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54회 맞이한 수원화성문화제,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정조대왕 능행차일 것이다. 능행차 참가인원이 많기도 하고 볼거리가 많을 뿐 아니라 올해는 서울에서부터 융건릉까지 이어지니 언론의 조명도 받았다. 또 있다. 역사의 재현이 바로 그것. 문화제를 하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시민 뿐 아니라 전 국민들의 시선을 받기에 족하다.
수원이 고향이고 수원에서만 60년 이상을 살아온 나. 수원화성문화제와의 인연을 살펴본다. 수원북중 재학 때에는 백일장에 참가했다. 당시 백일장 장소가 광교저수지 둑이었다. 까까머리 중학생인 내가 잔디밭에 앉아 시(詩)를 구상하고 끄적이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작년엔 e수원뉴스 시민기자로서 창덕궁에서부터 노들섬까지 취재해 보도한 적도 있었다.
올해엔 능행차에 앞서 이뤄지는 조선백성 환희마당 경연대회에 출연했다. 수원시평생학습관 포크댄스팀을 지도하고 출연해 장안문에서 화성행궁까지 시가행진을 하면서 네 곳에서 심사를 받았다. 시가행진을 하면서 도로 양편에 도열한 시민들의 주목과 박수를 받고 도로 중앙에서 포크댄스를 추면서 어깨 으쓱했던 추억은 자랑스럽게 남아 있다.
지난 10일 오후, 수원시정연구원 2층 강의실에서 수원화성문화제와 관련한 뜻 깊은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수원시정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제12회 수원학 포럼의 강사다. 성함은 이홍구(85세, 전 평촌정보고 교장)님이다. 자료에 나타난 강사 자격은 ‘능행차 최초 재현 기획과 연출 지도자’다. 1975년부터 1989년까지의 당시 능행차 슬라이드 사진 자료를 가지고 나왔다. 42년 전 흥미진진한 능행차 재현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시 화홍문화제의 시대적 배경은 몇 가지가 있다. 경기도청 수원이전 결정과 도청 신축 기공식(1964년 10월 15일)을 기리기 위해 1964년부터 지방 특색을 살리는 수원시민의 날 행사로 수원시에서는 화홍문화제를 개최한 것이다. 장조대왕의 효심 유덕을 계승하고 시민의 친목과 단합을 도모해 애향심을 높이고자 수원 화홍문을 소재로 해 화홍문화제가 지정돼 이어온 것이다.
특히 1975년부터 수원성곽 정화복원사업이 정부 방침에 따라 시작되면서 당시 이재덕 수원시장은 효원의 도시 수원의 특성을 살리고 정조대왕의 효심 유덕을 본받고 기리기 위해 전국 11개 시도의 대표 효자효부를 추천 받아 11개 부처 장관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화성성역의궤를 번역해 발간했다. 모든 지방행사에 중고등학교 학생이 동원되던 시절이었다. 이 강사는 공설운동장의 스탠드 90% 이상이 학생들로 채워졌다고 술회하고 있다.
당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결정은 수원 삼일정에서 KBS 이서구 극작가를 초빙해 이재덕 수원시장, 안익승 예총지부장, 김영권 공보담당관, 수성고 이홍구 교사가 심도 있는 논의 끝에 화홍문화제의 전통성을 살리고 정조대왕의 유덕을 기리는 효원의 도시 특성을 살리자고 하면서 이서구 작가의 능행길 답사기록과 ‘조선열성능행반차도’ 10폭 능행도 병풍을 기증받아 핵심 부분만 재현하기로 해 8개교 교장단의 협조를 요청하게 됐다.
그리해 교장단에서는 동원될 출연진을 각 학교 공동참여를 전제로 추첨하기로 하고 수원고, 수원농고, 매향여상고, 유신고를 결정해 학교당 60명 씩 240명이 참가하기로 했다. 경기감사에는 유신고, 대취타대는 매향여상, 왕과 문무백관은 수원고, 금위대장 팀은 수원농고가 맡았다. 이어 의상과 각종 기구제작, 말 동원 연습 일정 등을 협의했다. 예산은 수원시 공보실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1975년 10월 초에 공설운동장에서 4개교 240명이 7일간 연습에 임했다. 말 3필은 경기감사, 대신, 금위대장이 타고 왕과 문부백관은 시가행진 카페레이드를 전제로 자동차에 모형세트를 만들어 승차했고 선두에는 대형 깃발 ‘정조대왕 화산능행차’가 앞서고 대취타대는 녹음으로 확성기를 이용했고 공설운동장을 돌며 능행차 시연을 했다.
이 날 시가행진에는 공설운동장에서 각 시도 효자효부 수상자 11명을 수원 10전투비행단 짚차를 동원해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수원역까지 카퍼레이드로 시내를 누비고 이어 능행차 행렬이 뒤를 따르고 수성고 밴드와 시민 농악대, 각 고동학교 고적대와 밴드부 등이 참여해 시민들의 볼거리와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976년 제13회 화홍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시연은 수성고 단일교로 출연 8개 팀 380명, 말 4필이 동원돼 공설운동장에서 효자효부 표창과 함께 수원역전까지 시가행진과 카퍼레이드를 했다. 1977년에는 10개 팀 480명이 출연해 재현했고 제18회 전국민속에술경연대회 식후 행사로 재현했다. 1978년에는 제59회 전국체전(10.12 인천공설운동장) 마스게임으로 능행차 13개 중요부분을 530명이 포퍼먼스를 전개하고 제15회 화홍문화제 수원공설운동장에서 재현했다. 1979년 능행차 연시는 수성고 1학년 600명이 참여했다. 그러니까 1975년부터 화홍문화제 능행차 시연은 20년간 학생 주도로 이뤄졌던 것이다.
이날 열린 제12회 수원학 포럼은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뿌리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