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장공모제 확대, 원점으로 돌아가라

미국 교육부는 카터 대통령에 의해 창설(1979)된 이래 지금까지 연방정부 수준의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교육부의 주요 임무는 교육 기회의 평등성을 보장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업성취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 교육부의 연간 예산은 약 680억 달러 정도 되는데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8조 원 정도로 연방정부 예산 규모 면에서 네 번째로 많은 부서다(Fiscal Year 2018 Budget of the U.S. Government,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2017.5.23.). 그런데 지난 40여 년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교육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면서 종단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오고 있다. 부연설명하자면 현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정책은 오바마 행정부가 기획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였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대통령이 추진하고 집행하게 될 교육정책과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교육정책은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은 한 반대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그 기조가 유지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되어 기획되고 추진된 교육정책들이 5년 주기로 지어졌다 사라지는 바닷가 모래성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정부 예산에서 교육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위까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그 주된 원인이 마치 ‘교장승진제도’에 있는 것처럼 최근의 교육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정권따라 교육정책 뒤죽박죽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도 이해 당사자들이나 국민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을 적용하여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교총에서 전국 초·중·고 재직 교원 1,6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1.1%가 교장공모제 확대를 반대한다고 조사되었다. 만일 표본의 대표성과 표준오차를 신뢰할 수 있다면 ‘교장공모제의 확대 적용 정책’은 원점에서부터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보거나 이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방식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있어 개선안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이 정책을 환영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의 의견을 비교 분석해보면 [표 1]과 같다. 찬성하는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15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소지한 교사는 누구나 교장 후보가 될 수 있다’와 ‘자격보다는 실력 있는 교사에게 교장직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반면 반대하는 단체는 ‘국민들의 교육권 훼손’, ‘검증 절차의 불합리성과 비민주성’,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그리고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의 훼손’ 등으로 요약된다.


[표 1] 무자격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한 찬반 의견


이 대립하는 단체들의 의견을 비교 분석해보면 몇 가지 쟁점이 형성된다. 첫 번째로는 제도와 의식의 대립이며, 다음으로는 자격과 실력의 대립이다. 기존 제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교장을 양산하였기 때문에 학교 현장이 피폐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학교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 등과 같은 다른 요인은 없었는지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장으로서의 실력과 자격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 [표 1]에 제시된 찬성하는 단체의 주장대로라면 ‘자격’과 ‘실력’은 모두 ‘15년 이상의 근무 경력’으로 정의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면 반대하는 단체가 주장하는 ‘교육감 눈치만 살피는 교직풍토 조성’이나 ‘코드·보은·낙하산 인사’ 등과 같은 문제는 그동안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면확대를 바라보는 의심의 눈길
두 번째 쟁점인 교장 후보자의 ‘자격’과 ‘실력’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을 살펴보면, 경기도가 시행하고 있는 교감승진후보자 규정의 경우 20년 이상의 경력(70점), 다면평가에 의한 근무성적(100점), 연수참여성적(27점), 연구실적(3점), 그리고 ‘도서벽지 및 농·어촌 학교 근무경력’ 등과 같은 가산점(14점)으로 가중치가 주어져 합산된다. 그리고 교감에서 교장으로 승진하는 규정은 위의 항목들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제도는 지난 60여 년 동안 다양한 시행착오와 문제점들을 개선하면서 지역의 특성에 맞도록 개선해왔다. 따라서 자격에 명시된 이러한 항목들을 ‘자격’이라 정의할 수 있으며, 이 항목들에서 후보자들이 획득한 점수를 ‘실력’이라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찬성하는 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력을 제외한 다른 모든 항목의 가중치를 제로(0)로 하겠다는 논리인데, 이것이 개선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찬성하는 단체들의 입장에서 15년 이상의 근무경력을 핵심적인 실력으로 정의하고자 할 경우, 기존 제도에서 경력 가중치를 높이고 다른 항목들의 가중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한다면 예기치 않은 시행 착오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 이상의 교육경력이라는 단일 항목을 자격과 실력으로 동일시하여 밀어붙이는 정책은 그 이면에 ‘불합리한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표 2]는 제도와 의식 수준을 각각 상·중·하로 구분하여 분할표를 만든 것으로 원문자는 수준의 서열척도 성격을 갖는다. 독일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상’ 수준의 훌륭한 제도가 아닐지라도 교육이나 경제 시스템들이 ‘신뢰’라는 높은 의식 수준(①, ②, ③)에 의해 잘 굴러가고 있는 반면, 우수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일지라도 의식 수준이 낮을 경우(⑦)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우며, 설령 작동하더라도 그 효과의 크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표 3]은 위에 언급한 첫 번째 쟁점인 자격과 실력의 분할표이다. 2개 이상의 항목들로 구성된 자격과 각 항목에서 획득한 점수에 해당하는 실력을 각각 상·중·하로 구분하였다. 대한민국 교육을 위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자격과 실력 모두에서 적어도 중 이상의 조합(①, ②)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격과 실력 중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이 하인 것들의 조합(④, ⑤)이다. 후자의 경우 ‘자격’과 ‘실력’이 없으면서 ‘실천’도 없이 ‘말’만 많은 교장이 탄생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교육현장은 더욱더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교원 정책의 핵심은 신뢰… 모두 공감할 교장 임용제 마련을
미국의 플로리다와 위스콘신주,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교장 협의회(NASSP & NAESP)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장의 리더십 기준’을 요약해보면 실천성과 효율성을 전제로 ‘미래지향적인 통찰력’, ‘학습지도 능력’, ‘학습 공동체의 운영 능력’, ‘조직 활성화 역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의 운영능력’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반대 단체들이 주장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검증절차나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현행 제도의 가중치를 조절해나가는 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가는 길임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래사회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학적 통찰력과 대응능력, 경험치가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 등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교장의 자격·실력·리더십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병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