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달 수단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선사시대부터 농경사회에서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구술’이 있었고 산업사회와 정보화시대 초기는 ‘텍스트’를 주로 활용했다. 그러나 IT산업이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우리 사회는 ‘정보화시대’에서 ‘정보 과잉의 시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텍스트로 된 정보는 여전히 유용하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검토하기에는 우리 주변의 정보량은 넘쳐난다. 게다가 시간도 부족하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개인이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더욱 넘쳐나게 되었고, 사회의 정보전달 수단은 영상을 포함한 ‘이미지’가 넘겨받았다. 즉, 현대사회는 텍스트의 시대에서 이미지의 시대로 변화했다.
‘이미지’의 시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 손에는 전부 2G폰이 들려있었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2G폰의 문자메시지 용량은 40글자 즉, 80바이트였다. 한 글자라도 넘치면 MMS로 넘어가면서 건당 100원씩 부과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난 지금은 문자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자 대신 이모티콘과 스티커를 매우 많이 사용한다. 문자메시지보다 더 많이 활용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매자 수는 무려 1400만 명, 월평균 발신 건수가 20억 건이 넘을 만큼 사람들은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다(2016년 기준). 이미지가 활자 기능을 대신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방증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폰을 기존 세대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는 10대와 20대의 성장과 더불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비주얼씽킹(visual thinking), 인포그래픽(Infographics) 등의 새로운 정보전달 도구가 생겨 났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이미지가 빠져있는 곳은 없다. 이미지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활자보다 더 유용하게 쓰인다. 그로 인해 이미지는 무엇을 배우고 익히는 데에도 더욱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된다. 현대는 텍스트를 활용한 소통방식보다 이미지를 활용하여 더 감각적이고, 더욱 명료 한 소통방식이 주목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는 저서 <그림의 혁명>에서 인류의 문명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고찰했다. 그는 ‘기호들로 이루어진 체계인 코드’로 그 발달 단계를 설명했는데, 인류 문명은 선사시대의 신화·주술적 상상에서 나온 그림 단계에서 시작되어, 문자로 서술하고 분석하는 단계를 거쳐 이제는 기술 장치를 통해 창조된 기술적 이미지의 단계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교육의 기본은 ‘보여주기’이다
눈을 감고 우리 반 학생들을 떠올려보자. 학생들의 이름이 텍스트로 떠오르는가, 아니면 얼굴이 떠오르는가. 어딘가를 찾아가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몇 Km 후 좌 회전’ 이런 식의 텍스트보다는 내비게이션이나 지도가 떠오른다. 이렇듯 우리는 무엇인가를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 ‘이미지’가 ‘텍스트’보다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즉, 교육의 기본은 ‘보여주기’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교육적 행위를 통해 지식을 전수 하며, 학생이 배워 익히는 과정을 교육이라고 할 때, 가르치는 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은 바로 ‘보여주기’이다. 이는 학생중심수업이든 교사중심수업이든 마찬가지이다. 유아용 교재는 물론 대학 교재까지 ‘시각’을 매개로 하는 디지털학습매체와 이 미지들이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유통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교육에 있어서 이미지의 중요성과 그 활용성은 매우 강조되고 있다.
우리는 텍스트의 시대에서 태어났다. 또 아날로그 시대에서 태어났다. 우리는 텍스트의 시대와 아날로그 시대에서 살다가 이미지의 시대, 디지털 시대로 이동한 세대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이미지의 시대에 잘 적응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또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모두 이미지의 시대와 디지털 시대에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지를 많이 접했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
지금 학교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전 세계의 디지털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경영전략가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2008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책에서 이들에게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이자 ‘최초의 글로벌 세대’란 평을 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자료들을 접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각종 디지털 기기들을 두려움 없이 만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갈수록 아이들을 가르치기 어렵다고 한다. 이들은 학교 수업에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기를 힘들어하고, 글을 쓰거나 읽는 것을 매우 지겨워하며, 전통적인 수업방식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주얼씽킹이나 웹툰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
지금의 아이들은 오랫동안 사색하고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기 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여 과업을 해내는 데에 강하다. 그리고 멀티태스킹 능력도 뛰어나다.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자극적이며, 임팩트 있는 것을 선호하고, 개인이 ‘꽂힌 것’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의 웹 드라마나 SNS에 공유되는 각종 동영상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대 초반 UCC 시대만 하더라도 영상이 5~10분 정도로 각 클립마다 호흡이 길었다. 하지 만 지금의 웹 드라마나 SNS용 동영상들은 1~3분 사이의 동영상으로 호흡이 매우 짧다. 뿐만 아니라 임팩트가 가득한 이미지들을 주로 사용한다.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10~20대의 선호방식에 맞춰가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이미 알고 있다. 아이들의 동기유발 자료로 동영상이나 이미지보다 탁월한 것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공개수업을 하거나 장학수업을 할 때를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교사가 수업 초반 동기유발 자료로 동영상 자료 혹은 우리 반 아이들이 들어간 사진, 우리 교실이나 학교 등 이미지 자료를 사용한다. 우리가 비주얼씽킹이나 웹 툰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이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비주얼씽킹이란?
이미지를 사용하여 소통하는 방식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아이들에게 처음 글자나 숫자를 가르칠 때 커다란 그림카드를 보여주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비주얼씽킹(visual thinking)이란 어떤 특정한 기술이라기보다는 이미지와 글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생각을 정리하고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려는 습관이다. 한 마디로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어진 정보를 텍스트만으로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보다 그림을 활용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 라는 생각에 바탕을 둔다. 평소 아무리 읽어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어려운 개념이라도 그림을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되었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미지를 활용하면 정보전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도 공감대 형성에 도움을 주 고, 오래 기억하게 하고, 아이디어 발상이나 복잡한 설명을 할 때도 도움을 준다.
