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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종’ 공정성 강화가 관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대입 부정 의혹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부에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작년 말에도 대입 내신과 학생부의 평가 공정성 문제, 수시 '깜깜이 전형'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교육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도 특별히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나 정·수시 비율 조정 여부 등을 놓고 핵심 쟁점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사실 현행 대학 입시 제도의 근간은 1981년 '대학별 본고사 폐지'와 함께 마련되었다. 그 후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져 소위 '수능 위주의 정시와 내신과 학종 위주의 수시'가 공존하는 지금의 구조가 성립되었다. 물론 그 동안 시시비비가 줄곧 이어져 왔다.

 

교육이 전문 영역이라고 말하면서 역설적으로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 행세를 해왔지만, 정작 뾰족한 대안을 전무한 상태였다. 갑론을박 논란 속에서 작년 대입 비율 조정의 논란 끝에 2022학년도 대입부터 대부분의 대학이 수시 대 정시 비율을 7 대 3정도로 합의를 봤다. 교육부는 이번 대입 제도 개편의 방향을 '정시 확대'로 잡기보다는 학종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개혁하게 됐다는 항간의 조소에 대한 씁쓰레한 반응인 것이다. 작년 12월 11일 2019 교육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시 전형 요소인 내신이나 학생부 같은 경우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 공정성투명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고, 나아가 수시 전형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깜깜이 전형, 반칙, 특권, 비리·부정 전형을 의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문 대통령은 또 내신이나 학생부에 대한 불신으로 차라리 객관적 점수로 결정되는 수능이 오히려 가장 공정하다며 정시 확대 여론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전형의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 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대입제도 개혁은 요원하고 나아가 교육 개혁도 공염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우리 교육계에서 대입 전형의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줄곧 이어져 왔다. 물론 그동안 대입 등 입시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학부모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여전히 각급 학교 입시제도가 공평·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교육부는 차제에 수시·정시 비율을 조정하기보다는 수시 전형의 공정성, 투명성 제고에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공장하다고 여기는 정시 확대는 당장 실현이 어려운 데다 대입 정책의 안정성 측면에서 교육 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일단 2022학년도 입시는 '수시 70%, 정시 30%' 정도로 교육부와 대학들 간 협의가 조율된 상황이다.

 

2007년 대입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이후 학종으로 발전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 동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만 했을 뿐 아직까지 수시의 공정성·투명성·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는 특히 종합생활기록부(학종) 공정성 강화를 위해 당장 가능한 방안으로는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 중 '수상경력' 같은 이른바 '금수저 요소' 폐지가 거론된다.

 

이 이른바 금수저 요소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 때도 폐지 여부가 논의됐으나, 자기소개서는 분량을 줄이고 수상경력은 학기당 하나만 쓰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 대입 전형안 개편안 중 학종 중 저소득층·농어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른기회전형과 지역 인재의 지방거점대학 입학 기회 확대를 위한 지역인재전형 등을 현행 5∼10% 수준에서 10∼2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성이 있는 안 중 하나다.

 

대입 제도 전반을 바꾸려면 적어도 시행 4년 전에 공표해야 하도록 규정돼 있어서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대입 제도를 내놓더라도 2024학년도에야 시행 가능하다. 2022학년도 정시 30%에서 2년 만에 이 비율을 대폭 확대한다는 대국민 공표와도 상치된다.

 

여하튼 문 대통령의 당부, 교육부의 대응 등으로 보아 하반기에 2022학년도 대입 전형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또 대입 제도가 개편될 확률이 농후하다. 교육부는 이미 공표된 2022학년도 개편안과 이른바 '부모의 힘'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또 다른 개편안의 균형의 묘를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학종이 최대한 '깜깜이' 논란에서 벗어나도록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의 대한민국 대입제도가 워낙 미묘하고 난제가 많아 제갈량이 환생하거나 신(神)이 나타나 해도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혹자는 초중고교의 대안학교처럼 수시와 정시 너머의 ‘대안전형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당부와 교육부의 대응으로 시도되는 대입 전형 제도 개혁도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다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수시 전형을 비롯한 대입 전형 제도를 바꾸는 단초의 기저에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조국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있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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