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출신의 김형미(40)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집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푸른사상)를 펴냈다.
딱 하나씩만 용서하고 딱 하나만 사랑하는 세상이, 시인에게는 작지만 단단한 단상으로 작용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그는 묵화처럼 고요하거나, 없음과 비움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통해 “시는 쓰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찬바람 불면서 물이 고여들기 시작한다/ 몇 새들이 저 날아온 하늘을 들여다보기 위해/ 물 깊어지는 나뭇가지에 날개를 접고 내려앉는다/ 생숨을 걸어서라도 얻어야 할 것이/ 세상에는 있는 것인가, 곰곰 되작이면서// 그래 사랑할 만한 것이 딱 하나만 있어라 <시월>
흰 새가 날아오는 쪽에서 가을이 오고 있다/ 살던 곳의 바람을 죄다 안고서// 딱 한 가지씩만 용서하며 살고 싶다 <가을>
박성우 시인은 추천의 글을 통해 “아리게 아름다운 시집이다. 온 힘을 다해 쓸쓸함에 맞서고 통증을 삼켜내는 시편들, 치명적인 그리움과 선명하게 아픈 삶을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원광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그림 에세이 ‘누에nu-e’가 있다. 불꽃문학상, 서울문학상, 목정청년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이대영 서울 무학여고 교장은 “시인은 초·중등 학생들이 문학에 대한 사랑과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방송과 인문학 강의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장래가 기대되는 문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