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탈 난 초등학생을 휴게소에 두고 간 담임교사가 아동학대로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문(대구지방법원 2018노1960)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관계와 법원이 아동학대로 인정한 근거를 살펴보자.
사실관계
● 대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가기 위해 7대 버스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1반 담임교사는 학년부장으로 체험학습 총괄 위치에 있었다.
● 1반 여학생인 피해아동이 배가 아파서 버스를 세워달라고 하였으나 갓길에 세우지 못한다고 하여 학생들을 앞으로 보내고 버스 뒷좌석에 비닐을 깔고 대변을 누고 뒤처리를 하게 하였다.
● 휴게소에 도착하여 피해아동이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상황을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담임교사에게 전화하여 휴게소로 학생을 데리러 간다고 했으며, 이에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체험학습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 담임교사는 피해아동을 버스에 태운 후 어머니와 통화를 하였다. 피해아동을 바꿔주자 피해아동은 체험학습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였고, 어머니는 담임교사에게 휴게소로 가겠으니 피해아동을 내려놓고 가라고 하였다.
● 버스가 7시 43분 휴게소 주차장을 출발하여 30~40m 지난 지점에서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버스를 정차시키고 피해아동이 내렸다. 이후 버스는 그대로 출발하였다. 피해아동은 울면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8시 48분 어머니를 만났다.
● 담임교사는 피해아동을 내려준 후 학생의 어머니에게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당시 버스에는 영어 전담교사가 함께 타고 있었으며, 체험학습 도중 이동 시 반 아이들을 반반씩 나누어 인솔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
아동학대 인정 근거
1심과 2심 재판부는 부모의 요청이 있었고, 피해아동이 초등학교 6학년으로 충분히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연령이라고 하더라도 학생을 홀로 휴게소에 두고 간 것은 아동의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아 담임교사의 아동학대(방임)를 인정하였다. 판단근거는 다음과 같다.
● 피해아동은 성장기의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으로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의 상황 때문에 감내하기 힘든 정도의 자존감 상실 및 수치심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피해아동이 초등학교 6학년이라 하더라도 당시의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혼란한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보호자의 적절한 보호 감독을 필요로 했다.
● 고속도로 휴게소는 차량 통행이 잦고, 불특정 다수인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장소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있는 피해아동을 홀로 두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였다(피해아동의 부모에게 휴게소에 혼자 두고 가는 것은 위험하니 데리고 가겠다고 통화한 점은 담임교사가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어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 담임교사는 버스가 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바로 진입하기 직전이라 차량을 정차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CCTV 동영상을 보면 고속도로 진입로까지 거리가 상당히 남아 있어서 위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
● 함께 타고 있던 전담교사는 보조교사가 아닌 정식교사로 담임교사와 대등한 관계이므로 피해아동과 함께 내려서 어머니를 기다리라고 지시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전담교사에게 피해아동과 함께 내리라고 요청한 사실도 없었으므로 위 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
● 당시 운전을 담당했던 버스기사는 급한 일이 있으니 30분만 더 있다가 출발하자고 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고, 나머지 6대는 먼저 가고 1대는 남을 수 있었다고 증언을 했다. 따라서 담임교사는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보호조치를 소홀히 했다. |
양형 판단
1심에서는 담임교사에게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는 벌금 300만 원으로 감경되면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 담임교사는 초범이며, 피해아동 부모의 요청에 따라 피해아동을 홀로 휴게소에 남겨두었고, 체험학습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어 6학년 전체의 안전과 학습 진행 상황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 경력 여하를 불문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 피해아동의 부모가 데리러 오는 상황이었고, 피해아동이 홀로 휴게소에 남겨진 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하였고, 피해아동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서 부모와 통화를 했고, 담임교사도 피해아동 및 부모와 통화를 했다. |
판결의 아쉬운 점
법원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보호·감독 책임을 엄격히 물어 담임교사의 형사책임을 인정하였다. 일선 교사들은 사회나 법원이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한다며 언론보도 이후 판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필자도 이 판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첫째, 교사가 의식적으로 학생 보호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님에도 형사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형벌만능주의의 폐해로 보인다. 형사처벌은 생명·신체·자유를 제한하고 사회활동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므로 민사·행정적인 제재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만 형법이 개입해야 한다. 이를 형법의 보충성 원칙 또는 최후수단성이라고 한다. 이 사건에서 담임교사는 부모에게 학생을 데리고 가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학생의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학생을 두고 가라고 하여 담임교사는 어쩔 수 없이 휴게소에 학생을 두고 갔다. 백번 양보하여 판결문에 적시된 바와 같이 부모의 요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담임교사가 학생을 보호하는 책임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굳이 형사처벌을 가할 정도로 죄질이 나쁘다거나 가벌성이 있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으며, 행정적인 책임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담임교사에게 행정적 책임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한 것은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하는 판결이다.
둘째, 지속적으로 교사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이고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회적 사안임에도 방임을 인정한 것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방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한 것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항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임의 유형은 유기·기본적 의식주의 물리적 방임·교육적 방임·의료적 방임이 있다. 방임은 보통 가족에 의하여 발생하며, 교육적 방임의 대표적인 유형은 의무교육을 행하지 않거나, 무단결석을 방치하는 행위,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에게 특수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다. 방임은 ‘행위의 반복성’과 ‘결과적 기준’을 필요로 한다. 행위의 반복성은 반복적으로 아동 양육 및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것이며, 결과적 기준은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상적 발달이 저해될 가능성이 초래되었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은 반복적으로 보호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며, 당시 학생이 정서적으로 힘든 주된 원인은 홀로 휴게소에 남겨진 것이 아니라 학급 학생들이 있는 버스에서 대변을 본 것이다. 지속적이 아닌 일회적 사건으로 방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로 아동학대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이로 인해 교육현장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신체적 학대는 비교적 기준이 명확하지만, 정서적 학대와 방임은 기준이 불분명하고 주관적이라 학교현장에서 이로 인한 다툼이 많다. 이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회자 되면서 아동학대의 사회적 기준이 굉장히 낮아지게 되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는데 교사의 부적절한 지도가 도덕적·행정적 판단을 생략하고, 아동학대라는 형사적 기준으로 일차적 판단을 하는 지금의 구조가 안타깝기만 하다.