 아이들로 만드는 것은 당연히 목표가 아니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방식의 언어를 익히고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의 언어는 배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은 없다. 조금 불편할 뿐이다.
결국, 소프트웨어교육, 코딩교육, 스마트교육 등은 디지털 미디어나 새로운 기술, 컴퓨터의 언어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기술과 의사소통해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 아닐까?
이제는 인간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모든 것이 가능했던 시대에서 인간은 인간을 넘어 디지털 기술과 의사소통해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초·중등 교육과정 안에 포함된 소프트웨어교육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기술을 익히고 알고리즘적 사고를 체험하고 CT를 함양한다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훨씬 유리할 것이다.
디지털 문명과 소통 준비시켜야
이런 지능정보화 시대의 교육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폭넓은 협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접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누가 더 잘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아이들 스스로 디지털 문명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바람직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기계 문명 속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준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교육의 목적은 교과를 총체적으로 배우고 그를 통해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교육기본법에 명시돼 있다. 지능정보화 시대의 인간다운 삶은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 것이며 삶의 모든 순간에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 기기나 인터넷 서비스가 인공지능 기술을 만나 우리는 경험해 본 적 없는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의 유혹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할 것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디지털 문명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기술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