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일차. 기상과 동시에 창밖을 본다. 어제 비가 왔기 때문이다. 맑았던 계곡물이 엄청 불었고 흙탕물로 변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항구도시 오타루. 과거 일본 청어의 70%를 여기에서 공급했다고 한다. 근대화 초기에 경제의 중심지라 은행건물도 많았다. 우리가 오늘 초밥 우동 점심을 먹은 건물 안 화장실이 금고로 되어 있어 특이하기만 하다. 과거 야스다 은행(나중 후지은행) 오타루지점이다. 인구는 전성기 20만 명에서 현재 12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곳은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지금은 유리공예, 과자거리, 오르골 등으로 관광도시로 변했다.
공방거리를 지나 오르골 매장을 찾았다. 오르골은 소품인데 음악 소리가 나는 물건이다. 매장이 3층 규모인데 디자인만 수천 가지. 이 곳이 본사인데 일본 오르골의 90%를 생산한다고 한다. 매장 입구 증기시계 앞에서 기념사진도 남겼다. 거리 가로등에는 유리종이 매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상쾌한 소리가 들린다. 바로 앞 과자 매점에서는 과자와 쵸코렛 시식을 하고 옥탑에 올라 소원지를 쓰고 시내를 조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라 하고 일본에서는 일본해라 부르는 바다가 보인다. 여기 오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기에 동심으로 돌아가 보았다.
이번 여행의 특징, 국내 최대 여행사라 그런지 코스 선정이 매력적이다. 소비자에게 만족을 준다는 이야기다. 이 여행사는 일본여행 가이드만 2백 명이라 한다. 전문가 여행안내는 물론 맛맛맛 여행답게 가이드 맛 서비스가 세 개 있다. 도야호수 사이로 전망대에서 요거트 한 개를 맛보았다. 과자거리에서는 슈크림. 한 봉지 속에 두 개가 들어 있다. 마지막 날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는 맥아 100%인 삿포로 클래식 맥주 유료 시음 기회를 준다. 내가 낸 여행비용에서 지출되는 것이지만 기분은 좋다. 이것도 하나의 여행사 전략이다.
다음 들린 곳은 오타루 운하. 과거 전성기 때 무역선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고 곳인데 그 많던 대형창고는 편의점이나 식당 등 다른 용도로 전환되어 운영되고 있다. 운하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데 길이 1.1km, 폭 30m 옆에는 산책길도 있고 관광객 유람용 쪽배도 운영하고 있다. 과거의 모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보존 활용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과거 은행 건물도 유산으로 지정하여 푯말을 붙여 놓았다.
다음은 ‘하얀 연인’ 과자 공장인 이시라 회사. 공장이면서 매장인데 주위 환경을 동화나라처럼 꾸며 놓았다. 주위가 온통 전원꽃밭이고 사과나무엔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인형이 움직이면서 합창하고 공연을 한마당 펼친다. 여기가 과자 공장이라는 것은 실내 매장에 들어가야 알 수 있다. 공장을 아름답게 꾸며 관광객아 모여 들게 하고 회사도 소개하며 매출을 올리니 1석3조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3대 게 요리. 샤브샤브와 게 요리를 맘껏 먹는 것이다. 가져다 먹는 것이 아니라 다 먹은 빈 그릇을 종업원에게 넘겨주면 된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과연 1시간 동안 맘껏 먹을 수 있을까? 탁자 위에는 털게, 대게, 킹크랩이 가득 놓여 있고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완자, 우동, 채소, 간장소스와 깨소스 등이 놓여있다. 먹는 순간 주위가 조용해진다. 옆 팀은 털게만 집중적으로 주문한다. 우리는 양이 많아 닭고기 완자는 손도 대지 못하였다. 배가 부르다고 느낀 순간 시계를 보니 15분이 남았다. 킹크랩은 속이 꽉 찼고 털게는 독특한 맛이 있으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대게가 짠맛이라는 것.
삿포로 시내에 있는 숙소에 들어가니 트윈침대에 현대식 호텔이다. 저녁 소화도 시킬 겸 시내 오도리 전통시장 투어를 하였다. 전통시장을 현대식으로 개선하였는데 1번가부터 7번가까지를 살펴보았는데 구간별 특색이 없고 대동소이하다. 다만 좌우 상가 사이 보행자 통로가 넓다. 또 도로를 횡단보도로 건너는데 차량 통과시간보다 보행자 건너는 시간이 더 길다. 보행자 위주로 신호등이 작동하는 것이다. 자동차 통행이 많지 않고 자동차는 서행하고 있다.
여행 마지막 날. 입과 눈 호강, 피부 호강을 하다 보니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오전에 면세점을 들렸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여행사가 전용으로 운영한다. 한국인이 근무하니 제품 설명도 자세히 해 주고 물건 사는데 언어소통이 아무 지장이 없다. 일본 백화점 면세품점 이용보다 효율적이라고 보았다. 1시간 동안 머무는데 우리나라 관광객 버스가 5대 도착했다. 아내는 건강식품으로 혈관개선제를 구입하고 달에게 줄 크림을 구입한다. 여기도 여성시대인지 남성보다 여성이 구매에 더 적극적이다.
구 홋카이도 청사를 방문했다. 홋카이도는 아이누어족의 언어로 ‘건조하고 광대한 땅’ 이라는 뜻인데 북해도 개척의 역사가 그림으로 유물로 그대로 남아 있다. 역대 도지사, 시장 인물도 액자로 게시되어 있다. 당시 미국인을 초빙해 도시 설계를 맡겼다. 일본 5대 도시의 하나인 삿포로. 도시 전체가 바둑판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를 말한 클라크도 여기에서 6개월간 근무를 하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도시 역사를 보존하고 이것 역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점심은 자유식이다. 가이드가 1인당 1천 엔을 나누어 준다. 여유 시간에 시장 투어와는 다르게 오도리 공원을 둘러보았다. 삿포로 TV 탑에서 시작하여 거리는 1.6km인대 동서로 가로질러 있다. 이 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었다. 공원 건설 당시의 목적 하나는 화재 시 불의 번짐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녹색공간이 화마로부터 도시를 구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점심은 시각에 맞추어 샐러리맨이 대기하는 음식점을 찾았다. 생선돈가스가 510엔 이니 우리 돈 5,100원이다. 이 정도라면 비싼 편은 아니다.
이제 여행 마무리다. 일본, 과연 먼나라가 아니다. 관광객을 보니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다. 그 만치 우리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 이번 여행은 마치 숲속여행이다. 북해도 신궁을 들르니 숲속공원이다. 자연 풍광 둘러보면서 먹고 목욕하고 숙면 취하니 이게 바로 진정 휴양 아니던가. 아내는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내에게 농담으로 건넨다. “당신 여행가고 싶으면 아이고 무릎이야, 하겠네?” 나는 몸무게가 2kg 늘었다. 그래도 아직 갈비씨다. 친절한 가이드와 여행팀이 가족처럼 어울려 배려하고. 팁이나 바가지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이번 홋카이도 여행, 생활 재충전 100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