비주얼씽킹의 장점
▶ 내용을 전달하기 쉽다
비주얼씽킹의 가장 큰 장점은 내용 전달이 쉽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비주얼씽킹이 발전한 가장 큰 이유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한자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여러 말보다는 한 번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다. 벚꽃을 예로 들어보자.
텍스트로 제시할 때와 이미지로 제시할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텍스트로 제시했을 때보다 이미지로 제시했을 때가 보다 직관적이고 간결하다. 또 벚꽃 텍스트를 봤을 때와는 다르게 벚꽃 이미지를 봤을 때는 익숙한 노래 마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이는 우리 교실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에서, 중학교보다는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보다는 유치원에서 수업시간과 교실환경에서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내용을 정리하기 쉽다
인터넷·스마트 시대가 열리기 전, 정보는 책·신문·라디오·TV 등과 함께 몇몇 사람들의 지식으로만 존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신문을 꼼꼼히 읽고, 스크랩해야 했으며 정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나면 이 세상의 수많은 정보를 몇 초 만에 검색할 수 있다. 이제는 정 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영향력 있는 사회가 아니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를 잘 전달하는 사람과 정보를 잘 받아들여 자기화하는 사람이 영향력이 있는 시대가 되었다.
▶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
비주얼씽킹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공감대 형성이 쉽다는 것이다. <그림 2>는 생일날 SNS로 받은 축하 메시지를 캡처한 것이다. 한 친구가 ‘축하해요’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나는 장난으로 ‘돈으로 줘’라는 답글을 남겼다. 그러자 친구는 특별한 대답 없이 이런 사진을 댓글로 남겼다. 아마도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이 익숙한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한 자 적지 않았지만 이미지가 주는 독특한 느낌 때문에 친구의 의도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스마트폰 이모티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 메신저에 텍스트 없이 이모티콘만 보내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좋아요’ 등의 간단한 감정표현은 텍스트보다 이모티콘으로 보내는 것이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웹툰의 시대
전통적으로 만화는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까지도 좋아하는 학습매체이다. 만화·웹툰을 활용한 교육은 저학년 과 고학년 모두 가능하고 성적·성별 등의 차이에도 영향이 없다. 또한 학생들의 문해 능력에도 크게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학습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쉽게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만화는 그림을 기본으로 하고 글은 대화체와 짧은 글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웹툰은 이미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의 대세이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물론 레진코믹스 등 유료 웹툰 플랫폼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우리나라 웹툰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글로벌 진출도 훨씬 활발해졌 다. 출판만화 시절에는 해외에 진출하려면 인쇄해서 책을 찍어야 하고, 물류비를 고민 해야 했지만 웹툰은 번역만 된다면 어느 나라나 수출할 수 있다. 온라인 기반 콘텐츠 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웹툰 형태로 제작된 만화는 온라인상에 서 교사끼리 공유가 되어 10배, 20배, 100배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활용 가능 성은 훨씬 커진다. 또한 교사가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자료를 굳이 찾아볼 필요 없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 욱 높아질 것이다.
웹툰 제작 과정
웹툰 만드는 방법은 작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1단계 자료 수집 및 시나리오 작성, 2단계 콘티 작성 및 컷 분배, 3단계 선따기(선화), 4단계 채색 및 명암을 거쳐 완성하게 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이미지와 함께 설명하면 더욱 이해가 쉽다.
▶ 1단계 _ 자료 수집 및 시나리오 작성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다. 교육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여야 하며, 대부분 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집한다. 자료가 수집되었으면 어떤 흐 름으로 만화가 이어질지 간단한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1. 장애인 인식개선 웹툰 주제 _ 많이 사용되는 잘못된 표현 얼마 전 ○○ 광고에서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많은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벙어리는 국어사전에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 제8조 제2항에는 ’누구든지 장애인을 비하·모욕하거나 장애인을 이용하여 부당한 영리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라고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비하 또는 모욕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4항에서 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를 직접 행하거 나 그러한 광고를 허용·조장하는 경우, 이 경우 광고는 통상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조장하는 광고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어 광고에 의한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벙어리 냉가슴’, ‘장님 문고리 잡기’, ‘소경이 개울 탓한다’, ‘장님 코끼리 더듬기’ 등 속담이나 일상적인 말 중에서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의미하는 표현이 많다. |
▶ 2단계 _ 콘티 작성 및 컷 분배
만화의 생명은 콘티라고 할 수 있다. 만화가의 상상력과 작화 능력은 대부분 콘티에서 좌우된다. 건물로 치자면 뼈대라고 할 수 있다.
▶ 3단계 _ 선따기(선화)
선화를 그릴 때는 콘티를 보충하며 하나씩 그려나 간다. 웹툰 작업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 이다. 그래서 전문 작가들은 어시스트를 고용하여 선 따기 작업을 맡김으로써 작업시간을 줄이곤 한다.
▶ 4단계 _ 채색 및 명암, 완성
이제 마지막으로 채색을 해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디지털 작업은 채색하기가 매우 쉽다. 대신 선화를 그릴 때 선과 선 사이에 구멍이 없어야 한다. 채색할 때 선과 선이 야물게 닫혀있지 않으면 채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일렬로 배치하여 웹툰 형식으로 바꿀 수 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