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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순수함을 모든 과정의 기본으로

식지 않은 열기와 아이들의 도란거림이 별처럼 빛나는 밤이었다.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니 북한강의 물안개가 자욱이 골짜기를 감싸고 있다. 간간이 들려오는 산새 소리는 시든 싸리꽃에 부딪혀 더운 하루를 예감하게 한다.

 

눈을 비비며 아이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문학기행 이틀째 일정을 시작한다. 밤새 무슨 사연이 많았는지 서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향하는 동안 곯아떨어진다. 휴일이라 차량흐름도 괜찮은 편이다. 여기저기 솟은 빌딩과 남산타워를 뒤로 꼬리를 무는 자동차의 행렬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보며 서울 한복판에 들어섬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나라의 부촌이라는 강남의 서울 코엑스에 도착한다.

 

어제는 농촌 시골의 풍광이 순수와 느림으로 함께 했다면 오늘은 도심의 한복판에서 삶의 일상에 쫓겨 마네킹처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일이다. 코엑스의 동문을 향하는 발아래 물기 머금은 연두색 인조잔디가 생뚱맞다. 아이들은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호기심으로 연신 고개를 돌린다. 지하 1층의 미로 같은 통로를 따라 별마당 도서관으로 향한다. 바깥의 더운 열기와는 대조로 지하는 서늘하다. 별마당 도서관! 과연 여기서 말하는 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해본다. 희망, 꿈, 다짐이란 뜻일까?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도서관을 둘러보며 혼자 의미를 부여한다. 자연 채광을 위해 만들어진 유리 천정으로 햇살이 드러눕는다. 강남 도심 한 복판에서 느긋하게 개방된 마음으로 남녀노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는다는 것이 바로 별이 아닐까?

 

별마당 도서관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규모이다. 복층으로 구성된 공간에 13m 높이의 서가는 보는 이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언제나 책을 보면 배가 부르다. 약 5만 권의 장서가 꽂힌 서가를 보니 부러움이 앞선다. 책을 통해서 만남과 채움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짧은 시간 동안 읽을 만한 단행본 한 권을 뽑아 든다. 곳곳에 마련된 쉼의 공간 한 모퉁이에 낯선 이의 눈길을 느끼며 책을 펼친다. 눈의 즐거움과 함께 갈증을 적시며 내려가는 냉커피 한 모금과 독서가 시작된다. 시간이 흐른다. 자신이 앉은 주변이 눈에 익자 다른 모습들이 들어온다. 놀라운 것은 내가 자리한 곳에서 가까운 곳에 독서학교아이들 서 너 명이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책 읽는 모습이 참 예쁘다.

 

정오가 넘자 밖의 열기는 더 심해진다. 마땅한 피서지가 없는 도시인들은 먹거리와 쇼핑, 즐김이 함께하는 지하 몰로 몰려든다. 이제 또 민생고를 해결할 시간이다. 만남의 장소를 찾아 나선다. 미로처럼 뻗어난 낯선 지하에서 인파에 묻혀 장소를 찾는 일이 시골뜨기한테는 어려운 일이다. 몇 번을 돌았는지 같은 자리를 보며 도시에서 살라고 하면 한 시간도 못 버티겠다는 푸념이 나온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은 밝은가 모양이다. 벌써 패스트푸드점 한 곳에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목적지를 앞에 두고 헤맨 것을 생각하니 미안할 뿐이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덕유산 자락을 넘는 차창에 내려앉은 하늘은 파란 물감을 칠한 듯하다. 쏟아붓는 열기만큼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은 젊고 상큼하다. 문득 별마당 도서관을 나설 때 서울에 꼭 입성하여 이곳에서 생활하겠다는 아이의 말이 되살아난다. 아마 대도시의 풍경과 별마당 도서관에서 받은 인상이 꿈으로 자리해서 일 것이다. 꿈은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만큼 갈등과 경쟁보다 배려와 함께 함을 귀 기울이며 이상을 실현하기를 빌어본다.

 

순수함으로 진실 어린 영혼을 찾으세요. 염산이라는 강산을 수산화나트륨이란 강알칼리성 양잿물에 섞으면 인체에 무해한 소금물이 나온다. 자연 스스로 상반되는 성질로서 완충작용을 하며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경이롭다. 사람들의 마음에도 항상 이런 두 가지 성질이 맞부딪히며 갈등을 일으킨다. 자신의 마음 다스림이 서로 상극의 부작용을 일으킬지 상생의 약효를 나타낼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 깊은 곳에서 나오는 순수함을 모든 과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더욱 진실 어린 자신의 영혼을 찾을 수 있다. 소나기의 여운이 묻어 나온다.

 

보물섬남해독서학교 아이들의 문학기행. 약간의 폭염 속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나기의 첫사랑도 경험했고 모둠원끼리 학년을 넘어서 마음을 모아 만들어 낸 다양한 활동을 보며 토끼와 거북이가 서로 손잡고 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아이들은 일상으로 돌아온다. 소나기의 순수한 첫사랑의 느낌을 담아 앞으로서 자신을 별처럼 가꾸는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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