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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가족 자유배낭여행으로 남도에서 힐링하다(하)

영암 월출산 오르고 왕인 유적지, 나주 금성관 역사기행

06:30 게스트하우스에서 저절로 눈이 떠진다. 동쪽 창문을 여니 녹차밭이 보인다. 아침 샤워를 하고 집 주위를 둘러보니 무화과가 한창이다. 무화과 열매는 보관이 힘들어 바로 먹어야 한다고 한다. 앞마당 무화과 나무는 가꾸지 않았는데도 열매가 무성하다. 익은 열매 하나를 맛보니 당도가 높다. 주위 밭을 보니 고추가 붉게 익어간다. 밭사이에서 일할 수 있게 바퀴달린 이동식 작업대가 있다.

 

식사 전 가까이 있는 강진다원을 찾아가니 그 규모가 놀랍다. 회사 소유의 ‘설록다원 강진’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33.3ha(10만 평) 규모인데 보성 녹차밭보다 이름이 덜 알려져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녹차의 새순 연두색이 싱그럽다. 하얀 꽃잎에 노란수술의 녹차꽃을 처음 보았다. 녹차밭 곳곳에 세워진 전봇대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저 용도는 무엇일까? 바람이 많아 발전기 인 줄 착각했다. 알고 보니 방상(防霜) 팬. 지상의 찬 공기가 서리가 되어 냉해를 입지 않게 공기를 순환시켜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금 가니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대나무,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어둡다. 조금 가니 백운동 별서정원이 나타난다. 바람이 부니 낙엽은 굴러다니고 옛 건물은 있는데 인적이 끊기니 스산하기만 하다. 조선 중기 선비들의 은거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곳은 담양 소쇄원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의 하나인데 다산, 초의선사, 이사현 등이 교유하던 곳이라 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무의사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락보전을 보았다. 단청을 하지 않아 고풍스럽기만 하다. 여기엔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삼존불 뒤에 있는 벽화를 보았다. 보전 주위에 무더기로 피어난 꽃무릇이 인상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보수 시기가 달라서인지 기와색이 통일 되지 않고 차이를 보이고 있어 문화재 보전에 세심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09:00.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였다.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호박된장국, 두부부침, 계란말이, 참외나물을 비롯해 10여 가지 반찬으로 식탁이 풍성하다. 햅쌀밥에는 윤기가 흐른다. 특히 조기구이는 직접 조기를 구입하여 소금에 절여 저온창고에서 말렸다는데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말았다. 게스트 하우스를 배경으로 가족 추억사진을 남겼다.

10:30, 우리가 향한 곳은 본격 월출산 등산을 위한 금릉 경포대(鏡布臺). 이곳에서 만난 전직 지리교사 출신이라는 국립공원 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면 “월출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맥반석이라 철분이 많아 기(氣)가 세다. 따라서 벼락을 맞기 쉬운데 그것을 줄이고자 산이름을 음(陰)에 해당하는 월출산이라 하였다” 그는 묻지도 않은 해발과 고도의 차이점과 기준점을 설명해 준다.

 

우리는 경포대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약수터, 경포대능선 삼거리를 지나 사자봉(668m)으로 향하였다. 계단이 많은 정상 천황봉(809m)은 500m를 앞두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강진의 최남단 마량항 대신 등산 도전을 하였으나 다리에 무리가 와 좀 더 쉬운 코스를 택한 것이다.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사 탐방안내소로 내려왔다. 산행시간은 무려 6시간 30분. 직원 안내를 받으니 올해가 월출산 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이라 한다. 기념엽서에서 깃대종으로 남생이와 끈끈이주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2일 숙박 장소는 월출산온천관광호텔. 등산의 피로도 풀 겸 무릎 통증을 치료하려는 것이다. 온천에 가니 우리나라 유명온천의 성분 비교표가 있고 이곳은 미네랄과 게르마늄 성분이 우수하다고 한다.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저절로 가시는 듯하다. 저녁 메뉴로는 갈낙탕(갈비와 낙지탕 준말). 단백질 섭취와 맛을 기대하고 갔으나 1인당 19,000원 가격에 미치지 못하였다. 아내는 짱뚱어탕으로 먹더니 추어탕과 맛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제3일차, 호텔 미역국 아침식사를 마치고 왕인 박사 유적지를 찾았다. 왕인 박사는 5세기 초 일본 응신천왕의 초대를 받아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기술자 40명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태자의 스승이 되었다. 왕인은 일본문화사상 성인(聖人)으로 야스카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 하니 오늘의 일본 문화가 있게 한 스승이다. 왕인의 목표가 ‘일본 문명화와 대국화’라고 하니 일본의 스승이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다시 처음 왔던 나주로 향한다. 첫날 아쉽게도 맛보지 못했던 점심 나주곰탕이다. 4대 60년 역사의 나주곰탕 원조라는 식당을 찾았다. 금성관 앞의 어느 식당은 손님이 20m 정도 줄을 서 있다. 여기 곰탕골목집이 왜 유명한가? 다른 곳의 곰탕은 소뼈를 우려내는데 여기에선 양지나 사태 등 좋은 고기를 삶아 국물을 만든다고 한다. 곰탕(9,000원)과 수육곰탕(12,000원)을 먹었는데 아들 표정을 보니 맛에 감탄하고 있다.

나주목의 지방궁궐 금성관(錦城館)에서는 망화루, 중삼문을 지나 뒷마당에 있는 65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를 보았다. 나주 향교에선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600년 은행나무를 보았다. 나주목사 내아 금학헌(琴鶴軒)엔 행운과 소원성취를 가져다주는 5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1980년 벼락 맞은 팽나무를 묶어 살려낸 나주시민들의 의지를 보았다. 이곳은 지금 한옥 숙박체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2박3일간의 여정 마무리다. 영수증을 챙겨보니 모두 24장이다. 택시 승차 영수증이 10장으로 가장 많다. 3인 가족 여행 비용 총액은 84만원. 1인당 28만원을 쓴 셈이다. 수원역에 비치된 철도여행 상품 가격을 보니 남도맛집 여행은 1박2일에 25만원에서 30만원 선이다. 우린 2박3일이니 가격 대비 성공한 여행이다. 나의 사진 촬영 포즈를 흉내 내는 아들, 한자 시(詩)와 사(寺/社)를 수첩에 적어가면 차이를 설명해 주는 나. 영암호텔방에서 세 식구가 누워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가족 추억 만들기 부지런히 하자. 여행, 다리 떨리기 전에 주저 말고 떠나자. 일상의 일탈과 힐링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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